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에서 에스프레소로-한국 커피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가 아닌데도 커피 소비량이 매우 높다. 손님이 찾아오면 “커피 한 잔 드릴까요?” 하고 묻거나 식사 후에는 으레 식당에 놓인 자판기 커피에 손이 간다. 그럼에도 전혀 위화감이 안 들 만큼 커피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음료다.

처음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건 에디오피아 고원 아비시니아의 양치기 칼디(Kaldi)가 양떼들이 커피 열매를 먹고 흥분해 날뛰는 원인을 조사하다 빨간 나무 열매의 효능 탓임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커피는 수도원을 통해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게 됐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커피믹스를 처음 만든 나라는 한국임을. 1976년 동서식품에서 커피 한 스푼, 설탕 세 스푼, 크림 두 스푼을 섞어(Mixed) 만든 커피믹스는 그 편리함에 급속도로 보급되기에 이르렀고 당시 직장 여직원의 말 못할 고충이던 커피 심부름을 단축시켜 여권 신장(?)에 큰 기여를 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 양질의 원두커피를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획일화된 커피믹스에서 탈피한 고급 커피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별(스타벅스)과 콩(커피빈) 같은 외국산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뿌리내림에 따라 고급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세련된 도시인의 조건인양 여겨지게 되었다.

고급 커피 시장의 확대와 함께 고급 커피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만끽할 수 있는 테이크 아웃(Take-Out) 원두커피 전문점의 증가, 그리고 드라마 속 선남선녀가 ‘커피’를 매개물로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이룬 ‘커피프린스 1호점’의 대 성공은 기존 획일화된 커피믹스 문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커피 소비층을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만의 맛과 향을 얻기 위해 커피 원두를 고르고 커피메이커를 구입해 커피를 즐긴다. 이들에게 커피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맛과 멋, 그리고 여유를 안겨주는, 일종의 사회 트렌드의 주류상품인 것이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에스프레소 머신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혼수용품 대열에 당당히 올라갔다고 한다. 고가의 침구세트 같은 허례허식보다는 대형 TV, 음식물 처리기 같은 필수 가전, 그리고 와인 셀러, 비데, 로봇청소기 등이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추천 혼수 상품으로 뽑혔다고 한다. 이쯤 되면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커피메이커? 에스프레소 머신?

전문 커피 용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헛갈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다른 걸까? 친숙한 단어는 커피메이커다. 이 제품은 원두에 뜨거운 물을 직접 통과시켜 커피를 우려내는 방식이다.

그와 달리 에스프레소 머신은 원두에 뜨거운 압력과 뜨겁게 데워진 물을 순간적으로 가해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고급 커피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면서 커피의 향이 깊고 스팀 노즐을 사용해 카페모카, 카페라떼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즉, 이 두 가지를 커피머신으로 지칭할 수 있으나 커피메이커를 찾는 이가 거의 없는 탓에 '커피머신=에스프레소 머신'처럼 사용되고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종류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하기에 앞서 전자동과 반자동 중 택일해야 한다. 전자동은 원두를 갈아주기까지 하는 반면 반자동은 원두를 따로 갈아 넣는 것을 말하며, 커피팩, 캡슐커피도 반자동에 포함된다. 즉 바리스타가 필요하냐, 안 필요하냐로 나누면 될 듯하다.  

종류에 따른 에스프레소 머신 분류
 

전자동 : 원두를 갈아주는 기능(그라인더)부터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주는 기능까지 모든 게 자동으로 이뤄진다. 제품에 따라 자동 세척 기능까지 갖췄으나 100만원이 넘는 고가이므로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다소 부담이 되는 제품이다. 커피 전문점이나 회사 등 단체 손님을 위해 구매하기 적당하다. 대표 모델로는 Saeco의 Talea Ring(탈레아링)을 꼽을 수 있다.  
 

반자동 : 원두를 갈아주는 그라인더가 생략된 모델. 가루커피를 필터에 넣어 다져서 커피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련이 돼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가루커피를 필터에 넣고 수평이 되도록 두드리는 작업은 태핑(Tapping)이라 하며, 두드려서 수평을 맞춘 후 누르는 작업은 탬핑(Tamping)이라고 한다(반자동은 커피포드 겸용 제품은 많다). 대표 모델로는 드롱기(DeLonghi)의 BCO255가 있다.  
 

커피팩(커피포드) : 일반 커피나 차 마실 때 넣는 티백처럼 포장되어 있다. 이렇게 한 개씩 포장되어 있는 티백을 필터에 넣어 에스프레소 머신에 꽂은 후 추출하는 방식이다. 커피 맛에 민감한 이들은 맛이 떨어진다고 평하기도 하지만 기종에 따라 에스프레소(30cc)부터 아메리카노(300cc)까지 다양하게 추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대표적인 모델로는 Cpisp의 SA261-20을 꼽을 수 있다.   
 

