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관계라 해도 상대방 허락없이 이메일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범법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원 조모씨는 2004년부터 2년여간 김씨(여)와 교제하던 중 김씨에게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고 자신이 김씨에게 남긴 이메일을 읽어 볼 수 있도 록 허락했다. 그러나 김씨는 조씨가 자신에게 쓴 이메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낸 이 메일까지 함부로 읽었고, 헤어진 뒤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바뀐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으로 이메일과 홈페이지를 계속해서 접속하자, 김씨를 "권한없이 접속했다"며 고소했다.

김씨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이번에는 김씨가 자신을 무고했다며 조씨를 고소해 조씨는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제중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경우, 피고인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해 김씨 접속을 막아 이메일을 볼 수 없게 했고, 김씨는 피고인과 서로 헤어지기로 한 뒤 피고인의 비밀번호가 변경됐는데도 메일을 읽어본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때때로 피고인이 알려 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피고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피고인이 김씨에게 남긴 이메일이 아니라 제3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함부로 읽어 본 것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초과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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