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바젤월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명품 시계를 좀 ‘안다’하는 사람이라면 요맘때쯤엔 스위스 바젤(Basel)로 눈길을 돌린다.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세계 최대의 시계보석박람회 ‘바젤월드(Basel world)’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웃나라들의 뒤숭숭한 상황이 무색할만큼 날로 커지는 명품 시계 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듯 ‘2011 바젤월드’에는 무려 1892개 업체가 참가했다. 3월 24일부터 8일간 개최된 바젤월드에 다녀간 참관객 수만 해도 총 130,200명으로 지난 해에 비해 2.5%나 늘어났다.

 

2011 Trend

사진 = 바젤월드

이번 바젤월드의 트렌드 키워드는 ‘신소재, 최초, 고전, 여자’ 네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시계의 소재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 견고한 세라믹티탄 소재의 바디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에게나 필요한 줄 알았는데 여러 브랜드에서 세라믹티탄 바디를 가진 시계의 아름다움을 톡톡히 보여줬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소재는 DLC(Diamond-like Carbon)다. 자동차나 자전거에 주로 쓰이던 카본이 시계 업계에서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최초’ 키워드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LMVH의 바젤월드 등장이다. LMVH그룹은 태그호이어, 위블로 등의 명품시계브랜드를 비롯 올해 3월에는 불가리까지 인수해 시계 시장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졌다. 급기야 2011년 루이비통은 본사에 소속된 루이비통 말티에의 이름으로 바젤월드에 직접 참가해 홀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새 시즌에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시리즈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번 바젤월드에는 클래식 라인이 강세를 보였다. 기존의 고전적인 디자인을 재조명하거나 모던하게 업그레이드하던 콜렉션이 다시 클래식버전으로 돌아갔다. 이것은 동양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유통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중국의 부호들과 서서히 커지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것이다.

 

명품백에 열광하던 여자들이 이제는 남자들의 세계였던 시계 시장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듯 보석이 가득 박힌 화려함으로 일관하던 여성 시계들이 하이엔드 무브먼트까지 장착했다.

 

각설하고 그들의 자태를 구경하자.

 

‘New material’

Chanel

J12 Chromatic

 

2.55백, 미니블랙드레스와 함께 샤넬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J12는 매끈한 세라믹 바디가 매력적이다. J12의 신모델들은 보석을 이용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세라믹은 티타늄 세라믹으로 더욱 강해졌고 빛깔도 곱다. 한 가지 색으로 일관했던 스트랩 색도 블랙 앤 화이트로 선택 폭이 넓어졌다.

Rado

True Thinline

 

세라믹을 주재료로 사용하던 라도는 세라믹에 티타늄 카바이드와 산화 지르코늄 등을 섞은 새로운 소재로 트루 신라인을 선보였다. 심플하지만 5mm밖에 안 되는 두께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에 등극했다.

Hublot

All Black Carbon

 

‘왕들의 시계’라 불리는 위블로는 유일한 시리즈인 ‘빅뱅’을 가지고 소재의 다양화를 위해 더 심혈을 기울인다. 이 모델은 이름 그대로 올 블랙에 올 카본이다. 광택 없는 블랙에 100% 카본 재질로 확실히 새롭고 가볍다. 무브먼트는 HUB4100을 장착했다.

 

 

‘Innovation’

 

Louis Vuitton

Tambour Minute Repeater

 

루이비통에서 시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탕부르 콜렉션으로 처음 시계시장에 발을 들인 이후 무브먼트로 움직이는 전통 시계를 만들어내면서 드디어 2011년 바젤월드까지 참여하게 됐다. 특히 탕부르 미닛리피터(시와 분을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 모델은 그 소리나 퀄리티가 뛰어나 시계 시장에서 루이비통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굳히게 한다.

 

 

 

TAG Heuer

Carrera Mikrograph / Mikrometer Flying 1000

 

 

태그호이어는 기계식 시계 최초로 100분의 1초까지 측정이 가능한 크로노그래프인 카레라 마이크로그래프를 선보였다. 중앙의 블루 핸즈가 1초에 한 바퀴를 돌아 1/100초를 나타낸다. 이 모델은 바젤월드가 시작되기 전에도 화두에 올랐던 모델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선 더 놀라운 모델을 선보였다. 무려 1000분의 1초까지 측정되는 플라잉 1000이 그것. 아직은 콘셉트워치지만 태그호이어의 능력을 보기엔 충분했다.

