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벌써 반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 문화생활패션 분야의 이슈를 4자 단어로 엮었다.

 

문화

 

△충전~극뽁! = 2011년 상반기를 후끈 달군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간접광고(PPL)의 온상지였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유난히 많기도 했지만 에피소드 안에 적절히 녹여내기도 해 더 의미가 깊다. 극 중 구애정이 볼을 비벼대던 ‘독고진 음료’ 코카콜라의 비타민워터나 요소요소마다 재치를 더해준 뽀로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움을 줬다. 반면에 대놓고 찍던 LG 옵티머스 블랙의 휴대폰 광고나 뜬금 없는 소염진통제의 등장은 상품을 마구잡이로 대본에 우겨 넣은 꼴이었다. 제대로 된 상품은 굳이 상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오글거리는 대사나 장면을 넣지 않아도 소비자가 먼저 알아 보기 마련이다. 독고진 음료나 구애정 운동화 등 간접광고 상품은 확실히 드라마를 통해 매출이 늘었다. 앞으로도 TV 속 PPL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청자들이 볼 때 불쾌하지 않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류열풍 = 때늦은 한류 열풍이냐고? 아니다. 한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시아에 전전하던 한류가 드디어 유럽에서 ‘빵’ 터진 것.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팝 아이돌 공연에 1만5000명의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와 한국어 가사의 가요를 따라하고 율동을 따라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미디어를 점령한 덕도 무시할 수 없다. 10~20대 젊은 이들뿐 아니라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한류 열풍이 일고 있다. 뽀로로가 그 주인공. 수많은 나라에 수출하면서 7년 만에 곰돌이 푸우의 매출을 앞질렀다. 음식에도 한류 열풍은 거세다. 호주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마스터쉐프’에선 한국 음식 만들기 경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본 시리즈의 4편 ‘본 레거시’가 서울에서 촬영을 해 화제가 됐고 아시아의 여러 방송사들이 서울로케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연예인들에 국한됐던 한류는 계속적으로 분야가 확장될 것으로 보여진다.

 

 

△사생결단 = 슈스케2로 인기를 얻은 엠넷이 많이 부러웠나보다. 그 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이름만 달리 해 쏟아진다.(따지고 보면 슈스케도 ‘갓 탤런트’시리즈를 따라한 것이다) MBC 위탄, 댄싱위드더스타, 나가수, 신입사원, KBS 불후의 명곡, 도전자, 서바이벌 탑 밴드, SBS 기적의 오디션, 키스앤크라이, tvN 코갓탤… 나열하다보니 숨이 찰 지경이다. 지나치게 과하다. 시청률만능주의가 낳은 폐해다. 종편 방송이 출범하게 되면 이런 양상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저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몇 개나 있을까. 기획의도처럼 프로그램의 존폐 자체도 그야말로 서바이벌이다.

 

 

△연애시대 = 유난히 스캔들이 많은 올 상반기였다. 남상미-이상윤, 유진-기태영 등 알콩달콩 사랑 얘기를 꽃피운 열애설도 많았지만 현빈-송혜교, 김혜수-유해진 등 아쉬운 결별설도 많았다.  수많은 스캔들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단연 서태지 이지아의 이혼. 열애설, 결혼설도 없이 바로 ‘이혼설’부터 터진 이 커플은 아직까지도 법정공방 중에 있다.(이 기사를 처음 퍼트린 스포츠서울의 기자는 이달의 기자상까지 수상했다고) 문화대통령의 어쩔 수 없었던 신비주의는 당시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요즘은 솔직한 이가 더 추앙 받는다. 한달 밖에 안 된 구하라-용준형 커플이 열애설을 인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도 많은 열애설들이 쏟아지다 보니 네티즌들도 이제 웬만한 열애설과 결별설에는 무덤덤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 그래도 남의 연애사는 언제나 재밌다. 비밀이 없는 요즘, 밝힐 것은 빨리 밝히는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생활

 