캡슐커피 : 커피보드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자동 머신이며 원두 액기스를 담은 작은 캡슐을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고 추출한다. 캡슐 하나로 한 잔밖에 못 뽑으며 가격대별로 보급형 300원대부터 고급형 700원 이상이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구매한 에스프레소 머신별 전용 캡슐을 사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Caffitaly System의 OCS-3000가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 구입은 신중하게

커피 전문점의 고급 커피 한 잔이 4천~6천원을 호가하는 요즘 에스프레소 머신 한 대만 들여놓으면 양질의 커피를 부담 없이 마음껏 마실 수 있다. 하루에 한두 잔 이상을 꼬박꼬박 마시는 커피 매니아라면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해도 무리가 없다. 이와 달리 어쩌다 한두 번 원두커피를 찾는 이라면 굳이 수십만 원을 들여 기기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만약 하루에 수십~수백 잔을 만드는 커피전문점이나 회사라면 제품 청소까지 알아서 해주는 전자동 머신을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 가정에서도 일반적으로 커피팩 또는 캡슐 커피를 주로 마시니 일반 가정이라면 반자동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제품에 따라 가격 편차가 꽤 큰 것도 구매 시 고려해야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10만원대 저렴한 국산 제품부터 200~300만원대 고가 수입산까지 그 종류와 가짓수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섣부르게 구매하기보다는 세부 기능들과 상품평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에스프레소 커피 맛있게 즐기기

◇ 적정 기압 이상에서 추출하자.
에스프레소는 섭씨 90°의 물로 9기압(9bar)에서 20초 정도로 추출한 커피를 말한다. 기압이 낮으면 에스프레소 커피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고 향을 내는 크레마(Crema, 커피 위 갈색 거품)를 풍성하게 만들 수 없다. 때문에 높은 압력과 일관된 수온을 유지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필수다. 대부분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내부 펌프에서 15기압의 압력을 제공한다.

◇ 종이컵에 마시지 말자.
커피는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른 민감한 음료다. 가능하면 머그컵을 커피 온도와 유사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최소한 머그잔을 사용하도록 하자. 종이컵은 보온성이 떨어져 쉽게 식으며 커피의 향이 일찌감치 날아간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크레마도 쉽게 사라진다. 종이컵에 따라 뜨거운 음료와 종이컵의 미세한 냄새가 섞여 커피 맛이 변질될 수도 있으니 유의하자.

◇ 커피 원두를 가는 것도 중요하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할 경우 원두를 일반 드립식 커피 추출기를 사용할 때보다 곱게 갈아야 향이 더 좋다. 그라인더의 날을 얇은 날로 교체하면 한결 곱게 갈을 수 있으며 특히 원두의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원두를 곱게 갈면 한결 맛이 좋다.

◇ 다양하게 즐겨보자.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팀 노즐을 사용해 밀크 거품을 만들 수 있다. 뜨거운 스팀과 우유, 커피를 혼합해 카페라떼, 카푸치노, 마끼아토 등 다양한 커피 음료를 만들 수 있다. 어떤 제품은 물의 양을 조절해 아메리카노도 만들 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라고 에스프레소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별 판매 유형 분석

다나와 리서치 구매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면, 전체 제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약 49%가 드롱기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DE CAFÉ 13%, 3위 CPISP가 10%를 차지하며 4위 컨벡스코리아가 4%, 나머지 제품들이 24%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 2008. 11.~2009. 1. 판매 데이터, 다나와

드롱기 제품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보이는 이유는 커피메이커와 에스프레소 머신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췄으며 중간 가격대 이상의 제품 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DE CAFÉ는 가격이 무척 저렴한 입문용 기기로 타 제품보다 압력이 다소 낮은 편이다. Cpisp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스팀 노즐을 갖췄고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데 꼭 필요한 15기압 압력을 제공한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판매 비중이 낮은 컨벡스코리아 제품은 이름으로 알 수 있듯 국산 제품이다. 외국 유명 제품의 주요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 밖에 Saeco 제품도 자동세척 기능, 2잔 동시 추출 등 여러 편의기능을 갖춰 소비자들의 반응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 판매량이 높진 않다.

에스프레소 머신 종류별 판매량은 얼마만큼의 차이를 보일까? 다나와를 통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무려 95%가 포드(POD), 분말을 사용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포드와 커피 분말을 사용하는 제품이 캡슐 머신과 전자동 머신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 2008. 11.~2009. 1. 판매 데이터, 다나와

 전자동 제품이 캡슐형 제품보다 판매량이 많은 것은 아마도 커피 전문점이나 사무실 등 다량의 커피를 추출하는 곳에서의 구매가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인기 에스프레소 머신 Top 6

◇ 포드 & 분말커피 머신 

 

DeLonghi

Cpisp

BCO255

SA2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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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Saeco

Saeco

Incanto

Talea 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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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슐형 에스프레소 머신  

Caffitaly System

Nespresso

OCS-3000

C90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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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의 제품 순위는  다나와 리서치 서비스 데이터를 기본 토대로 작성 되었습니다.

다나와 리서치는?

다나와를 통해 판매되는 실 구매와 유저 클릭을 기반으로 수집되는 다나와 리서치는 1주일 단위로 집계되기 때문에 국내 PC/디지털 가전 판매 동향과 가격, 인기도를 통해 전체 시장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강력한 신뢰성이 특징입니다.

자세한 데이터는 국내 유수의 기업 회원에게 유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다나와 리서치 기업회원 서비스 신청.JPG
 

다나와 이상훈 기자 tearhunter@danawa.com
다나와 주방가전 CM 김윤경 kitchen@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