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밥이 없다거나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어 질 때, 우리는 요리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문을 열어 젖힌다. 굳이 쌀을 씻어 불려가며 밥을 짓지 않아도 되는 ‘인스턴트 밥’이 있고, 만두피를 일일이 빚어가며 만두 속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는 ‘냉동만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신속하고 간편한 ‘냉동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도 전자레인지가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자레인지는 ‘냉동식품’을 ‘완전식품’으로 만들어 줄 최고의 조리도구다.

주방의 화려한 조연

전자레인지의 역할은 주방에서 다소 사소하게 평가되곤 한다. 가스레인지처럼 딱히 요리를 할 때 쓰이는 것도 아니고 식품의 신선도를 안정적으로 지켜주는 냉장고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스레인지에서 조리된 후 식어버린 음식의 온기를 되찾아 주는 일도, 냉장고 속에서 꽝꽝 얼어 조리할 수 없는 상태의 식품을 해동시키는 일도 모두 전자레인지가 빠르고 간편하게 해결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 LG전자의 M-M209KC

▲ 삼성전자의 RE-C23DR

전자레인지는 가정 내 보급률이 냉장고나 텔레비전 만큼이나 높은 제품 군에 속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제품 군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음식을 만들어 먹는 문화 자체가 여성의 사회적 진출 등으로 간편식 위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인스턴트 식품’, ‘냉동식품’의 보급이 활발해진 영향도 크다.


▲ 세계 최초로 발매된 전자레인지
레이다레인지(이미지출처:http://www.marketingvp.com)

전자레인지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과 같이 작고 저렴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오늘날처럼 보급화 되기까지에는 꽤 많은 개선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최초의 전자레인지는 높이만 1.8m에 무게도 340kg에 달했으며 가격 또한 그 당시 $50,000로 오늘 날 화폐가치로 따지면 3,5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가 되기도 했다.

사소한 발견이 위대한 발명되다

전자레인지는 레이더에 사용되는 초단파의 원리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이 원리는 원래 2차 세계대전 당시 중요한 탐지장치로서 사용했던 군사기술이었다. 당시 레이더를 실험하던 미국의 공학연구원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가 우연히 작업 중 주머니의 초콜릿이 녹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초단파의 원리로 팝콘도 튀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1945년 ‘특허신청’을 했고 그로부터 전자레인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 제조사의 꾸준한 노력으로 소형, 경량화 된
현대식 전자레인지의 모습
(이미지출처:http://www.marketingvp.com) 

1947년 최초의 전자레인지로 탄생한 ‘레이더레인지(Radarange)’는 레이더의 원리를 가져와 만들어진 전자레인지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덩치와 무게, 그리고 높은 가격 탓에 전자레인지의 보급은 생각만큼 빨리 이루어 지지 않았다. 전자레인지는 제조사의 꾸준한 개선 노력과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홍보 활동에 힘입어 196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호황을 띄기 시작했고, 오늘날 필수 주방가전으로 자리잡았다.

속부터 익힌다 (전자레인지 작동원리)

전자레인지의 작동 모습을 육안으로만 보면, 단지 회전판 위에서 음식이 돌아가는 것 뿐인데, 신기하게도 음식이 골고루 데워진다. 이는 전자레인지의 작동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전자기파'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오븐은 오븐 안의 공기를 뜨겁게 해 대류열로 음식물을 익히고, 가스레인지는 가스열로 용기를 가열하여 용기 안의 음식물로 열이 전도되도록 해 요리한다. 이들의 방식은 외부 가열방식으로 전자레인지가 사용하는 가열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 전자레인지 내부에 있는 마그네트론에 의해
쏘여진 마이크로파가 전자레인지 내부에
쏘여지며 음식을 익히게 되는 작동원리

반면 음식물을 덥히는 데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전자레인지는 유전가열(dielectric heating)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마이크로파를 음식에 쏘아서 익히는 방식으로 유리나 종이, 플라스틱과 같은 물질은 마이크로파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고 통과시키지만 물 분자. 지방 등과 같은 분자에는 흡수되어 음식물을 덥히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음식물을 익히는 데 있어서 표면을 태우지 않으면서도 내부에서 발열하여 음식물의 단시간 조리를 가능케 한다.

만능 재주꾼, 전자레인지

전자레인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주방은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각종 재료들을 녹이느라 복잡해질 뿐 정작 요리는 시작하기도 힘들 것이다.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도 핫바와 컵라면의 영원한 짝꿍 삼각 김밥을 차가운 냉장 상태로 먹어야 하는 괴로움을 맛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자레인지는 우리 식생활에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가정집은 물론이거니와 편의점, 사무실의 탕비실 등의 필수 아이템이다. 하지만 전자레인지의 활용 용도가 단순히 해동과 음식을 데우는 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상 일반인들은 전자레인지가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기계를 운용하기 때문에 이용 기능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알고보면 밥을 지어먹을 수도 있고, 소량의 빨래를 삶아주는 기능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

전자레인지, 이렇게도 이용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로 가능한 기능

음식물을 덥히는 게 전자레인지의 주된 역할이지만 의외로 일상 생활에서 전자레인지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

1. 하얗게 속옷 삶기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물과 속옷만 넣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5분간 가열하면 간편한 소독과 묵은 때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

2. 개봉한 통조림 보관하기
통조림은 개봉 후 변질되기 쉬워 관리가 어렵다. 그러나 통조림을 개봉 후 랩을 씌어 전자레인지로 살짝 가열하면 살균효과가 있어 장시간 보관이 가능해진다. 단 금속으로 된 통조림 용기를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는 것은 금물.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넣어 돌리자.

3. 간단 야채 데치기
깨끗이 씻은 야채를 물기가 있는 상태로 접시에 담은 후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물을 끓여 번거롭게 해야 하는 야채 데치기 작업을 쉽게 완료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전자레인지로 가능한 요리

무더운 여름 불 앞에서 고생하며, 식사 준비 할 필요가 없다. 간편한 전자레인지 요리가 있으니까.


▲ 삼성전자의 전자레인지 이미지컷

* 머그컵 밥(준비재료:쌀,물,머그컵)

1.  머그컴에 물에 불린 쌀과 물을 넣는다.
2.  머그컵 위를 접시를 덮고 전자레인지에 3분 동안 돌린다
3.  1분 동안 전자레인지를 끈다
4.  전자레인지를 다시 3분 더 돌리면 ‘머그컵 밥’ 완성.

* 계란후라이(준비재료: 계란, 물, 접시)

1.  접시에 계란 한 개를 깬다
2.  물을 한 숟가락을 떠서 계란 가장자리에 둘러준다
    (가운데가 익기 전에 가장자리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3.  가장자리 중 1cm정도 틈이 벌어지게 랩을 씌워 회전판의 바깥쪽에 놓고 1분을 돌린다.
    (회전판의 가운데 보다는 끝 쪽에 놓는 것이 음식을 골고루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4.  반숙과 완숙을 조절하려면 10초 정도를 줄이거나 늘려도 좋다.

* 포도향 하드 비스킷(준비재료: 밀가루(통밀가루)1컵, 포도주스 1컵)

1. 밀가루와 포도주스를 2:1로 넣고 약간의 소금을 첨가한 후 반죽을 한다.
2. 반죽은 약 2mm 정도로 밀어 모양 틀로 찍어 낸 후 접시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3분간 돌린다
3.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 버터를 첨가해도 좋고, 포도주스가 아닌 다양한 주스를 활용해도 좋다.
 

 IT조선 이혜민 기자 muzz@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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