 

 

Christophe Claret

the 21 Blackjack

 

 
 

도박을 아이콘으로 한 이 시계는 손목 위에서 블랙잭을 즐길 수 있다. 시계의 왼편에 달린 딜러와 플레이어 버튼으로 시계판 위에서 게임을 실행시킬 수 있다. 뒷판은 러시안 룰렛으로 되어 있어 시계의 콘셉트를 더욱 명확히 한다. 러시안 룰렛은 로터(무브먼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치)의 역할도 한다.

 

 

‘Retro’

Rolex

Oyster Explorer 2

 

오이스터 콜렉션이 다섯 개의 새 버전을 내놓은 가운데 특히 익스플로러2는 초기 모델을 오마주 삼았다. 탐험가의 시계라 불리는 익스플로러2는 기존보다 프레임을 넓혀 42mm로 첫 선을 보였다. 시침과 분침, 인덱스에 야광을 채워 밤이 되면 시계가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Longines

Twenty-Four Hours

 

1950년대 스위스 공영 항공사의 비행기 조종사들을 위해 한정판으로 만들었던 24아워스가 부활했다. 시계판의 다이얼에는 인덱스가 24까지 쓰여 시간을 표시하고 원형의 레일트랙이 분을 표시한다. 뒷판이 투명해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인 칼리버 L704.2의 작동모습을 볼 수 있다.

Seiko

Grand Seiko Re-edition

 

세이코 전시장에는 1960년의 첫 그랜드 세이코와 2011년의 새 그랜드 세이코가 함께 전시됐다. 전설이 재탄생된 것. 모던한 분위기를 타고 흘러오던 그랜드 세이코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클래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모델은 세이코의 수동 무브먼트인 9S64가 들어간다.

 

 

‘Feminine’

Omega

Ladymatic

 

그야말로 우아한 여성을 위한 모델이다. 베젤에는 1.04캐럿의 184개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았고 시계판은 흰색 자개로 만들었다. 뒷판은 투명한 사파이어로 제작돼 무브먼트를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무브먼트는 코액시얼 칼리버 8520/8521로 오메가의 혁신 기술이 담겨있는 셈이다.

Patek Philippe

Ladies First Split-seconds Chronograph

 

작년 바젤월드를 통해 선보였던 스플릿세컨즈 크로노그래프가 2011년 여성용으로 나왔다. 가장 얇은 스플릿세컨즈를 장착하고 있는 이 모델은 광택 없는 오팔 다이얼에 153개의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베젤을 가졌다. 갈색의 악어 가죽 스트랩이 케이스의 핑크 골드 색상과 은은하게 어울린다.

Jaquet Droz

Petite Heure Minute Art Deco

 

아르데코 양식은 1920~3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했던 디자인 사조로 곡선의 선율을 강조한다. 자케 드로의 아르데코 모델은 자개로 된 시계판 전체가 곡선의 향연이다. 그들의 세공력을 자랑하듯 보기엔 울퉁불퉁해 보이지만 매끄럽게 세공되어 있다.

 

 

Must see item

 

Harry Winston

Opus 11

 

 

 

매해 오퍼스 시리즈를 선보이는 해리 윈스턴은 11주년으로 ‘오퍼스 11’을 내놨다. 올해는 하이엔드 시계를 제작하는 MCT의 설립자이자 시계 장인인 데니스 지구게(Denis Giguet)의 손에서 작품이 나왔다. 오퍼스 11은 2011 바젤월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였다. 마치 복잡한 미로를 보는 듯 한 이 시계는 4개의 플랫폼 위에 24개의 플래카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퍼즐처럼 다이얼을 맞춰간다.

Breguet

Classique 5717 Hora Mundi

 

하나의 시침과 분침으로 두 개의 시간대를 표시할 수 있는 시계다. 브레게의 오라 문디는 두 개의 시간대를 기억해 버튼 한 번으로 양 시간대를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시간대가 뒤바뀔 때는 물론 날짜와 밤낮을 가리키는 창도 함께 바뀐다.

Hermes

Arceau Time Suspended

 

시간을 잊게 하는 낭만적인 이 시계는 9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시침과 분침이 12시 방향으로 이동해 멈춘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붙들어 놨다가 다시 한 번 버튼을 누르면 시계는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에르메스의 신상품 테마인 ‘꿈꾸기 위한 시간(Time to Dream)’과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IT조선 염아영 기자 yeom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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