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 vs. FPR, 불 붙은 '3D TV 대전'

TV 업계의 거대한 변화를 살펴보면 흑백에서 컬러로의 전환, SD급 화질에서 HD급 화질로의 전환, 아날로그 송출에서 디지털 송출로의 전환, 그리고 2D에서 3D로의 전환을 꼽을 수 있다. 3D 영상은 2010년부터 TV 제조사들에 의해 진척되기 시작했는데 그 변화의 흐름 중심에는 좌안/우안 영상을 번갈아 가며 재생하는 셔터글라스(SG) 방식 3D TV가 놓여 있었다.

세계 최초의 셔터글라스 3D TV라 광고하며 2010년 3월부터 전 세계 동시 출시된 삼성의 3D TV를 비롯해, 소니, 파나소닉, 샤프, LG전자, 하이얼 등 주요 TV 제조사들 모두 그간 기술적인 한계 탓에 구현하지 못했던 240Hz 고속 프레임 구동과 풀 HD급 해상도 지원, HDMI 단자를 통한 고용량 3D 영상 전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제히 3D TV를 출시했다.

사실 3D TV는 당시 월드컵 기간 판매 특수를 위해 다소 서둘러 출시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영화 ‘아바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3D 영화에 대한 관심은 생각 외로 3D TV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켜 나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세계 3D TV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 기술의 차이점을 두고 자사의 우위성과 타사 3D 영상 방식의 단점을 지적하며 직접적인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LG전자가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를 출시해 오다 2011년부터 돌연 FPR(Flim-type Patterned Retarder)이라 부르는 필름 패턴 편광 방식으로 선회하며 일어났다.

▲ 올해 초까지만 해도 LG전자의 주력 3D TV 방식은 삼성전자와 같은 SG(셔터글라스)였다.
하지만 LG전자는 2월 중반부터 필름 패턴 편광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할 것임을 선언했으며,
하반기부터는 공식적으로 SG 방식 제품의 생산이 중단된다.

LG전자 측은 “셔터글라스 방식은 1세대 기술이며 LG전자의 필름 패턴 편광 방식(FPR)은 2세대 기술.”이라며 삼성전자를 향해 포문을 열었고, 삼성전자 또한 “편광 방식은 1935년에 개발된 기술로, 지금까지 기술 발전이 없다.”며 강하게 맞대응 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로서는 LG전자의 갑작스러운 FPR 방식 3D TV 출시 소식에 혼란을 겪고 있다. 얼마 전까지 모든 제조사들이 액티브 방식인 셔터글라스 3D TV를 출시했는데 올 하반기부터는 출하하는 3D TV 100% 모두 FPR 방식으로 출시하겠다 발언했기 때문이다.

FPR, 과연 신기술일까?

우선, 궁금한 점은 왜 LG전자가 갑자기 FPR 방식으로 돌아섰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FPR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등장한 이 기술에서 ‘필름’을 제외한 편광 방식 3D TV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이미 LG전자는 액티브 방식의 3D LED TV를 출시하기 전에 ‘LH503D’라는 모델명의 편광 방식 3D LCD TV를 출시했던 전례가 있다. 이 제품도 전면에 3D 영상 재생을 위해 편광 코팅이 돼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LG전자는 ‘세계 최초 풀 LED 3D TV’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삼성전자와 동일한 셔터글라스 방식 제품을 출시했다.  

▲ 47인치 단 한 가지 모델로만 발매된 LG전자의 편광 필름 3D LCD TV, LH503D

셔터글라스 방식은 고속으로 프레임을 구동시켜 한 프레임은 왼쪽 눈 영상을, 다음 프레임은 오른쪽 눈 영상을 교차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프레임이 낮아지면 입체감도 떨어지고 깜박거림(Flickering)이 심해져 두통을 유발하게 되므로 최저 요건은 120Hz 프레임 구동이다. 요즘에는 240Hz로 구동되고 있다. 즉, 240Hz 패널을 사용할 경우 왼쪽 눈이 120Hz, 오른쪽 눈이 120Hz를 각각 재생한다. 좌우 양쪽 눈에 각각 영상을 보여주는 이 방식은 시간분할 방식이라 칭한다.

보통 셔터글라스 방식을 논할 때 단점들로 나열하는 것이 이중상겹침(Cross-Talk Error)과 깜박거림(Flickering)이다. 하지만 이는 프레임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이 개선된다면 나아질 수 있다. 기술 개선의 여지가 많다. 실제 삼성전자의 2010년 3D TV인 C7000/C8000 시리즈보다 2011년 모델인 D7000/D8000의 깜박거림과 이중상겹침이 개선되었다.  

▲ 빨간 원 안처럼 왼쪽 눈의 영상이 사라지기 전에 오른 쪽 눈의
영상이 나타나 겹쳐지는 현상을 '크로스토크 에러' 또는 '이중상겹침'이라 한다.
3D TV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나타난 화질저해요소다.

