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이 심상치 않다. 바닥을 찍었던 11월 말과 비교해 한 달반 사이에 높게는 20%가량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코어 i5 프로세서가 발표되면서 PC용 메모리가 드디어 DDR2에서 DDR3로 옮겨가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비싸던 DDR3 메모리 가격이 낮아진 것도 세대교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을 등에 업고 PC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근래 2~3년간 이어져 온 메모리 업계의 치킨게임이 몇몇 반도체 기업의 시장 철수로 인한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D램 모듈 가격이 연일 상승하는 등 그 본격적인 효과가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2GB DDR3 메모리 가격. 11월 말을 기점으로 하락을 접고 가격 조정에 들어갔다>

현재 다나와를 통해 가장 많이 팔리는 메모리는 삼성전자의 2GB PC3-10600 메모리다. 2GB 용량에 1.33GHz로 작동하는 이 제품은 지난해 중순부터 다나와 최저가 기준 5만원 선을 지켜왔지만 11월 말을 기점으로 1월 첫째주에는 최저가 5만7000원, 평균 가격 6만4000원선을 넘겼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져서 1월14일에도 1000원 가량 오른 5만8000원에 최저가가 자리잡았다.

메모리 생산이 DDR3로 집중되면서 DDR2 메모리 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첫째주 5만3000원 선에 팔리던 삼성전자의 2GB PC2-6400 메모리는 한 달 새 6만원을 훌쩍 넘긴 6만2000원까지 올랐고 최저가 5만7000원, 평균가는 6만7000원대까지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3만원 선에 팔리던 것을 생각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삼성전자의 PC2-6400 1GB 제품은 지난해 마지막 주보다 보름새 10% 가량 올라 최저가 3만800원, 평균가 3만8000원 선에 거래된다.


<삼성 2GB DDR2 메모리 가격. 6개월 사이 두 배 가량 올랐다>

2GB가 부쩍 높은 인상폭을 보이는 데 비해 1GB 제품들은 그 폭이 작은 편이다. PC 기본 메모리 용량이 2GB 이상, 4GB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또한 이케이메모리 등 기타 제조사의 제품들은 가격이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그 폭이 그리 크지 않다. 최근의 가격 인상이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쏠리고 있는데 이는 삼성, 하이닉스 외 업체들이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가격을 조정해 온 것에 비해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가격을 내세웠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최근 메모리 시장의 치킨 게임이 끝나는 듯 한 분위기와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가격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올해 PC 가격 인상의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메모리 가격, 얼마나 더 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IT조선 최호섭 기자 notebo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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