△천정부지 = 명품에서부터 빵, 라면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제품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샤넬과 농심. 지난 5월 핸드백 가격을 평균 25% 인상한 샤넬은 2008년부터 총 4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2008년과 비교하면 핸드백 값이 두 배 이상 뛴 것.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매출은 더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농심의 신라면 블랙은 소비자와 정부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우골스프를 첨가해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 있다며 두 배 이상 가격을 올린 신라면 블랙은 공정위를 통해 허위 과장광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여기저기 물가가 오르다 보니 특정계층을 위한 명품백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는 5000원으로 점심 먹기도 어렵게 생겼다. 이렇다 할 정부 차원의 해결책도 보이지 않아 당분간 물가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진여파 = 일본의 지진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지난 3월, 원전을 건드린 대지진은 우리나라까지 방사능 위험에 빠지게 했다. 당연히 일본의 제품들을 맘 놓고 쓸 수가 없는 실정인데 특히 유아용품은 아이의 건강을 우려해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군, 메리즈 등 기저귀, 와코도, 큐피 등 이유식 등 아이들에게 꼭 맞는 제품을 만들어 국내 엄마들 사이 일본 유아용품의 위력은 대단했지만 이번 대지진 이후 그들의 위상이 한참 꺾였다. 인터넷 상에선 지전 전에 생산된 제품을 찾는 엄마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갑작스레 재난을 맞은 일본 국민들의 수요로도 벅찬 지금, 기어이 찝찝하게 일본 제품을 쓰기보다 국산 제품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때다.

 

 

일본 지진 이후, 한일 기저귀 점유율 변화 추이

비등비등 했던 한일 기저귀 점유율이 3월 일본 지진 발생 후 크게 뒤바뀌었다. 지진 발생 직후인 3월은 사재기 현상으로 일본 기저귀의 점유율이 소폭 늘었지만 점차 줄어 5월에는 우리나라 기저귀의 점유율이 80%로 압도적으로 늘었다.

 

 

△다재다능 = 한 가지 밖에 못 하는 제품은 재미 없다. ‘멀티 플레이’가 더 다양해지고 있는 것. 따로 놀던 카시트와 유모차는 경계가 모호해졌다. 차에 달면 카시트, 유모차 프레임에 끼우면 유모차가 되는 트래블 시스템이 이제 거의 모든 유모차와 카시트에 적용됐다. 카시트만 내놓던 브랜드에선 유모차도 만들기 시작했다. 화장품도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다. 자외선차단제, 베이스, 파운데이션이 모두 결합된 멀티비비크림, 아이섀도와 볼터치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멀티밤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 매장에서 한 가지 브랜드를 팔던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들도 점차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데 모아 파는 편집숍이나 멀티숍으로 변형되고 있는 추세다.

 

패션

 

△하의실종 = 아랫도리를 입은 건지 안 입은 건지 알 수 없는 하의실종의 인기가 여전하다. 여자들의 아랫도리 길이가 경제를 반영한 것이라면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사람들의 눈총에도 하의실종 패션을 완성할 수 있는 레깅스, 핫팬츠, 미니드레스 등이 각양각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하의는 정말 실종시키고 윗도리만 아슬아슬하게 입는 처자들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올 여름은 동남아를 무색케 할 만큼 무더울 것으로 예상돼 하의실종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알뜰패션 = 지난 4월 29일, 영국에서는 꽃미남왕자 윌리엄과 그의 피앙세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한 나라의 왕실의 결혼식이 오죽 화려했겠냐만은 그들의 일상도 그토록 화려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케이트는 뛰어난 패션 센스로 ‘완판녀’ 대열에 올랐는데 그 아이템들이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대부분 저렴한 옷들이라 더 화제다. 미국 대통령 내외와의 만남 때도 30만원짜리 원피스로 기품을 드러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이런 알뜰 패션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한 토크쇼에 4만원짜리 원피스를 입고 나오기도 해 친서민 패션을 선보인다. 이효리도 어느 결혼식에서 3만원대의 블라우스를 고급스럽게 매치해 알뜰 패션 선구자 대열에 올랐다. 결국 옷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옷을 입는 사람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 알뜰패션의 중심에 있는 SPA브랜드들의 강세는 꾸준히 거셀 듯 하다.

 

IT조선 염아영 기자 yeom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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