반면 편광 필름을 사용하는 FPR 방식은 기존의 편광 필름 패턴 3D TV와 동일한 이론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단, 기존에는 유리로 된 수입 편광 필터 패널을 사용했었지만 이번에는 LG이노텍, LG화학, LG디스플레이가 합작해 무겁고 비싼 유리 패널 대신 얇고 가벼운 필름 소재의 패널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입에서 국산화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도 커졌다.  

▲ LCD 패널 앞에 편광 필름을 부착해 라인별로 왼쪽 눈과 오른쪽 눈 영상을 나눠
보여주는 LG전자의 FPR 3D TV. 배터리 구동이 필요 없는 가벼운 안경이 장점이다.

셔터글라스 방식과 달리 FPR 3D TV는 120Hz로 구동된다. 이것을 1,920x1,080 풀 HD급 해상도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한 프레임 안에서 1,920x540의 라인이 왼쪽 눈에 보이는 영상이고, 다른 540 라인이 오른쪽 눈에 보이는 라인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화질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 1/120초의 시차를 두고 1,080 해상도를 구현하는 기술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가전협회(CEA)의 경우 이미 셔터글라스 방식은 ‘각각의 눈’이 풀 HD 해상도를 인식하는 방식인데 반해 편광 필름 패턴 방식은 두 눈이 ‘함께’ 인식해 풀 HD를 구현하는 기술이라는 입장이다.

▲ 구동 방식상 FPR 방식 3D TV는 깜박거림이 없다. LG전자는 해외 규격 기관으로부터
'깜박거림'이 없는 TV라는 인증을 받았다 보도하며 해상도 역시 해외 기관으로부터
풀 HD급 해상도로 3D 영상을 보여준다는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셔터글라스 방식보다 해상도 면에서 낮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이유는 FPR 방식이 한 라인 영상을 표시하고 사라지는 사이 남아 있는 잔상이 다른 라인과 연결되면서 전체 화면을 만드는 인터레이스 방식과 달리, 동일한 라인이 왼쪽 눈 정보와 오른쪽 눈 정보를 교대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라인에 홀수 라인 정보와 짝수 라인 정보가 교대로 재생되는 것을 120Hz 구동에 의한 풀 HD 해상도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모두 고려한 동일한 조건 하에서라면 셔터글라스 방식보다 정보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곧 해상도의 감소로 나타나며 유심히 살펴본다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자사 제품과 LG전자 3D TV를 비교시연하는 자리에서
FPR 방식의 수직해상도가 540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설명하는 한편, 실제 영상
비교 시연을 통해 LG전자 측 3D 영상의 해상도 저하를 보여주기도 했다.

 ▲ FPR 방식인 LW5700의 영상을 확대하면 이처럼 블랙 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D 영상 감상 시에도 존재하므로 미세하게나마 화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상도에 관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위를 넘어선 비방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과연 해상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LG전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며, 필름 패턴 편광 3D TV의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필름 패널을 개발한 점은 사실인 셈이다.  

셔터글라스 방식과 FPR 방식, 어떤 차이가 존재하나  

사실, 3D TV는 이제 갓 등장해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은, 불완전한 기술이라 볼 수 있다. 3D TV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좌우 두 눈의 시차 정보를 통해 뇌 속에 입체감 있는 영상을 이미징 하는 것인데, 셔터글라스 방식의 경우, 고속으로 여닫히는 안경을 사용하므로 깜박거림이 존재하는 한편 이중상겹침 현상(Cross-Talk Error)도 현실적으로 FPR 방식에 비해 좀 더 많이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즐길 만한 (블루레이 디스크 같은) 고화질 3D 소스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중파 및 케이블 TV의 ‘사이드 바이 사이드’, ‘탑 앤 보텀’, ‘체커보드’ 방식의 저용량 3D 콘텐츠를 감상할 경우 이중상겹침이 많이 눈에 띄는 반면, 프레임 패킹 방식의 고화질 3D 블루레이 디스크를 감상할 때는 이중상겹침 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FPR 방식은 이 이중상겹침 현상과 깜박거림 같이 휴먼팩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크게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고속의 셔터를 사용하는 셔터글라스 방식도 왼쪽 눈이 영상을 표시할 때 오른쪽 눈은 블랙 화면을 보여주는 식으로 좌/우안을 확실히 구분하게 되는데, 이 때 휘도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LG전자의 FPR 방식은 삼성전자 제품과 비교 시 상대적으로 좀 더 밝은 시청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 저렴한 가격과 가벼운 무게는 FPR 3D TV의 가장 큰 장점이라 부를 만하다.

