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축구 게임을 정의해 온 두 가지 큰 틀이 있었으니, 하나는 액션의 호쾌함이요, 또 하나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사실성의 구현이다. 흔히 전자는 영미, 그리고 유럽권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FIFA 축구 시리즈’ 로, 후자는 아시아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위닝 일레븐 시리즈’ 로 대표되어, 어느 시리즈가 우월하다고 평할 수 없이 서로를 라이벌로 유저간 호불호를 뚜렷하게 나눠왔다.

 

오늘은 그 양대 산맥 중 보다 사실성에 중심을 둔, 바꿔 말해 스피디한 전개가 부족했다고 평해지던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최신작 [위닝일레븐 2010] 을 고찰해보자고 한다. 그리고 서두에 반드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작품이야 말로 그 동안 제작사가 추구해왔던 아이덴티티, 즉, 축구의 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포메이션 시스템과 같은 전술의 강화를 통해 빠른 게임 전개의 호쾌함을 노리는, 바꿔 말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여러분이 바라던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화두는 ‘팀과 개인은 하나로 맞닿아 있다’ 는 것이다. 즉 팀을 떠난 개인은 없고, 개인이 없는 팀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쉽게 말해 팀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전체적인 큰 틀이 짜여 지고, 그 틀을 구성하는 선수들의 개성이 녹아져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라는 것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작품에서 그것을 가리켜 ‘팀 스타일 슬라이드 시스템’ 과 ‘플레이 스타일 카드 시스템’ 라 부르며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팀 스타일 슬라이드 시스템은, 그 동안 단순히 포메이션 체계와 선수 개개인의 역할 분담만이 결정되던 방법에서 탈피, 유저가 원하는 팀 스타일을 구축하되, 최대한 쉽게 그 빈도와 강약의 설정만으로 전체가 돌아가도록 설정할 수 있는 체계다. 총 8가지의 항목이 있으며, 각각의 항목으로 첫째 ‘패스의 서포트 의식’ 은 공을 잡은 선수가 패스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바꿔 말해 볼을 잡기 편한 위치로 가도록 선수들이 보다 전방으로 나아가는 강도를 의미하며, 이어 두 번째 ‘패스의 서포트 거리’ 설정을 통해 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와의 거리를 결정하며, 세밀한 패스를 위해선 높게, 반대로 크게 차 넣어주는 스타일을 원한다면 낮게 두면 된다.

 

 

 

세 번째, ‘포지션 체인지’ 를 통해 유저는 선수 간의 포지션 변화를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은 선수가 할 것이냐를 책정할 수 있어, 양쪽 윙과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 변경을 통해 상대 마크 맨들을 교란시킬 수 있으며, 네 번째 ‘공격 방법’ 은 전체 팀의 공격 스타일의 윙을 통한 사이드 돌파인가, 반대로 중앙 돌파에 의한 정공 스타일가에 대한 선호를 나타낸다.

 

다섯번 째 ‘압박의 강도’ 는 현대 축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컴팩트 사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격 최전방에서의 프레스 강도를 의미하며, 이어진 여섯번째는 ‘디펜스 라인의 높이’ 라 하여 수비수를 얼마나 더 끌어 올려서 보다 적극적인 수비를 펼칠 것이냐에 대한 것, 나아가 일곱번 째는 상대에게 압박을 가할 때 얼마나 그 거리를 좁게 할 것이냐에 대한 ‘밀접도’, 끝으로 디펜스 라인 타입은 업사이드 트랩을 노리느냐, 혹은 스위퍼 시스템을 두느냐의 차이를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팀을 설정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막 부임한 ‘FC Danawa’ 라는 팀이 있다고 치자. Danawa팀은 그 동안의 착실한 전술 훈련을 통해 전체적인 팀원들의 이해도는 높지만 볼 점유율이 부족해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팀이다. 제일 먼저 필자는 보다 적극적인 공격을 위해 패스 서포트 의식을 높여 주어 미드필더 진에서 공을 잡았을 때 많은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 패스의 옵션을 높였다. 이어, 그 동안 뻥축구로 일관했던 팀의 스타일 개조를 위해, 나아가 높은 볼 점유율을 위해서라도 과감히 패스의 서포트 거리를 좁게 설정했으며, 포메이션의 변화는 그다지 바라지 않기 때문에 포지션 체인지는 거의 없도록 하되, 양 날개 윙어를 통한 단순한 센터링보단, 세밀하게 공간을 짤라 먹으며 전진을 한 뒤 수비 뒷공간을 철저하게 노리는 중앙 돌파 스타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수비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프레스를 위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컴팩트한 축구를 위해 디펜스 라인과 밀접도를 높이고, 마지막으로 이럴 경우 한 방에 뚤릴 때 최후의 수비수를 위해 커버링 시스템을 채택하였다.

