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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자사전 시장은 샤프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세이코가 새로운 기술과 풍부한 데이터 등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 세이코가 지난 8월 두 가지 영어 사전으로 우리나라에 발을 들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어 뿐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 사전을 잔뜩 집어 삼킨 신제품을 내놓았다. 라이브워드 KR-T2000과 KR-T3000은 노트북 타입의 키보드와 원음 발음을 지닌 KR-T1000을 기반으로 한 중국어, 일본어 사전이다.

두 제품 모두 KR-T1000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하드웨어,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은 이전에 내놓았던 영어 사전 KR-T1000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은색과 검은색의 투 톤 컬러는 여전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세이코의 전자사전은 상판을 플라스틱이 아닌 마그네슘 코팅을 해 가볍고 쉽게 긁히지 않는다.

두 제품 모두 KR-T1000과 디자인에서 차이점을 찾자면 키보드의 색깔이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뀐 것과 힌지 부분의 색을 달리 한 것을 빼면 같아 보인다. 중국어 사전인 KR-T2000은 빨간색으로, 일본어 사전인 KR-T3000은 녹색으로 힌지 끝 부분을 칠해 구분했다.

KR-T1000의 가장 큰 장점인 키보드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노트북과 비슷한 방식으로 키가 큼직하고 배치가 편해 누르는 느낌이 좋다. 물론 원하는 단어를 빠르고 편하게 입력할 수 있다. 최근에 찾아 본 단어의 목록을 보여주는 history와 문자크기, 앞/뒤 단어 검색은 맨 위에 달았다.

화면 해상도는 320×240으로 복잡한 한자도 획을 또렷이 보여준다. 글자 크기는 세 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 기본인 16×16 크기 글꼴로 볼 때 한글 기준으로 13줄이 뜬다. 키보드 위쪽에 ‘문자크기’ 버튼을 누르면 크기를 바꿀 수 있다.

KR-T2000의 가장 중요한 중국어 사전은 단순 중한, 한중사전 외에도 갖가지 활용 사전이 잔뜩 들어 있다. 엣센스의 중한사전, 한중 활용 사전, 넥서스의 관용어 사전, 문법사전, 시사용어 사전, 외래어 사전 등 중국어 공부에 모자람 없이 가득 채웠다. 공부를 하다 보면 문법적인 부분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는데 간단한 문법 사전은 큰 도움이 된다. 시간 날 때 틈틈이 읽기에도 편하다.

중국어 입력은 병음을 영문 표기법이나 한자음, 획수 등을 통해서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원하는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KR-T3000은 세이코의 전자 사전 중에서 가장 늦게 등장했다. 일본 회사이고 일본에서 전자 사전 시장을 주도하면서도 일본어 사전은 늦게 내놓은 것이 애초부터 조금 의아했지만 그만큼 데이터나 제품 완성도는 좋다.

주로 쓰는 일한사전, 한일사전은 세이코가 주로 쓰는 엣센스의 것을 썼다. 일본어 발음을 영문 표기법으로 쓰는 것 외에 SHIFT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워 직접 입력할 수 있게 했다.

외국어 공부에는 그 언어로 된 사전만큼 좋은 것도 없다. 이 제품에는 일본의 메이쿄 일본어사전을 넣어 일본어로 해석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일본어 한자 읽기, 외래어 사전, 넥서스 회화사전, 동양문고 JPT 단어왕 등 일본어를 익히는 데 필요한 사전은 모두 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가장 많이 쓸 한일/일한 사전에서는 원음 발음이 나오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KR-T1000에 있던 국어사전, 옥편, 영한/한영, 롱맨 영영사전, 한/영 브리태니커 등도 고스란히 들어 있고 모든 사전 데이터를 한꺼번에 검색하는 통합 검색은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어 좋다.

두 제품 모두 발음은 세이코가 자랑하는 원어민 육성 발음이 들어 있다. 사전 뿐 아니라 예문까지 읽어준다. 다만 스피커가 있는 부분을 뚫어두지 않아 본체에서 나는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는 점이 아쉽다. 이어폰을 꽂으면 깨끗하게 들린다.

좋은 발음을 내기 위해 원어민 육성 발음을 쓴 것은 좋지만 그만큼 소리 낼 수 있는 사전의 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발음을 해주는 사전에는 남녀 성우의 목소리로 예문까지 모두 원음으로 읽어주어 좋다.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KR-T2000은 중한사전, 중국어 표현 사전에, KR-T3000은 JPT 단어왕 사전에서 원어민 발음을 들려준다. 영어는 두 제품 모두 엣센스 영한사전, 롱맨 현대 영영사전에 원어민 발음을 넣었다.

MP3나 컬러 LCD는 없다. 이왕이면 한 가지라도 기능이 더 많은 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겠지만 전자사전으로 mp3 음악을 듣는다든가 동영상을 보는 것은 썩 필요 없는 기능이다. 세이코의 전자사전은 프로그램을 가볍게 해 켜지는 속도나 단어 검색이 빨라지는 효과를 얻었지만 부가 기능은 계산기가 전부다. 이렇게 편한 키보드로 메모나 일정관리 등 전자수첩 역할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세이코는 라이브워드 KR-T2000와 KR-T3000으로 애초에 계획했던 네 가지 용도의 전자사전을 모두 내놓았다. 비교적 시장에 늦게 발을 들였고 샤프와 카시오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다소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잘 만든 디자인과 이용자들이 원하는 사전 데이터, 편한 키보드 등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세이코는 최근 일본에서 640×480의 높은 해상도를 내는 사전을 만들기도 하는 등 더 좋은 사전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이제 첫 걸음을 뗀 세이코의 2007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나와 최호섭 기자 notebook@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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