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헤드폰의 시초, 베이어다이나믹

< 이어패드의 파란 색 띠가 있는 모델이 32Ω 에디션이다. >

헤드폰과 이어폰은 수많은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시장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중소기업들이 해마다 다양한 신제품을 발표하며 오디오테크니카, 소니, 필립스 같은 친숙한 브랜드들은 저가 입문형 제품부터 중고가 제품까지 라인업을 갖추었고 고급 헤드폰 시장으로 가면 데논, 스탁스, 울트라손, 오디오테크니카, 그라도 등이 있다.

하지만 전통과 역사, 그리고 기술까지 갖춘 세계 3대 헤드폰 제조사로는 베이어다이나믹, AKG, 젠하이저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베이어다이나믹은 세계 최초로 다이내믹 헤드폰을 발명한 회사이고 베이어다이나믹의 기술진 중 일부가 설립했다고 전해지는 젠하이저는 헤드폰의 대중화를 이끈 기업이다. 그리고 콘덴서 마이크 제조기술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정상급 헤드폰 제조사로 부상한 오스트리아의 AKG 역시 6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 세 회사의 제품들은 전 세계의 유명 뮤지션들이 애용할 만큼 품질과 성능 모두 검증 받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 패키지 안에 동봉된 품질보증서와 4종 엽서 세트 >

베이어다이나믹은 1924년 유진 베이어(Eugen Beyer)에 의해 독일 베를린에 설립된 메이커로 올해로 창립 87주년이나 됐다. 그동안 베이어다이나믹은 PA(Public Adress) 시장과 고성능 레코딩 장비 및 마이크로 전문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나 유독 우리나라 컨슈머 시장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 헤드폰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베이어다이나믹은 무척 생소한 브랜드다.

< 품질이 우수한 가죽 케이스를 증정한다. >

비록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아니지만, 베이어다이나믹은 DT831, DT931을 필두로 그 성능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후 발표한 DT770, DT880, DT990으로 이어지는 하이엔드 시리즈는 베이어다이나믹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고급 헤드폰 브랜드로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리뷰에 소개하는 제품은 베이어다이나믹 헤드폰의 황금라인인 DT770~DT990 중 막내 모델인 DT770이며 특히 임피던스를 250Ω에서 32Ω으로 낮춰 일반 포터블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버전이다. 막내 모델이란 표현을 썼지만 상위 그레이드에 위치하는 제품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히 고가의 제품군에 속한다 할 수 있다.

250Ω? 32Ω?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본래 베이어다이나믹 최상위 모델들인 DT990, DT880, DT770의 임피던스가 250Ω이라 표기된 것과 달리 최근에 발매된 제품은 32Ω으로 조정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포터블 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높은 임피던스의 헤드폰은 사용에 제약이 많아 소형 기기에서도 울릴 수 있도록 조절한 듯하다.

임피던스는 헤드폰(스피커)의 능률과 관계가 있다. 과거 방송용 프로용 헤드폰들은 600Ω의 하이 임피던스가 주류를 이뤘는데 반해 일반적인 이어폰은 16Ω을, 소형 헤드폰들은 대체로 32Ω의 저항값을 갖는다.

임피던스가 높으면 저항이 세지고 같은 볼륨으로 울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힘이 들게 된다. 따라서 임피던스가 낮을수록 적은 힘으로 기기를 구동할 수 있게 되고 임피던스가 높으면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게 된다. 대신 임피던스가 높을수록 구동에 어려움이 있지만 공간감과 배경음이 한층 더 살아난다.

따라서 고급 제품의 경우 높은 임피던스로 만들어지고 구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별도의 헤드폰 앰프와 물려 사용하게끔 출시되는데,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음악 감상이 일반화된 오늘날에는 헤드폰 앰프를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이동 중에 상요할 수 없어 제조업체들이 낮은 임피던스를 갖는 제품 위주로 생산하는 추세다.

< 구매 시 옴(Ω) 값과 색상에 유의해야 한다. >

베이어다이나믹 DT770 역시 이전 모델은 250Ω이었지만 새롭게 리뉴얼된 제품은 32Ω으로 낮아졌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에서 재생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DT770에는 스크류 타입 6,35mm 헤드폰 잭과 그 안에 3.5mm 표준 잭이 부속돼 헤드폰 앰프를 사용할 경우엔 6.35mm 이어폰 잭을 연결하면 되고 PC나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사용할 때는 3.5mm 이어폰 잭으로 연결하면 된다.

< 6.35mm, 3.5mm 두 종류 잭을 지원한다. >

DT770의 패키지에는 아직 250Ω이라 적혀 있지만 덧붙여진 스티커에는 32Ω으로 표기돼 있어 혼란을 야기한다. 아마도 동일한 제품인 탓에 이전 패키지를 공유해서 빚어진 미스 프린팅일 것이다. 하지만 32Ω 제품은 이어패드에 파란색 링이 붙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모니터용 디자인, 메이드 인 저머니

베이어다이나믹이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주로 사용되는 탓에(혹은 다소 고가인 탓에) 의외로 이 브랜드를 모르는 이가 꽤 많다. 커다란 밀폐형 하우징과 두툼한 벨벳 재질의 이어패드는 마치 스튜디오 모니터링용 제품인 듯한 인상을 풍긴다.

