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태블릿 시장은 애플의 독주 속에 삼성 등이 견제하는 형국이었는데, 앞으로는 견제 업체가 급속히 늘어나며 애플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및 PC 전문 브랜드인 모토로라와 블랙베리, LG전자, MSI, ASUS 등이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 10인치 태블릿 PC >

모토로라의 쑴이나 블랙베리 플레이북 등 다양한 태블릿들이 CES와 MWC에서 공개돼 방문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되고 있는 CeBIT 역시 소개된 태블릿 수만 수십 종에 이른다. 2분기 이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의 소개 시점이 CeBIT을 넘기면 어렵기 때문이다.덕분에 이번 전시회 기간 중 CeBIT을 방문한 많은 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태블릿을 만나며 향후 시장을 예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무의미한 크기 경쟁은 지양

삼성전자는 7인치 갤럭시 탭을 출시하며 애플의 9.7인치 아이패드가 너무 커 들고 다니기 애매한 제품이라며 애플을 공격했다. 주머니 속에 들어가지도 않는 제품에 모바일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어렵지 않냐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애플은 스마트 폰과 차별화 되지 않는 7인치 크기와 전화 기능까지 추가된 것이 과연 태블릿의 진정한 모습이냐며 삼성전자를 역공했었다.

이에 자극 받은 삼성전자는 MWC를 통해 전화 기능과 DMB 등이 제외된 10.1인치 태블릿을 선보였다. 7인치 이상은 너무 커 들고 다니기 힘들다는 이전 입장을 정면으로 대치되는 제품이었던 탓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무리수 아니냐는 반응들이 나왔다. 기존 마케팅 방향을 스스로 뒤엎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블릿을 바라보는 양사간 크기 논쟁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화면 크기는 사용자가 선택할 몫을 뿐 제조사가 이것이 대세다 아니다를 따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대신 해상도만 종전 800x480 이상으로 나와준다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 1366x768 or 1024 x600 의 ECS ElitePad S-10l >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온 듯 하다. 구글 안드로이드 3.0 허니콤 채택 태블릿들의 해상도가 기존 WVGA보다 월등히 커졌다. 일반적인 제품들이 1024x600을 지원하고 있고 LG전자의 옵티머스 패드는 해상도가 1280x768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디스플레이 크기는 해상도에 따라 커지지 않고 7인치~10인치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화면만 크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인치 경쟁이 향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 노트북의 형태 유지한 제품 등장

태블릿 제품이라고 해서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처럼 단독으로 화면 하나면 덩그러니 있을 필요는 없다.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구현된 키보드를 이용해야 하기에 단어 입력이 불편한 탓에 사용자들은 별도의 블루투스 키보드를 찾곤 하는데,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도킹 시스템이 태블릿과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태블릿을 가로/세로로 연결할 수 있는 EeePC >

CeBIT에 참가한 ASUS는 새로운 EeePC를 통해 키보드와 도킹시킬 수 있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일반 노트북의 디스플레이 역할을 할 수 있는 패드를 사용자가 붙였다 때었다 할 수 있고, 화면의 형태도 가로 및 세로 방향으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특히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 소프트웨어 방식 제품들보다 단어 입력이 더 손쉽다. 태블릿이 네모 반듯한 모양일 필요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 발상의 전환용 제품이라 할만 하다.

<> 엔비디아 테그라 2의 성장세도 눈 여겨 볼 만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는 스냅 드래곤을 위시한 ARM 코어 기반 제품이 대부분인데, 최근 듀얼 코어 제품인 테그라 2가 뜨고 있다. 그래픽 구현 능력이 태블릿 구동 속도 향상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구글의 허니콤은 기존 운영체제 버전 대비 해상도가 월등히 높아지는 만큼, 제조사들은 그래픽 구현 능력 향상에 더 큰 신경을 써야 한다. 엔비디아는 전통적인 PC용 그래픽카드 코어 제조사다. 모바일과 PC는 영역이 다르지만, 엔비디아가 PC 업계에서 쌓아온 오랜 기간의 노하우가 있는 만큼 테그라 2가 태블릿에 최적화 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 2분기가 관전 포인트

애플은 오는 4월, 두 번째 아이패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시점에 맞춰 안드로이드 진영은 신 제품을 시장에 대거 공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시장 경쟁에서 크게 밀릴 수 있는 탓이다.

애플 스티브 잡스가 경영권에서 공백기인 지금,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이번 CeBIT에 등장한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를 잡아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독일 하노버 현지 취재 <> IT조선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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