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그 이상의 것을 탐하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패드(태블릿 PC)에 이어 스마트 TV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TV는 인터넷과 융합돼 다양한 위젯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기존 TV에서 볼 수 없었던 한층 똑똑한 면모를 과시해 왔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통해 '스마트'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PDA폰을 스마트폰이라 부르지 않았던 것처럼, 스마트 TV는 것은 단지 인터넷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연결된(Connected),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Social Networked) 수단으로서의 TV를 의미하고 있다.

▲ 스마트 TV에는 웹 브라우징, 3D TV,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 발매된 폰들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했다거나, 고용량 DDR2 램 1GB를 사용했다거나 하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일 뿐,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아니다. HDMI 단자를 통해 풀 HD급 동영상을 스마트폰에 넣고 TV와 연결해 '디빅스 플레이어'로 사용하는 것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 같은 기능들, 그리고 이메일을 언제, 어디서나 확인하고 작성할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더 매력을 느끼고 필요성을 느낀다.

 

진화 방향이 다른 스마트폰과 스마트 TV

스마트 TV에 대한 이해 역시 이러한 견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다만, 스마트 TV는 스마트폰과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첫 번째로, 스마트폰은 철저하게 개인을 위한 디바이스지만 TV는 개인이 아닌 복수 사용자(주로 가족)를 위한 디바이스라는 점이다. 따라서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앱과 콘텐츠를 넣을 수 있는 스마트폰과 달리 복수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 혹은 각각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함께 넣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보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그리 탐탁치 않을 수 있으며, 정보의 보호라든가 은밀함을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담아 두기에는 불편한 기기라는 뜻이기도 한다.

 

▲ TV는 한 사람만 시청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마트 TV 기능
또한 다수의 이용자를 상정한 콘텐츠가 마련되어야 한다.

두 번째 차이점은 TV는 보통 설치 후 이사할 때까지 위치가 고정되는 실내용 제품인데 반해 스마트폰은 야외에서 활용하기 좋은 아웃도어형 제품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3G/4G 통신 환경이나 와이파이 접속이 중요하지만 스마트 TV는 일정한 속도를 보장받거나 유선랜 접속이 가능해 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차이점은 제품의 수명에 있다. 스마트 TV의 교체 주기는 TV 성능이 훼손되기 전까지 쉽게 일어나지 않는 반면, 스마트폰의 경우 대략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고 하드웨어가 구형임을 느끼게 되는 2년 주기로 기기를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통신사의 보조금이 지급돼 첫 구매 순간에 목돈이 들지 않는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 TV는 구매 시 수백만 원의 돈이 들 수 있어 한 번 구매하면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씩 사용한다. 이는 그만큼 새로운 스펙이나 OS를 바랄 수 없다는 뜻이며, 그로 인해 스마트 TV에서 구동되는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들은 퀄리티에 상당 부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스마트 TV와 3D TV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3D TV를 구입하면 대개
스마트 TV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반대로 스마트 TV를 구입한다는 것은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령,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어떤 가게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할 때 집에서 TV를 켜서 검색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검색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SNS나 메신저 등을 사용할 때도 상시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 TV의 경우,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대화면의 이점이 존재하지만 스마트 TV의 기능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보다 쾌적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스마트 TV의 활용도는 생각 외로 적을 수 있겠다.  

물론, 스마트 TV의 특징이 모바일 기기가 아닌 만큼 다른 용도로 이용될 수도 있다. 가령 콘텐츠 공급사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다운로드/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스마트 TV를 사용해 공영방송으로 보지 못했던 영화/다큐멘터리/TV 드라마/예능 프로그램들을 언제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온 가족이 대화면 앞에서 즐기기 유용한 게임(보드게임, 바둑이나 장기, 고스톱 같은 게임들)을 이용한다든지, 실내에서 이용하기 적합한 운동에 관한 정보나 교육용 콘텐츠를 즐긴다든지 하는 식으로 사용방법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 (위) SBS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화면,
(아래) KBS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LG전자의 스마트 TV 화면.
앞으로는 스마트 TV가 IPTV의 기능을 제공하게 될 듯하다.

 

스마트폰과 다른 독자 OS 채택  

스마트 TV는 또 스마트폰과 운영체제가 다르다. 지금 가장 널리 사용되는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는 애플의 iOS,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노키아의 심비안은 국내에서 사용자가 극히 드물며, 블랙베리의 운영체제 또한 업무용에 좀 더 특화된 탓에 대중성을 지니지는 않은 듯하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앞서 설명한 두 개의 OS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지만 TV 제조사들은 그와 다른 OS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을 제조하는 업체. 이들 두 회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소프트웨어나 OS가 없다면 결국 하드웨어 공급자에 머물 뿐 진정한 스마트폰 공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TV 시장만큼은 스마트폰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저마다 자사의 OS를 제작, 사용하고 있다.

▲ (위) LG전자 스마트 TV의 앱스토어 화면,
(아래) 삼성전자 스마트 TV의 앱스토어 화면.

문제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TV에서도 전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판매 비중이 90%를 초과하고 있고 이들 두 기업의 스마트 TV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특정 애플리케이션은 프로그램 공급자의 서버 정보를 사용하므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TV 양쪽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게임이라든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은 운영체제가 상이해 스마트 TV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 소니는 독자적인 OS를 사용하는 대신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했으며
이와 별도로 큐리오시티라 부르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 TV'는 미완의 제품, 하지만 가능성은 무한해

아직 스마트 TV 시장이 만개하지 않은 만큼 성급한 기대감을 가지고 고가의 스마트 TV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 TV들의 완성도가 날로 향상되고 있고 TV에 특화된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영상 콘텐츠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스마트 TV를 구입해 단순히 방송만을 시청하지 말고 보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TV를 오래도록 시청한다면 그만큼 다른 것들을 못하게 되므로 TV를 '바보상자'라 불렀다. 그렇지만 이제는 스마트 TV를 사용할 줄 모르는 이들이 '바보'라는 이름을 듣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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