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몽마르뜨 언덕이 있고 도쿄에 시부야가 있다면 한국엔 홍대가 있다. 홍익대가 미대의 정점에 서기 시작한 10년 전부터  ‘홍대 앞’은 서울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어갔다. 현재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청춘들은 모두 홍대로 몰린다. 그렇다. 홍대는 이른바 ‘젊음의 거리’, 나이를 떠나 그저 ‘청춘(靑春)’ 이라면 모든 걸 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다. 그리고 그런 홍대를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 바로 ‘패션’ 이다.

 

'커지는' 홍대…'작아지는' 스타일

 

지금의 홍대는 그야말로 ‘커졌다’ 이대 골목에 가득 들어섰던 샵들이 무색해질 정도로 홍대 작은 골목 사이사이에까지 로드샵들의 행렬은 즐비하다. 홍대의 로드샵이 비대해진 가장 큰 이유로는 ‘클럽의 대중화’를 들 수 있다. 신촌 현대백화점을 지나 홍대 정문에 이르기까지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한 클럽들이 이제는 홍대 정문은 물론, 지하철 역 주변에까지 밀집되고 있다. ‘로드샵’ 역시 마찬가지다.

헌데, 최근 홍대 특유의 ‘패션’이 변모하고 있다. 독특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색깔을 자랑했던 홍대 패션 스타일의 다양함이 '획일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예로 근래 몇 년 사이 자리 잡은 홍대 주차장 거리를 들 수 있다.

 

 

 ▲ 홍대 주차장 골목  빼곡히 들어서 있는 로드샵들

 

클럽문화가 빠르게 확산됨과 동시에 급격하게 만들어진 주차장 거리의 수많은 로드샵들은 분명 기존 홍대 고유의 색깔과는 다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 (홍대 로드샵 R)의 말에 의하면 ‘클럽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주차장 골목에 하루가 멀다하고 로드샵들이 들어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점점 색깔을 잃어가는 건 사실이다. 처음엔 적어도 클럽 패션이라는 주제가 있었으나 그것마저도 점점 힘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주차장 골목에 들어선 로드샵들의 모습은 말했듯 ‘이대 골목’을 연상시킨다. 홍대 로드샵을 주로 이용한다는 송민석씨(가명.27세)는 “홍대에서는 소위 레어템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고등학교 때부터 애용했다”며 “이제는 홍대.이대.동대문의 패션이 다 똑같은 느낌이다. 그럴바에 차라리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편이 더 저렴하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많은 로드샵 - 비슷비슷한 패션 스타일

 

실제로 홍대 주차장 골목에 들어선 옷들의 가격은 천차만별. 그 중에서는 인터넷에서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물론, 인건비.가게세 등이 인터넷의 가격과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격을 합리화시키는 것은 부족하다. 동대문.이대 심지어 인터넷보다 홍대 로드샵의 가격이 비싼 건 결국 패션 스타일을 포함한 홍대의 모든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고 있는 홍대 상권들은 꾸준한 연구 또는 발품을 팔아서라도 ‘가격’에 합당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흥해야한다.

 

 

홍대 패션의 떠오르는 주자…커피 프린스 골목·온라인 몰

 

물론 꼼꼼히 찾아보면 홍대 스타일의 정취를 이어나가는 로드샵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홍대 패션 스트릿으로 떠오르고 있는 커피 프린스 골목 몇몇의 로드샵은 여전히 ‘홍대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 홍대 중심부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로드샵들

 

원색으로 도배된 간판에서부터 독특함이 흘러나오는 ‘M'샵은 주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남성 위주의 옷을 판매하고 있다. 편안함 속 자유로운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 M샵 내부

편안한 스타일 속 감각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아이템이 눈길을 끈다

 

홍대 스타일이 좋아 로드샵을 운영하게 됐다는 변은원(M샵 운영)사장은 홍대 스타일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갖가지 문화를 선도하는 홍대에서 패션이란 홍대 스타일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답하며 “점점 늘어나는 홍대 패션샵들의 경쟁이 긍정적으로 발전해 진화한 홍대만의 스타일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가는 홍대 패션은 비단 거리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극 각종 온라인 몰들에서도 쉽게 ‘홍대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홍대 로드샵들이 다양한 패션 트렌드를 선보였다면 온라인 몰들은 ‘홍대=클럽’이라는 특정 아이템을 공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특히, 로드샵보다 저렴한 온라인 몰의 가격대는 홍대 로드샵을 고수하던 단골 고객들의 발걸음까지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 온라인 몰 홍대 패션

화려하고 세련된 패션 스타일은 홍대 클럽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온라인몰 미스 홍대의 박재홍 사장은 “홍대 클럽이 대중적인 오락 문화로 자리잡은 만큼 클럽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또한 상당하다”며 “기존에는 클럽 패션의 화려함 때문인지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클럽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몰에서 구입하는 이유는 아래 인터뷰에도 잘 나와있다.

 

"홍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특이한 것이 많아 즐겁다. 원래 쇼핑을 즐겨하는 편인데 회사를 다니다보니 여의치 않아 인터넷 아이 쇼핑으로 전향했다.(웃음) 이제는 홍대에서 마음에 든 옷을 발견했을때 꼭 인터넷에서 찾아보곤 한다. 못찾을 때도 많지만 찾아낼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카디건과 치마는 옥션 오픈마켓 샵에서. 부츠는 홍대 로드샵에서 구입했다"     -안설희(28)-

"동대문이나 홍대에서 주로 옷을 구입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요즘엔 거의 못간다. 대신 온라인 몰을 이용한다. 너무 편리하다. 내 스타일의 옷을 방대하게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온라인 몰에서 몇 천원 하던 것을 로드샵에서는 만원대가 훌쩍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 온라인 몰에 심한 애착이 간다.(웃음) 팬츠를 제외한 티, 구두 전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구입했다."   -서정우(28)-

 

로드샵의 장점이 안전한 구매와 높은 만족도라면 온라인 몰의 장점은 알뜰한 가격과 편리한 구매를 들 수 있다. 특히나 점점 비싸져가는 홍대 로드샵에 비해 인터넷 몰의 알뜰한 가격은 소비자들의 해방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온라인 몰 또한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특정한 컨셉 없이 무조건 '홍대 스타일'이라는 명칭을 갖다 붙이는 일이 다반수다. 이것은 홍대 몇몇의 로드샵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홍대 브랜드'의 값싼 남용이라 말할 수 있다.

 

이미 세계에서는 한국 문화를 이끄는 힘의 요새로 홍대를 주목하고 있다. 다수와 소수의 문화 그 중심에 홍대가 있고 패션은 홍대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 급진적인 변화는 때론 악영향을 부른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옷을 ‘홍대’라는 브랜드를 붙여 비싸게 팔아 불신을 초래한 것 또한 이러한 경우다.

 

소비자들은 홍대에서 동대문의 방대함과 압구정의 럭셔리함보다 좀 더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기대한다. 앞으로 홍대 거리의 로드샵과 수많은 온라인 몰들은 홍대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홍대만의 분명한 ‘색깔’을 확립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글 / 다나와 김보미 기자 / poppoya4@danawa.com

편집 / 다나와 신성철 / multic00@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