3D TV 안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셔터 방식의 안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가 무겁고 가격이 비싸며, 충전을 해 사용해야 한다. 또한 TV 리시버와 안경의 이미터 간 신호가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간혹 연결이 끊어지기도 한다.

LG전자의 편광 안경은 전력 구동계가 들어가지 않다 보니 보다 가볍고,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싱크가 끊어질 일도 결코 없다. LG전자 3D TV의 가장 큰 특장점은 바로 이 안경의 편리함에 있다. 가령 대가족이 3D TV를 시청하고자 한다면 인원수만큼의 3D TV 전용 안경이 필요하다.

반면 삼성전자의 안경은 값이 매우 비싸다. 개당 10만원 내외다. LG전자의 몇 천 원 수준과 비교해 볼 때 시청자가 많을수록 FPR 방식이 유리하고 단출한 인원이 감상한다면 셔터글라스 방식이 굳이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안경의 무게를 극한까지 줄이고 무게중심을 귀 쪽으로 옮기는 한편 TV와의 연결을 블루투스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편광 안경 방식 대비 단점이라 여겨지는 부분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그렇지만 무게, 가격, 편리성은 격차가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LG전자의 압승이다.

▲ 삼성전자도 블루투스 연결, 28g까지 낮춘 무게를 자랑하는 새 액티브 셔터 안경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장점은? 삼성전자의 경우 풀 HD 해상도의 논란이 없을 만큼 완벽한 1,920x1,080 해상도를 보여준다. 해상도가 높은 만큼 입체감이 한결 살아나며 고화질 소스에서는 단점으로 지적되는 깜박임과 이중상겹침 현상도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다.

▲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FPR 방식(패시브)의 단점들.

특히 LG전자의 FPR 방식은 상하 시야각이 좁아 그 각도를 넘어서면 입체감을 느끼기 힘들고, 수직 주사선 라인과 라인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한 가는 선(왼쪽 눈 정보를 담은 라인과 오른쪽 눈 정보를 담은 라인이 밀착돼 있다면 자칫 양 쪽 위치정보가 뒤섞여 어지러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LG전자는 라인과 라인 사이에 안전장치의 일환으로 보다 명확히 분리되도록 검은 선을 집어넣었다)이 들어가 2D 영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수한 입체감과 고해상도야 말로 최고의 장점이다. 게다가 부가기능이지만 양 사의 제품에 포함된 스마트 TV 기능은 삼성전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자사의 장점과 타사의 단점을 내세우며 광고를 하고 있다. 사실 LG전자로서는 3D TV 시장의 마켓쉐어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어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FPR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한 것으로 새롭게 언론의 주목을 받고, 또 셔터글라스 방식의 단점이 상당 부분 없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한결 유리해 졌다.

▲ LG전자는 자사 홈페이지에 SG 방식 3D TV의 단점과
FPR 방식 3D TV의 장점을 나열해 놓았다.

▲ 삼성전자도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 TV가 3D 영상뿐만 아니라
스마트 TV 기능까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LG전자는 광고 속 원숭이가 자사 제품을 의미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지만 FPR 방식이 눈에 피로가 덜하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은 현 시점에서 분명하다. 두 재생 방식의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 3D TV를 구매한다고 하면 셔터글라스 방식이든 FPR 방식이든 각각 장단점이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LG전자의 필름 패턴 방식을 지지하는 제조사들도 여러 업체가 있다.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도시바, 비지오, 필립스 등이 FPR 방식 참여를 선언했고 삼성전자와 소니, 파나소닉, 샤프, 창홍, 하이얼 등은 여전히 셔터글라스 방식으로 3D TV를 생산할 계획이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
하지만 고가 제품인 만큼 꼼꼼히 따져야 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수장들까지 격분하며 타사 제품의 기술 허점을 찾고 있는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좋은지,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할 지 헛갈릴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기존의 셔터글라스 일색의 시장에 잊혀져 가던 필름 패턴 편광방식 3D TV를 새로운 대응책으로 내놓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개성이 확연히 갈리는 두 종류의 제품 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도 커졌다. LG전자가 최대 8개의 안경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하자 삼성전자도 안경 추가 제공을 검토 중이다. 게다가 TV 가격이 LG전자 제품보다 크게 비싸다는 의견이 늘어남에 따라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도 조만간 판매할 예정이다.

분명 두 제품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다만 제조사들은 절대적인 성능 우위를 논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변수가 존재한다. 가격을 중시하는 이라면 저렴한 제품에 손이 갈 것이고,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두 기업의 싸움이 결론 난 후 3D 효과가 우수하다는 제품을 구입하려 할 것이다.

어느 제품의 3D 성능이 더 우수햐나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검증된 부분이 없다. 따라서 양 사의 3D TV 싸움이 금세 마무리 되지 않을 듯해 3D TV 구매 예정자들이 선뜻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시 바삐 이들 제품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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