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의 '1+1'의 진실은?

유명 홈쇼핑들이 제품을 구입하면 동일 제품을 추가로 증정하는 이른바 '덤 마케팅'이 한창이다. 몇 해 전부터 제품 하나를 사면 거의 비슷한 구성의 제품을 하나 더 주는 '1+1(원 플러스 원)'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제는 '원 플러스 원' 구성이 아니면 판매하는 사람이나 구입하는 사람이나 아쉬울 정도다.

사실, 우리나라 정서상 덤으로 얹어주는 것은 미덕(?)에 속한다. 과거 잡지시장이 한창 붐을 탈 때 부록으로 책값에 맞먹는 화장품을 경쟁적으로 끼워주던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홈쇼핑들의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 입장에서 미심쩍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CJ, GS 홈쇼핑에서는 6만 9000원 볼륨매직기를 구입하면 '포체' 시계를 덤으로 주고 있다>

6만 9000원짜리 볼륨매직기 구입하면 '포체' 시계를 공짜로!

이같은 궁금증에 불을 지른 것은 몇몇 홈쇼핑에서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는 '바비리스 볼륨매직기'다. 온라인 쇼핑몰과 이마트, 홈에버에서 판매 중이기도 한 이 제품은 유독 홈쇼핑에서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6만 9000원짜리 볼륨 매직기를 구입하면, 추첨도 아닌 구매자 전원에게 '포체' 시계를 주고 있다. 문제는 그 시계 또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알만한'시계라는 점. 방송에서 쇼호스트들은 백화점 영수증을 보여주며 시계의 가격까지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실제로 CJ 홈쇼핑에서는 포체 핑크 시계가 단품으로 8만 8000원에 팔리고 있다.

<덤으로 주는 '포체'시계가 단품으로도 팔리고 있다.>

어떻게 메인요리와 맞먹는 디저트가 가능한 것일까? 판매자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닐테고, 제품의 원가를 생각한다고 해도 너무 무리한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먼저 바비리스 관계자는 "바비리스 볼륨매직기의 경우 포체 시계와 프로모션 차원에서 함께 기획되었으며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 없는 대신 추가구성품을 강화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1개만 놓고 보자면 분명 손실이지만 1만, 2만 세트로 넘어갔을 때는 흑자로 돌아서는 구조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고 밝혔다.

CJ 홈쇼핑 관계자 또한 홈쇼핑이 추가구성품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에는 홈쇼핑을 중요한 채널로 생각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홈쇼핑 MD들보다 더 기발한 판매전략을 기획해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하는 제품이거나 브랜드 제품의 경우 동일하거나 비슷한 가격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반발이 있다"면서 "가격은 비슷하게 책정할 수 밖에 없지만 매장관리비나 인력관리비가 들어가지 않는 대신 서비스나 추가구성품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싸도 너무 싸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덤 마케팅'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다. 홈쇼핑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것이 이미용 부문일뿐 아니라 주부 및 여성 시청자들이 많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화장품들은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저렴하다. 그렇다고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품질 면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에스티로더를 비롯해 엘리자베스아덴, 부르주아 등 백화점 유명 브랜드는 물론,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와 마몽드, LG생활건강의 후나 수려한 등 다수의 국내 인기 브랜드가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다. 홈쇼핑 전용 제품으로 런칭된 김영애의 황토솔림욕은 황토팩 논란에 휩싸이기 이전에 하루 최고 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 히트 제품인 한스킨과 SKIN79의 비비크림도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손잡고 해외 명품 브랜드 못지 않은 고품질 메이크업 제품을 기획. 판매하고 있다. 조성아의 '루나컬렉션'과 정선희의 '세네린', 김민경의 '카라'는 경쟁구도를 이루면서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 제품들은 모두 고품질을 내걸면서도 9만 9000원이라는 알뜰한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웬만한 파운데이션 하나가 4만원대인 걸 감안한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대다.


<스타메이크업 아티스트 CEO가 만든 김선진의 '카렌'과 루나 by 조성아 '보니 메이크업'>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유명제품을 불문하고 원가에 비해 가장 많은 부가세가 붙는 제품 중 하나가 화장품일 것이다. 원가의 10배가 소비자 가격으로 책정되기도 한다"면서 "매장관리비나 홍보비, 유통비를 생략한 경우여서 이 가격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것이 분당 몇백만원씩, 하루에 몇 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홈쇼핑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덤으로 줄 바엔, 반값에 주면 안되겠니?

그렇다면 홈쇼핑들의 '덤마케팅'에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반발은 없는 것일까? CJ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은 동일제품에 대해 많아도 2주에 한번 정도 방송이 잡히는데다 가격도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하게 맞춰줬기 때문에 그것마저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추가구성품을 주는 대신 가격 자체를 낮출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이것 또한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홈쇼핑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유인즉, '1+1' 상품이 곱하기 2가 되지 않아 반값에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세트에 6만원짜리 상품이라면 2세트의 경우 12만원인데 이것을 10만원 혹은 9만 9000원에 공급하는 구조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홈쇼핑들이 유독 '덤' 마케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의 장점이자 단점이 대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반대로 반품이나 취소에 대한 부담감으로 돌아온다. 거의 모든 홈쇼핑들이 교환이나 반품을 무료로 해주고 있는데, 소비자와 달리 회사는 배송비는 끊임없이 들어간다.

