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전자제품은 지금까지 애물단지로 취급되어 왔다. 쉽게 아무데나 버릴 수 없고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거 수수료까지 납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앞다투어 폐 전자제품을 처리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 정부, 폐 전자제품 재활용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

환경부는 지난 5월 ‘전기, 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연순환에 관한 법률(자원순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전기 및 전자제품으로부터 금속자원을 최대한 회수하여 재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들을 정비한 것이다.

자원순환법의 주 내용으로는 ‘폐 전자제품 재활용 목표관리제’와 ‘소형 전자제품 분리 배출제’다. 폐 전자제품 재활용 목표관리제는 현재 10대 전자제품(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컴퓨터, 오디오, 휴대전화 복사기, 팩시밀리, 프린터)으로 제한된 재활용 의무대상을 40여개 품목으로 확대하여 1인당 연간 2.5kg 재활용량을 유럽 연합 수준인 4kg으로 늘려 재활용 의무비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소형 전자제품 분리 배출제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방치되는 폐 전자제품도 쉽게 버리고 효율적인 수거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생산업자에게만 부과했던 제품 회수, 재활용 의무율을 판매업자에게도 부과하는 판매업자 폐 전기, 전자제품 회수제도를 국내 전자제품 판매매장에서 시범 시행한 바 있다. 폐 전기, 전자제품 회수제도는 내년 2012년 1월 6일 전자제품 판매 업체 전체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 지자체, 폐 전자제품 방문 수거 및 배출 대행까지

폐 전자제품 회수에 대한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 광주시에 문을 연 재활용 센터 <클린센터>

올 상반기(1~5월)동안 폐 전자제품 무료 수거를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은 울산은 폐 전자제품 분리 작업장인 울산 자원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에 있고, 인천과 부산은 지역 곳곳에 수거함을 설치해 폐 전자제품을 수거하고 있다. 광주시는 클린 센터를 설립해 시민들이 전화 요청만 하면 폐 전자제품을 방문수거 및 배출 대행 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시민들에게 폐 전자제품 처리비용 부담을 경감시키고 페 전자제품 수거 체계를 개선해 자원 재활용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환경오염 예방에도 일정량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돈 되는 폐 금속자원

폐 전자제품 수거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활발한 수거 노력이 이루어 지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면, 재활용 문화 확산과 더불어 버려지는 폐 전자제품의 자원낭비를 줄여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실제로 서울시는 서울자원센터(SR센터, Seoul Resource Center)에서 폐 전자제품 재활용을 통해 6개월간 약 2억 2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이처럼 폐 전자제품의 재활용을 통한 이윤창출이 가능한 것은 폐 전자제품이 보유한 금속자원의 가치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 :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유가금속함유량(2007년 기준)

폐 금속자원이란 폐 전기, 전자제품 등과 같은 산업 폐기물에 함유된 금속성분 자원을 의미한다. 폐 금속자원은 석유, 석탄과 같이 일회의 소모성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가자원이라고도 불린다.

고기능화된 제품들의 출시가 많아지고 LED 등 첨단산업으로 발전할수록 주 원료가 되는 금속자원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자원부족국가인 우리나라는 자원난이 심화됨에 따라 금속자원 확보를 위한 대안이 시급해졌고, 폐 전자제품의 재활용을 통한 폐 금속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미 선진국들은 천연자원 대체를 위해 폐 금속자원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산업원료로 활용되는 금속자원의 40% 이상을 폐 금속자원 순환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폐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폐 금속 자원을 재활용할 경우 연간 4억 8000천만 달러(약 5073억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약 166억원의 매립, 소각비용 절약, 약 37만t의 CO2 감축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 폐 금속 자원 보유량의 경제적 가치는 46조 4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매년 4조 3백 억원이 폐 금속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기업의 환경적 책임활동

정부와 지자체 외에도 국내 기업들 또한 폐 전자제품의 재활용 처리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폐 전자제품, 포장재 회수를 위해 전국 1560개 판매 대리점과 24개 지역 물류센터로 구성된 회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또한 전자업계 공동 리사이클링 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8개의 리사이클링 센터를 운영해 폐 가전 제품에서 구리, 고철 등을 뽑아내 재활용 하고 있다.

▲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도 폐 전자제품 자발적 회수, 재활용 프로그램인
SRD(Samsung Recycling Direct)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거제시, 울산시와 폐 전자제품 무상회수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회수된 전자제품의 재 자원화 과정을 거쳐 금속, 플라스틱 등을 재생자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폐 전자제품의 회수 및 폐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폐 금속자원을 이용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 이외에도 자사 제품의 브랜드이미지 보호, 그리고 환경보존이라는 사회적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사의 폐 가전제품을 회수하면 폐 가전제품이 해외로 불법 유통되어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냉장고나 TV브라운관 등을 제대로 폐기하지 않으면 토양과 대기오염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냉장고의 경우 냉매가스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공정을 꼭 거쳐 배출해야 한다. LG전자 환경전략팀장인 신종민 상무는 “이제는 기업이 제품 생산에서부터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의 폐 전자제품 회수 처리에 대한 환경적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 폐 가전제품 재활용,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우선

전자제품 시장은 새로운 기술적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시장 특성상 신제품의 출시시기의 간격이 더욱 좁혀지고 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제품 교환주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제품 교환주기가 짧아진다는 것은 곧 구형, 폐 전자제품의 발생량도 증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많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음에도 지난해 전자산업환경협회에 등록된 업체를 통해 판매됐다가 회수된 폐 가전제품은 약 12만 6000t으로 회수율이 4%에 불과했다.

기업과 정부가 폐 전자제품 회수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폐 전자제품을 배출하는 제품 소비자인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폐 전자제품의 재활용을 통한 경제적 이윤창출이나 환경보존의 효과는 미미 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환경부의 전망에 따르면 폐 전자제품의 회수율을 18%로만 올려도 연간 약 733억원의 경제적 이익과 함께 5만 1800t의 CO2 감축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폐 전자제품 재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제고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때다.

IT조선 이혜민 기자 muzz@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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