이러한 외양과 3m에 달하는 케이블을 보노라면 아웃도어보다는 인도어 타입으로 여겨지지만 32Ω으로 낮아진 임피던스, 스크류 타입의 6.35mm 헤드폰 잭 안에 들어 있는 3.5mm 이어폰 잭은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한 부분이니 헤드폰 마니아라면 야외에서도 사용할 듯하다.

헤어 패드는 부드러운 가죽으로 장식했으며 이어컵과의 연결부는 마그네슘을 사용해 경량화와 내구성을 도모했다. 헤드폰 케이블은 양 갈래에 나아 있지 않고 왼쪽으로만 연결돼 있어 오른손이 방해 받지 않는다.

< 베이어다이나믹은 전량 독일에서 만들어진다. >

DT770은 중고급 가격대의 제품이지만 밀폐형 이어패드 재질이 플라스틱이어서 그다지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베이어다이나믹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푹신한 벨벳 이어패드와 헤어패드 양 끝단에 음각으로 각인된 'Made in Germany' 문구는 이 제품이 결코 싸구려 보급형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DT770은 전통적인 스튜디오 다이내믹 헤드폰의 디자인을 계승하며 세련미를 더한 형태라 볼 수 있다.

풍부한 저음, 아쉬운 중음

DT770의 음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꾸밈이 많고 화장이 짙은 여성' 같은 음이라 할 만하다. DT770은 상당히 깊은 저음역을 재생하며 고음도 또렷하고 세밀하다.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이 강하다.

우시오 코타루가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어쿠스틱의 잔향과 현 울림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스테레오감이 뛰어나 공간감 형성도 우수해 라이브한 느낌이 상당한 것이 장점이다. 음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만큼 해상력도 수준급이다.

DT770은 어택이 강하지 않고 스피드가 빠르지는 않지만 저음의 양감과 공간감이 우수해 음이 굉장히 활달하다. 하지만 역시 32Ω은 헤드폰 앰프로 재생할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모바일 기기에서는 최대 볼륨도 다소 작게 들리고 이 때 복수의 악기를 사용한 곡이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재생한다면 생동감이 크게 반감된다.

< DT770은 가벼운 금속 프레임을 채용해 경량화를 꾀했다. >

저음의 풍부함과 고음의 또렷함과 대조적으로 중음역대는 다소 덜 표출된다. 다른 헤드폰과 비교 시 중음역대의 dB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아 저음에 묻히는 듯한 느낌이다.

나카시마 미카의 '눈의 꽃', '건담 시드' 엔딩 곡으로 쓰인 'Find the Way'를 비롯해 에바 캐시디의 'Songbird', 미라(Myrra)의 'Taxidriver', 안네케이(Annekei)의 'At seventeen' 등 다양한 보컬 곡을 재생해봐도 피아노나 기타 독주 연주에 비하면 볼륨이 작고 그루브한 감이 약하다.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와 달리 진공관 앰프와 연결하면 하울링이 다소 강해지는 점도 독특하다. DT770의 성향 자체가 원음 강조보다는 저음과 고음의 두드러짐으로 인한 착색이 있어 원음보다 채색된, 화사한 느낌이다. 위에서 DT770을 '꾸밈이 많고 화장이 짙은 여성' 같다고 한 점은 이러한 까닭이다.

< 착용감과 차음성은 우수한 편이나 아웃도어에 적합하진 않다. >

진정한 미인은 꾸미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하지만 자신의 미에 부족함을 느끼는 이는 패션이나 화장 등을 통해 한껏 멋부릴 수 있다. DT770은 중음이 뒤로 빠져 약간 소극적인 음이 되었지만 그것이 꼭 단점이라 할 수는 없다. 풀어지거나 찢어지는 저음이 아닌 탄탄한 저음 재생과 전체적으로 화사한 느낌의 적절한 착색은 경쾌함을 배가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DT770은 재즈나 클래식보다는 팝, 가요 같은 장르가 보다 어울리는 듯하다.

별도의 DAC나 앰프를 사용해 PC나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구동한다면 포터블 기기에 직접 연결했을 때보다 좋은 음을 들려준다. 공간이 좀 더 넓어지고 배경이 살아난다.

포터블 기기-MP3P, PMP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볼륨 최대치는 일반적인 이어폰보다 상당 부분 줄어든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볼륨 이상까지 높일 수 있으므로 포터블 기기에 직접 연결해 사용하기에도 무리 없다.

다만 베이어다이나믹은 이어패드에 항상 두터운 벨벳 천을 덧붙이는데, 겨울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여름에는 장시간 착용 시 귀에서 땀이 날 정도다. 이러한 점은 반드시 개선되었으면 한다.

 

 

DT 770 에디션 2005 제품 사양 

헤드폰 타입

밀폐형, 다이내믹 형

전고주파 왜율(T.H.D)

<0.2%

임피던스

32Ω

감도

96dB/mW

허용 전력

100mW

주파수 대역

5~35,000Hz

무게

270g

케이블 길이

3m

다나와 최저가

 

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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