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유닛과 한국의 기술이 만든 스피커, 랩소디

오디오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초급 사용자에서 중급 사용자로 넘어가는 사용자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중급 사용자에서 고급 사용자로 들어선 이들의 활동까지 줄어들지는 않아 여전히 하이파이 관련 사이트에서만큼은 매니아들 간의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한 사이트 관련 글을 살펴보면 고급 사용자들일수록 직접 제품을 자작하려는 이들도 꽤 많은데, 자작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자작용 툴이나 부품들을 조달하는 업체도 간간히 눈에 띄고 있다.

Rhapsody 상세 스펙

형식

2웨이 2스피커

유닛 구성

152mm 비파 콘 우퍼×1, 20mm 비파 실크돔 트위터×1

감도

86dB(1w/1m)

허용입력

100W

임피던스

8Ω

재생 주파수 대역

55Hz~40,000Hz

크기/무게

W190×H310×D230mm/12kg(1EA)

▲ 원목 인클로저와 고급 유닛을 사용해 품질이 무척 고급스럽다.

자작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의 수급이 중요한데, 앰프나 스피커 케이블 류를 위한 부품은 시중에 비교적 많이 보급됐지만 스피커의 자작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스피커의 가장 핵심 부품이 되는 유닛을 개인이 낱개 단위로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그에 맞춰 네트워크 회로를 구성하고 인클로저를 씌운 후 음향 테스트를 거친다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해야 얻을 수 있는 음향 데이터에 기초해야 하므로 속칭 '노가다'에 가깝다.

결국 자작한 스피커로 중·고급 사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인내심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기술을 간직한 사운드포럼

국내 스피커 제조사 사운드 포럼은 스피커부터 진공관 앰프, CD 플레이어, 프리앰프, 파워 앰프, 인티앰프 등을 자작하는 업체다. 그간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고급 제품군(콘트라베이스 3, 콘트라베이스 2, CD.77, 사라지다 프리/파워 앰프 등)을 선보였으나 최근 들어 비교적 저렴한 인티앰프 줌과 렌쯔, 그리고 PC-Fi  초급 사용자를 위한 소형 북셀프 스피커 멜론, 포도, 오렌지 등을 선보이며 제품의 다층화/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 사용된 유닛은 트위터, 우퍼 모두 덴마크 비파 유닛이다.

그 중 본 리뷰에 소개하는 스피커 '랩소디'는 소비자 가격 63만원으로, PC-Fi용 스피커에서 벗어나 좀 더 크고 음이 탄탄한 스피커를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가격대를 상회하는 고급스러운 만듦새

아무래도 가격대를 따라 만듦새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랩소디의 63만원이란 가격이 결코 저렴한 금액이 아닌만큼 외관에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 MDF 합판에 시트지를 입힌 저렴한 제품과 달리 나뭇결이 살아 있는 두꺼운 원목 마감은 우아해보이며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안겨준다.

유닛과 인클로저 사이의 배플 또한 굉장히 단단한 인상을 주지만 그릴을 벗기면 드러나는 수많은 육각렌치 볼트는 심미성을 떨어뜨린다.

인클로저는 전통적인 직사각형 형태로 안정감을 높였으며 좌우 끝단을 깎아 단조로움을 탈피했다. 그리고 윗면과 뒷면 사이를 곡선 처리해 각진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는 현대 스피커들의 부드러운 외관에 가까워졌다.

▲ 금도금 처리한 단자부도 고급스럽게 마무리했다.

개당 무게가 12kg나 돼 북셀프 스피커로는 제법 중량급이라 할 수 있는데, 무거울수록 대출력에서 불필요한 진동과 공진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랩소디의 무게감을 수긍할 수 있다.

제품 전면에는 사운드포럼이라는 상표가 없지만 뒷면에는 덕트와 그 아래 금속 플래이트로 제조사 명과 간단한 스펙을 새겨넣어 구매 시 일일이 카탈로그를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 점도 인상적이다.

사운드포럼의 스피커들은 유닛이나 디자인이 통일감을 지니지 않아 브랜드성이 취약하지만 단일 모델로의 완성도는 우수하다 할 수 있다.   

덴마크의 비파 유닛 채용, 개방적인 사운드가 인상적

스피커에서 네트워크 회로와 인클로저의 매칭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역시 음질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드라이버 유닛일 것이다. 사운드포럼은 해외 유명 유닛 제조업체(아큐톤, 스카닝, 비파 등)의 유일한 한국 독점 수입업체다. 세계적인 스피커에 사용되는 고급 유닛을 사용해 스피커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데 본 랩소디 스피커 역시 덴마크의 비파(Vifa)에서 만든 실크돔 트위터와 폴리콘 우퍼를 사용했다.

실크돔 트위터의 재질은 천의 일종이며 폴리콘 우퍼는 광물질의 일종인데, 실크돔 트위터는 굉장히 얇고 가늘어 반응 속도가 빠르고 폴리콘 우퍼는 개방감이 풍부한 특징이 있다.

 

▲ 실크돔 트위터는 40kHz까지 고음역을 재생할 수 있다.

 

▲ 5.25인치 우퍼는 폴리콘 우퍼로 개방감이 우수하다.

날카롭거나 무딘 음이 아닌 중용의 음

랩소디 스피커의 특징은 일단 구동이 용이하다는 데 있다. 출력이 낮은 스피커로도 충분히 볼륨을 높일 수 있다. 낯을 안 가리는 이유는 유닛의 특성도 중요하겠지만 허용입력 100W의 넉넉함과 적당한 크기의 우퍼 유닛의 조화가 주된 원인이 되는 듯하다.

최대 40,000Hz까지 뻗어주는 트위터는 음이 날카롭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실크돔 특유의 부드러운 소리는 개방감이 있고 고음부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저음은 울림이 풍부하고 소리가 앞으로 많이 나오는 타입으로 개방감이 우수하다. 음 수가 많은 앨범을 재생하면 선명함과 디테일이 어느 정도 살아나지만 역시 최상급으로 그려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전체적인 특징은 두툼한 저음역, 밝은 중고음역이며 스케일감이 탁월하다. 음량을 높여도 음이 잘 풀어지지 않아 특별히 앰프를 많이 가리지 않지만 음의 엣지(Edge)가 서는 묘사력에서는 약간 아쉽다.

모나지 않고 앰프의 신호를 그대로 토스하는 듯한 중립적 색채가 강해 개성이 부족한 듯 보이지만 공간을 확장해주는 호방함과 구동에 인색하지 않은 점이 랩소디의 개성이라 할 수 있다.

스피커 크기 자체가 제법 큰 편이므로 테이블에 올려 놓고 쓴다면 스피커 본래의 소리를 십분 활용하기 어려우므로 좌우 길이를 제법 넓게 하고 2~3m 정도 떨어져서 듣는다면 한결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준다. 북셀프 스피커이므로 그보다 큰 스피커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은 부족하지만 반대로 북셀프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스케일감을 최대한 살려주는 스피커라 할 수 있다.

  

▲ 가격에 걸맞도록 단자부도 허술하지 않게 마무리했다.

소리 성향은 랩소디란 이름처럼 자유분방해

랩소디(Rhapsody)의 사전적 의미는 서사시의 한 부분 또는 서사시적 부분의 연속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다른 말로 광시곡이라고도 한다(두산백과사전 차용).

서사시에 사용되던 곡인 만큼 랩소디는 형식·내용 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환상곡풍 기악곡을 뜻하기도 하는데 사운드포럼의 랩소디는 이름의 뜻처럼 다분히 서사적이고 스케일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다나와 이상훈 기자 tearhunter@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