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입자인 A씨는 최근 디지털TV를 구입하기 위해 가전기기 매장을 방문했다. 지상파TV가 내보내는 증권·기후·교통 등 데이터방송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다. 그러나 케이블에만 가입해서는 지상파 데이터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는 매장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상파 데이터방송 수신기능이 있는 수상기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케이블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기에 당연히 지상파 데이터방송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케이블채널의 데이터방송은 볼 수 있지만 지상파 채널의 데이터방송은 볼 수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데이터방송 표준 다른 것이 문제=TV를 보면서 동시에 각종 부가정보를 얻거나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데이터방송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수상기와 디지털케이블TV가입만으로 지상파 데이터방송을 볼 수 없느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대답은 ‘불가’다.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의 데이터방송 표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상파의 데이터방송 표준은 ACAP고 케이블TV의 데이터방송 표준은 OCAP, 위성방송은 MHP로 서로 상이한 표준을 채택했다.

따라서 지상파의 일반방송은 케이블과 위성으로 시청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데이터방송만은 볼 수 없어 지상파의 데이터방송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튜너 내장 수상기 구입해야=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튜너를 내장한 수상기를 구입하면 데이터방송을 볼 수 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플랫폼으로 지상파 방송을 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수상기가 지상파 데이터방송을 지원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지상파 방송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디지털케이블TV에만 가입하면 모든 방송 혜택을 누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소비자 시각에서는 추가로 비용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TV 제조업체도 디지털TV 튜너에 데이터방송 수신기능을 넣는 것에 소극적이다. 제조비용이 오르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업체가 지상파 데이터방송을 지원하는 셋톱박스를 내놓아주기를 은근히 바라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청자 피해 우려=현 시청자의 80%가량인 1400만가구가 케이블TV로, 200만가구가량이 위성으로 지상파TV를 본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플랫폼 간 데이터방송 미호환은 시청자 불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똑같이 케이블 시청료와 지상파 수신료를 내고 있는데 비용을 추가부담한 사람만 데이터방송의 혜택을 누리게 되면 보편적 서비스의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방송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 사업자도 상이한 플랫폼에 맞춰 별도로 개발해야 하므로 비용증가 및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데이터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데이터방송이 초기인 점을 감안해 지금이라도 호환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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