 

 

이렇게 유저가 원하는 방향의 전술을 쉽고 빠르게 설정하되, 게임 AI의 대폭적인 개선을 통해 실제 설정해둔 방향으로 선수들이 움직이는, 즉, 보다 더 전술 지향적인 동시에 빠른 전개가 가능한 것이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게임을 즐기다 보면 흡사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듯 정교해진 동선에 마음 속 깊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전술을 결정했다면 그 전술을 수행할 선수가 필요하다. 제 아무리 뛰어난 감독의 훌륭한 작전이라도 그 작전을 수행할 선수가 없다면 ‘훌륭한 이념’ 에 불과하다. 명장이라면 적재 적소에 맞는 선수를 배치할 수 있어야 하며, 반대로 주어진 선수들에 맞게 전략을 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일 것이다. 사실 그 동안의 위닝은 선수의 능력치와 특수 능력만으로 이 선수는 발이 빠르고 중거리슛에 능한 선수와 같은 1차원적인 정의만이 가능 했었더라면, 이번 작부터는 상황에 따라 그리고 전술에 따라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설정해줄 수 있어,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쾌거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환언하자면 팀의 스타일에 따라 선수 개개인의 설정을 할 수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데,  예를 들어 첼시의 드록바와 같은 선수라도 유저 입맛에 맞게 공수의 빈도, 나아가 처음부터 적극적인 수비 가담의 ON./OFF 여부 등, 감독의 전술적 지시를 통해 선수의 임무를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며, 모든 선수가 다 가능한 것이 아닌, 플레이 스타일 카드를 지닌 선수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독 스스로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하겠다.

 

 

 

 

자신만의 독특한 팀을 만들 수 있다라는 전체 시스템의 방향은 마스터 리그에도 커다한 혁신을 가져왔다. 마치 경쟁사 게임인 피파 축구의 캐리어 모드를 판에 박은 듯, 전작에 없던 돈의 개념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는데, 그 동안 통용되던 포인트의 개념이 사라진, 실제 달러나, 파운드, 엔과 같은 화폐 단위로 선수들의 계약이 표시된 점이 가장 흥미롭다. 때문에 유저는 실제 팀의 안과 밖을 잘 따져 스폰서 계약, 선수 영입, 이적, 시합 결과에 따른 입장료와 부대 수입을 얻어 팀을 꾸려나가게 되는,경영 수완과 시뮬레이션 성격을 보다 맛볼 수 있게 된 것이 큰 특징이다.

 

이 중 스태프란 개념이 생겼다는 것에 주목하자. 퍼거슨에게 케이로스가 있듯, 훌륭한 스태프는 팀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번 작품엔 총 4명의 스텝이 존재하여, 선수 성장을 책임지는 역할의 ‘코치’ , 체력을 담당하는 ‘피지컬 코치’ , 선수 부상을 치료하는 ‘닥터’ , 이적을 책임지는 ‘스카우터’ 등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감독을 보좌한다. 이 중 특코치는 특별히 선수 훈련 포인트 분배 등에 영향을 미치고, 스카우트터는 등급이 높을수록 교섭에 뛰어난 관계로 이 둘만큼은 항상 좋은 스텝을 데리고 있어야 하며, 연봉도 그에 비례하기 때문에 항상 운영비를 따로 책정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자.

