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게 될 게임기가 어떤 모양새를 갖추게 될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게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일부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되건 말건 별 흥미 없는 예기 거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이 생활 속 엔터테인먼트로 깊이 자리 잡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앞으로 즐기게 될 게임의 형태에 대해 한번쯤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GDC 2009’라 불리우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렸다. 주목할만한 것은 이 컨퍼런스 기간 동안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가지고 즐기게 될 게임기의 형태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고 ‘온라이브’(OnLive)라 불리우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서비스도 발표 됐다.

 

 

가정용게임기는 지금 세대가 마지막이다?

 

지난 3월 25일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Gamebest 2009 Games Conference가 개최 됐다. 이 컨퍼런스에서 주목 할만 것은 향후 게임 환경 및 게임서비스의 형태의 변화에 대한 토론 내용이다.

 

Wedbush Morgan의 애널리스트 Michael Pachter씨는 이 토론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게임기가 마지막 세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그는 장래적으로 볼 때 ‘온라이브’와 유사한 특정 플랫폼(게임기)이 필요 없는 게임서비스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이런 비전을 제시한 근거로는 게임 개발사가 다수의 게임기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개발 비용이 들어간다는 데에 기인 한다.

 

위의 의견에 대한 반대 주장도 있다. Lazard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인 Colin Sebastian씨와 DFC인텔리전스의 David Cole씨는 가정용게임기의 세대는 2012년경 차세대기 출시로 한 세대 더 명맥을 이어 갈 것이며, 동시기에 소니가 PS3로 소프트웨어 판매수익이 정점에 이를 때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차세대기 출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두 의견을 살펴보면 결국 과거부터 이어져온 현재의 게임 서비스 방식은 언젠가는 끝난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그리고 게임 서비스 방식의 변화는 게임 업계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일찍부터 예견한 바 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스퀘어에닉스의 CEO 와다 요우이치씨도 게임 유통 방식의 변화에 대해 예견한 적이 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과거 게임제작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소비자로 이어지던 과거와 현재의 게임 공급 방식이 앞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찾아 즐기는 방식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현재 국내 주류 서비스인 온라인 게임과 흡사하며 근래 발표된 ‘온라이브’의 서비스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 해외 게임 애널리스트들은 다음 세대의 게임기가

나오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번 세대 혹은 다음 세대가 기존 게임기 형태로서는

마지막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 앞으로의 게임기의 형태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이자 前소니 그룹의 리더였던 쿠타라기 켄씨를 기억하는가?

 

쿠타라기씨도 과거 PS3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게임기의 방향성에 대해 “PS3는 거대한 네트워크 하에 일개의 단말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등 최근 발표된 ‘온라이브’와 유사한 서비스를 일찍이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움직임은 현재의 게임기와 온라인 게임들을 보면 분명해 진다. 지금 우리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기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게임기는 ‘온라이브’ 처럼 게임기 본체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일까? 필자가 볼 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될지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현재 네트워크 인프라로는 ‘온라이브’ 서비스를 널리 보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온라인브’ 측 발표에 따르면 480p화면을 즐기는 데는 초당 1.5mbps, 720p의 준HD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초당 5.0mbps이상의 인터넷 회선 속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원활한 게임 서비스를 위해 게임 서버로부터 사용자가 1,600Km 이내에 거주해야 된다는 제약도 있다. 온라이브가 제시하는 조건은 지금 현 상황에선 매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보급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속 인터넷 환경을 널리 보급하는 데에는 그 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온라이브' 서비스 개념도,

인터넷을 통해 바로 게임을 즐기는 형태라 고성능의 PC도

게임기도 필요 없는 획기적인 서비스 방식이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회선 속도의 한계로 널리 보급하기

힘든 상황이다.

 

 

▲ '온라이브' 단말기는 USB, 이더넷포트, HDMI, 광단자 등

간단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인터넷 환경으로 이용 가능한 게임 서비스는 무엇일까?

 

제한된 인터넷 환경 내에서 온라인 네트워크 중심의 게임이라면 PC온라인 게임과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가 있다. 이런 서비스는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가속화 될 조짐이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위에 언급한 애널리스트들의 의견대로 현 세대 게임기들이 오랫동안 현역을 유지하거나 약간 진화된 형태의 차세대기들이 등장해 지금의 게임기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라 본다.

 

이렇게 되면 게임이 디스크나 카트리지로 출시되는 일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PC온라인 게임이 가정용게임기로 이식되는 사례도 일어날 것이다.

 

PC온라인 게임을 가정용게임기로 서비스 하려는 움직임은 오래전 부터 국내에서도 존재했다. 아직까지도 서비스 되고 있진 않지만, 넥슨이 ‘마비노기’를 Xbox360으로 개발(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개발이 중지되었을지도 모르겠다.)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이사도 자사의 차세대 PC온라인게임을 향후 가정용게임기로도 서비스 할 계획이라는 등 온라인게임의 가정용게임기로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한 게임 추가 콘텐츠 공급 역시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용게임기도 마찬가지다.

 

닌텐도는 최근 ‘닌텐도DSi’를 해외 출시해 게임기를 온라인에 연결해 직접 게임소프트를 다운 받아 즐길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소니도 마찬가지다. 현재 온라인 전용 소프트는 많치 않으나 온라인을 통해 구입할수 있는 PSP 소프트를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휴대용게임기도 이런 식으로 온라인 중심의 서비스가 가속화 된다면 머지 않아 모든 게임을 온라인을 통해 직접 구해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존 게임 유통업자는 뭘 먹고 살란 말인가?

 

사실, 이 문제는 미국/ 일본 등지에서 오래전부터 문제시 되어 왔던 대목이다. 게임 제작사들은 소매상들의 중고판매로 인한 수익 저하와 이로 인해 발생되는 악성 재고문제 등으로 늘 골머리를 썩혀 왔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게임 직배 방식을 오래전 부터 시도해 왔으며 이런 움직임이 게임 제조사와 유통업자 간의 갈등의 씨앗이 되어 왔다.

 

최근, 게임 개발비의 증대로 압박감을 느끼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마진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온라인을 통한 직접 판매 방식은 "중고문제+재고문제+개발비부담"을 한 방에 해결할수 있는 매력 요소일수 밖에 없는 상황에 치닫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는 소비자들의 게임 불법 복제도 큰 요소로 작용한다. 온라인으로 직접 팔아도 불법복제는 없어지지 않지만 패키지로 판매 할때 보다 수입이 짭짤하다는 것을 게임 제작사들은 이미 알고 있다.

 

상황이야 어찌됐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게임제작사다. 스퀘어에닉스 CEO 와다씨 말 대로 "앞으로의 게임업계는 성공적인 콘텐츠를 가진 자가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런 움직임을 이미 지켜보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미래는 이미 코 앞까지 와 있다.

 

 

김형원/ 다나와 정보콘텐츠팀/ akikim@danawa.com

블로그 <http://blog.danawa.com/hw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