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한민국이 흥겹다. 지난 9일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이다. 축 쳐졌던 국민들의 어깨도 이번만큼은 들썩거린다. 밤낮으로 시달렸던 ‘불황’ 이라는 우울한 단어는 스포츠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뿔뿔이 흩어졌던 국민들은 함께 모였고 대한민국을 연발했다. 바로 이것이 스포츠의 힘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기적, 스포츠의 힘을 보여주려는 이가 있다. 작고 고운 얼굴로 국내 입식 타격의 실력자라는 수식어를 꿰차고 있는 여자. 세계 최초 K-1 여성매치 무대에 오르는 그녀, 바로 이종격투기 선수, 임수정이다.

 

 

오는 20일 세계 최초로 K-1 무대에 오르는 임수정, 21전 17승 4패라는 전적부터 8번의 KO승까지, 작은 그녀의 이런 엄청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다나와 김보미 기자가 만나보았다.

 

작은 여전사 임수정이 들려주는 이야기

 

인터뷰를 하기 전에 미니홈피에 들어가 봤다. 메인 글귀 중에 ‘멋지게 한판’ 이라는 글귀가 참 인상적이었다. ‘즐기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시합을 즐기고 있는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굉장히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합을 마치고 내려오기까지 모든 것들에 최선의 힘을 다하며 즐기면서 하려 노력한다.

 

3월 20일 ‘k-1 맥스 코리아 2009’에서 일본 레이나 선수와 k-1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결을 펼친다. 감회가 어떤가.

 

설렘 반 긴장 반이다.(웃음)  확정되고 나서 두근거림을 달래느라 고생 좀 했다. 여자선수로서 최초로 서게 되어 영광이다. 링에 설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 들께 감사한다.

 

임수정 선수의 전적을 살펴보자면 현재 밴텀급 챔피언과 네오파이트 52kg 챔피언 타이틀 보유, 각종 대회에서 21전 17승 4패 8KO 라는 엄청난 전적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더 칸’ 대회에서는 호주의 아쉬리에게 TKO승을 거두기까지 했다. 대단하다. 도대체 비결이 뭔가.

 

시합은 그날의 컨디션과 운도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선의 노력과 할 수 있다는 믿음.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번에 임수정 선수와 대결하는 일본 킥복싱선수 레이나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2007년 입식 타격기에 데뷔한 신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성격투기 무대 J girl 플레이급 7위, 킥복싱 레이디스 3위에 오르며 일본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임수정 선수가 뽑는 레이나선수의 위협적인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레이나 선수의 물러섬 없는 저돌적인 파이팅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나는 꼭 이길 것이다. 물론, 시합은 해봐야 알겠지만. 자만은 금물!(웃음)

 

 

2008년 아쉬리와의 경기를 보면서 같은 여자로써 멋지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솔직한 표현으로 죽인다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그런 파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아침이 오기 싫게 만들었던 지독한 훈련의 결과물!!

 

경기 중 주로 무슨 생각을 하나.

 

시작 전엔 링에 오르게 되는 것에 대해 감사, 최선.. 힘내자 뭐 그런 생각들로 가득하고 시합 중간엔 경기 운영에만 집중한다.

 

언제부터 무에타이를 시작했나.

 

2003년 1월 16일 삼산이글 체육관 입관하며 처음으로 시작했다.

 

위험하지 않은 운동도 많은데 왜 하필 위험한 이종 격투기를 선택하게 되었나.

 

그냥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단순하다.(웃음)

 

 

날카로운 하이킥과 파괴력 있는 라이트 펀치가 인상적이다. 이런 힘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 훈련 시간은 주로 몇 시간인가.

 

예전에는 오전 오후 두 타임씩 7시간 정도로 훈련했다. 시합을 앞두고 있을 때는 네 타임으로 나눠 8시간 정도 훈련하고 시합이 없을 땐 기본적인 훈련 위주로 3-4시간 정도 임하는 편이다.

 

이종 격투기 외에 자주 하거나 몸을 다듬기 위해 하는 운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주로 등산을 한다. 근처 산에 자주 오르는 편이다.

 

탄탄하고 건강한 몸이 인상적이다. 따로 몸매 관리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가.

 

살이 굉장히 잘 붙는 체질이기 때문에 식단 조절을 잘 해줘야 한다. 조금만 아차 하면 “헉”소리 나게 체중이 불어 버릴 때도 있다. 아무리 꾸준한 운동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식단 조절은 결코 피할 수 없다.(웃음)

 

화제를 좀 바꿔보겠다. 임수정 선수는 팬, 특히 남성 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매력적인 얼굴과 몸매 모든 것이 완벽하다라는 인터넷에서 본 한 팬의 문구가 기억난다. 경기를 할 때 확실히 이런 팬의 존재는 힘이 되는가.

 

어디서 그런 문구를 보셨는지…(웃음) 경기할 때 팬들의 존재는 엄청난 힘이 된다. 선수들은 링에서 관중의 환호에 없던 힘도 생기게 한다.

 

 

평소 모습을 보면 이종 격투기의 임수정 선수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헤어 스타일이나 옷 스타일도 감각적이다.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인가.

 

너~ 무 여성스러운 옷은 싫다. 그것 외엔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해 보는 편이다. 딱히 좋아하는 스타일은 없는 것 같다.

 

남자친구는 있는가. 인기가 많아서 남자친구가 있을 것 같은데.

 

없다.(웃음)

 

이상형을 묻고 싶다. 좋아하거나 꼭 만나보고 싶은 연예인이 있는가.

 

다정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려 깊은 사람이 좋다.

 

미니홈피를 보면 감수성이 참 풍부한 것 같다. 격한 운동하는 사람이 감수성까지 풍부하니 물론 편견이긴 하지만 굉장히 묘한 매력을 불러 일으킨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임수정 선수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렇다면 임수정 선수 스스로가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본의 아니게 인터뷰를 위해 미니홈피 탐방이 불가피했다. 이해해달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매력?음…이런 질문이 제일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최선을 다해 나를 태울 줄 아는 것’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경기에 임하는 임수정 선수의 각오를 듣고 싶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멋지게 한판!!!

 

다나와 팬들을 비롯한 임수정 선수의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관심 가져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이겨달라. 이겨줄 수 있겠는가.(웃음)

 

꼭!!!!!!!!!!!!!!!!!!!!!!! 이길겁니다!!(웃음)

 

그녀의 눈빛, 그녀의 고집, 그리고 그녀의 힘

 

국내 전문가들은 무난한 그녀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그녀가 느끼는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느 스포츠가 그렇듯 어떠한 드라마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 나를 태운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꼭 이길 것’이라고 그녀는 다시 한번 말했다. 문득, 승패 따윈 아무렴 어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즐거움이, 그녀의 힘이, 그녀의 고집이, 그녀의 모든 것들이 이미 ‘승리했기 때문이다’

 

글/ 다나와 김보미 기자 poppoya4@danawa.com

편집/ 다나와 신성철 multic00@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