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바가 어디 업체예요?' 몇몇 모니터 업체와 미팅을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었다. 유성처럼 등장, 다나와 인기순위에 오래도록 머무른 '아치바'를 두고 많은 업체들은 '어디에 있는 업체인지, 기존에 무엇을 하던 업체였는지' 두리뭉실한 질문으로 궁금증을 표했다. 모니터 시장에서 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름의 '아치바 모니터'가 어떻게 이렇게 인기를 끌었냐는 것이다.

모니터 시장에서만 보자면 아치바코리아는 신생 업체다. 하지만 아치바코리아는 웨스턴디지털을 국내 시장에 도입하여 하드디스크 시장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려 놓은 10년 된 알짜배기 업체다. 잠시지만 삼보와 주현테크 모니터를 OEM으로 납품하고, 웨스턴디지털 하드디스크를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유통했다. 그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하여 아치바코리아는 2010년 12월 모니터를 처음 선보였고, 2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모니터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이 됐다.

'아치바(Achieva)코리아' 김창집 대표를 만나, 회사와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봤다.

▲ 아치바코리아 김창집 대표

23~24인치 제품이 호황을 이루고 있을 때 아치바코리아는 27인치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27인치 사이즈와 더불어 광시야각 패널인 IPS가 그야말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 판단한 아치바는 바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도 그에 맞춰 진행했다. 6대 모델을 시작으로 점점 라인업을 넓혀 현재는 심미안이라는 프리미엄 모델까지 포함하여 총 30대의 모니터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10년의 노하우,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국내 자체제작으로, 소비자 의견 빠르게 반영

김창집 대표는 모니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웨스턴디지털 하드디스크, 나름 높은 점유율 지니고 있습니다. 그 노하우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드디스크를 유통하면서 느낀 거지만 소비자와 계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소비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웨스턴디지털도 이 만큼 알리지 못했을 겁니다. 아치바모니터도 그러한 맥락에서 시작했죠."

그런 이유로 김대표는 '소비자와의 빠른 교감'에 포인트를 두고, 아치바 모니터를 자체 생산하기로 마음 먹었다. 중국에서 디자인하거나 조립한 것을 판매하게 되면 국내 소비자들이 불만을 갖기 쉽고, 교환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중국에서 제품이 원활하게 공급이 안되, 제 시간에 맞춰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소비자는 또 다른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디자인 또한 중국 취향에 맞춰져 있어 국내 소비자 만족도는 떨어진다. 판매 하는 도중,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바로 반영하여 소비자 욕구를 높이는 게 더 이득이라고 아치바는 판단한 것이다.

물론 당장의 수익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손해다. 중국에서 제작한 금형을 받아다 쓰거나 조립하면 지금보다 15% 이상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형을 한번 제작하는데 2억이라는 비용이 소요되고, 그 물건을 다 팔아야 하는 위험부담감도 뒤따른다. 국내 조립으로 드는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김대표는 시장 분위기를 고려한 '빠른 대응'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고, 아치바코리아에게 더 이득이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 공장의 이용이 되려 '기회손실' 비용에서 더 크다는 것이 김대표의 견해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AS도 그러한 방침을 기준으로 마련됐다. "하디디스크로 10년을 했지만 AS가 안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신경쓰는게 사후처립니다. 그게 안되면 이용을 안 하죠. 불량이 나오더라도 사후처리가 잘 되면 오래 갈 수 있어요. 웨스턴디지털을 하면서 몸소 체험한 것들이죠"

체계적인 CRM(고객관계관리)을 갖추고 있어야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아치바코리아는 현재 사후처리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고, 그를 토대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하고 있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아치바 엔지니어가 소비자와 직접 통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고객들이 이 회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 아치바는 현재 AS센터를 용산전자상가에 따로 마련하여 체계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 아치바란 이름을 알릴 수 있게 한 27인치 심미안 모니터

자체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는 만큼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6개 모델에서 30개 모델까지 내놓은 그 원동력에는 차별화된 품질이 뒷받침된다. 기존 고급형 제품에만 시행되던 무결점 정책을 DVI-D 전용 보급형 모델까지 확대 시행한 이유도 품질에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도였다. 강화유리를 일본의 아사히글라스로 바꾼 것도 그러한 일환 중 하나. 고가 제품이긴 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투과율이 3%, 반사율아 25% 개선되어 제품 만족도가 높다. 이러한 결과라고 보여주듯, 아치바는 현재 영국에까지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당장 이득만을 취하는 판매 목적보다 아치바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모니터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니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품질을 강화하는 것도 AS를 강화하는 것도 회사에 신뢰를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예요"

10년 뒤, 김대표의 바램처럼 고객 누구나가 다 아는 상당한 점유율의 아치바가 되길 기대해본다.

IT조선 정소라 기자 ssora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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