CJ 홈쇼핑 측은 "홈쇼핑에서 절대 팔지 못하는 상품이 3만원 이하다. 배송비도 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배송비에 대한 부담이 반품을 줄이는 마케팅에 집중하게 되고 보다 만족스런 서비스 즉, '1+1'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GS홈쇼핑의 경우 월평균 180만건의 주문건수 중 18%가량인 28만여건이, CJ홈쇼핑은 월평균 160만∼180만의 주문건수 중 10%가량인 16만∼18만건이 반품되고 있다. 우리·현대 홈쇼핑도 반품률이 15%에 이른다.

거품 뺀 '홈쇼핑 전용 브랜드' 탄생 러시

반품과 교환의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방송의 힘'을 무기로 갖고 있는 홈쇼핑은 분명 매력적인 채널이다. 최근에는 아예 대기업에서 홈쇼핑 전용 브랜드만을 생산하기도 한다. 기존의 브랜드를 유지비와 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는 홈쇼핑에 싼 값에 공급했다가 오프라인 매장의 반발을 살 것을 우려해, 아예 홈쇼핑에만 공급하는 브랜드를 만들거나 기획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백화점으로 가면 1.5배는 높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품질이 좋은 상품이다.

FnC 코오롱은 홈쇼핑 전용 브랜드 '이니지오(INIZIO)'와 '폴앤샘(Paul&Sam)'을 런칭해 시중보다 5배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골프와 타운 캐주얼의 장점을 혼합했으며, 유럽풍의 클래식하고 편안한 캐주얼을 추구한다.또한, 남성복 전문 브랜드 에반딕스를 론칭해 홈쇼핑에만 독점공급하고 있다.


<FnC코오롱, 홈쇼핑 브랜드 '에반딕스'>           <홈쇼핑 전용브랜드 '이니지오'&'폴앤샘'>

코오롱 신유통팀 황일서 이사는 "연간 3100억원이 넘는 홈쇼핑 의류 시장은 매년 10%대의 신장률을 보이며 새로운 유통시장으로 정착했다"며 탄생배경을 밝혔다.

최근에는 가격의 거품을 빼고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홈쇼핑이나 온라인몰 채널을 선호하는 추세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집중하는 유통채널로 궤도를 수정하는 대형업체들도 많다고 한다.

또,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홈쇼핑 채널에 공급하게 될 경우 브랜드 이름을 바꾸거나 오프라인 판매제품과 구별되게 따로 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홈쇼핑보다 더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의 진실

온라인쇼핑몰도 최근 최근 1+1 행사를 집중 유치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원 플러스 원(1+1) 행사는 제품 한 개 구입 시 공짜로 두 개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인터넷 라이브 홈쇼핑 바이라이브 상품본부 고성구 팀장은 "1+1 덤마케팅은 단기에 많은 수량의 매출을 발생시켜 박리다매로 이익을 내는 판매기법"이라며 "인터넷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입점시킬 수 있고, 덤마케팅으로 소요되는 브랜드의 마진은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 팀장에 따르면, 참고로 보통 해외 내셔널 브랜드 상품 정식수입업체의 경우 수입가 곱하기 3을 해 전후의 판매가를 설정하는게 보편화 되어 있다. 만일 정품 판매업자가 아닌 병행 수입업자의 경우 A/S부터 정품인증 부분까지 감안할때 3배의 판매가는 불가하고, 판매가를 훨씬 낮은 가격에 맞추게 된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덤마케팅 상품은 마진율을 계산해 셀러측에서 자발적으로 등록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시즌/런칭 등에 맞추는 특별한 경우) 온라인몰 MD와 셀러가 함께 기획해 진행하기도 한다.

1+1 덤마케팅은 박리다매 판매기법으로 마진율에 무리가 없는 한도 내에서 진행을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격 경쟁이 필요할 시) 회사 자체에서 출혈을 감수하고 덤마케팅을 진행하는 케이스도 있다.

반품상품 어떻게 처리될까?

굳이 원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가격이 저렴해지면 제품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홈쇼핑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반품 문제다. 반품된 제품의 경우 제조사로 넘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상품의 경우 홈쇼핑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기도 한다.

CJ 홈쇼핑의 경우 자체적으로 매입해 떠안게 된 반품상품의 경우 매년 '아름다운 가게'에 물품으로 기증하고 있다. 지난 한해만 해도 10억원의 물품을 기증했다는 것이 CJ 홍보실의 설명이다.

명품에 대한 여전한 불신

가방이나 선글라스 등 명품에 대한 불신도 사라지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구입하면 안심이 되지만,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면 짝퉁이 아닐까 의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명품은 명품벤더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 제품과 온라인몰의 직매입 제품이 혼재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끊이지 않는 '짝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온라인몰들이 직매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재고부담을 안고서라도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정직한 판매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명품은 백화점보다 많게는 30% 정도 낮다. 면세점보다도 5∼10% 정도 저렴하고, 면세점가가 낮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온라인몰 가격이 낮은 것은 유통 단계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 명품 담당 김용규 CM은 "최근에는 인터파크뿐 아니라 유명 온라인몰들이 명품관을 따로 만들어 자체 검열을 하고 있다"면서 "명품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온라인몰의 경우 가짜를 팔다 적발되면 이미지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기 때문에 믿고 사도 좋을 만큼 정직한 제품들이다"고 설명했다.

   다나와 진향희 기자 iou@danawa.com
기자블로그 <http://blog.danawa.com/hh_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