 

또한, 시리즈 최초로 마스터 리그 중간에 챔피언스 리그가 도입된 것이 흥미롭다. 시즌 중간중간 타 리그의 팀과 교류라는 것은 예전과 같지만, 정식 명칭과 함께 실제 챔스 리그와 같은 연출이 보여지기 때문에 리그에 대한 몰입도가 한층 더 증대되었으며, 현실과 마찬가지로 상위 토너먼트에 오를수록 더 많은 경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리그보다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순기능(?)도 있었다는 것.

 

 

 

이번 작품에서 개발사가 강조하는 키워드 중 그 마지막은 새롭게 추가된 360도 드리블이다. 이는 기존 8방향으로 움직였던 방식에서 탈피, 그라운드의 모든 방향으로 달릴 수 있는 자유도를 부여한 것이다. 물론 개발사의 떠들썩한 홍보와는 다르게 실제 게임을 즐기다 보면 그다지 전작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이 무뎌지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뭔가 전작보다는 상당히 경기장에서 스무스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발사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사실성의 추구’ 라는 모토를 위해 대폭 증가된 모션이 눈에 띄이는데, 인사이드로 볼을 돌려놓고, 가슴으로 트래핑하며, 새로 추가된 드랙백턴과 같은 페인트 동작과 이에 대한 수비수들의 반응, 그리고 게임 진행에 따른 선수들의 표정 변화 등 시시각각 현장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엣지있는 포인트다.

 

 

 

결국 모션의 증가와 페인트의 추가는 몸싸움의 증가, 나아가 1:1 돌파의 짜릿함으로 귀결되나, 바꿔 말해 전술과 선수 플레이 스타일의 조화를 통해 재빠른 속공으로 공간을 열어 한방에 무너뜨리는 게임 스타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짜릿함을 느낄려면 그만큼 어렵다는 이유기 때문이다- 이 점을 숙지하여, 속공과 돌파를 아우르는 스페이스의 창출이라는 스피디한 전개를 펼쳐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자. 첫 째도 공간, 둘 째도 공간인 것이다.

 

 

 

굉장히 빨라 졌다. 거의 오프라인 플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랙이나 끊김이 없어 상당한 몰입으로 다가온다. 굳이 동생 퇴근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사람과 플레이 하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 받을 수 있으며, 헤드셋이 있을 경우 서로 간의 대화도 가능하다. 또한 2:2 매치를 지원하는데 이는 오프라인으로 2명이 온라인 상으로 즉, 형과 동생이 온라인의 다른 두명과 대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온라인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어쨌건 믿기지 않는 분은 반드시 한번 접속해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의 개선이다.

 

 

 

일단 선수 능력치를 쉽게 비교할 수 있었던 육각 그래프가 사라졌다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지나칠만큼 반칙이 빈도가 높았던 전작을 개선하기 위해, 반칙의 판정이 형편없어진 점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이번 위닝은 상당히 흥미롭고 눈길이 뜨는, 상당히 과도기적 작품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진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술과 선수의 움직임을 지금까지 그 어떤 게임보다 멋지게, 현대 축구의 다이나믹한 면을 잘 살려냈으며, 더욱 빨라진 로딩 스피드와 온라인 플레이의 쾌적함은 즐기는 이로 하여금 게임에 그치지 않고 축구의 그 쾌감을 전달하기에 가장 안성 맞춤으로 다가와 감히 올 겨울 독자 여러분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축구 게임으로 손꼽아 드리고자 한다.

 

 

 

끝으로 물론, 아직 위닝 시리즈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며, 짧게나마 언급한 위닝 고유의 아인덴티티는 잃지 않은, 즉 위닝의 맛을 ‘축구스럽게’ 버무려 더욱 더 좋은 소프트로 거듭나길 바라며 긴 리뷰를 마칠까 한다.

 

올 겨울 누구보다 후끈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다나와 리뷰어/ 귀염둥이

편집/ 다나와 신성철 multic00@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