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내수 시장은 대부분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백색가전이라 불리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제품들은 편리한 A/S와 첨단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왔다.

이와달리 상대적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취급하는 외산 제품은 인지도가 낮고 판매량도 국내 업체를 따라오지 못한다. 한국을 외산 가전사의 무덤이라고 부를 정도로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외산 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진입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할인 프로모션은 물론 VIP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왜 해외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전'왕'들이 국내 시장을 넘보는 것일까?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 뛰어드는 외산 업체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중심의 가전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경제 성장률이 높은 아시아 같은 신흥시장 쪽으로 시장의 무게추가 이동하게 되었고, 추세에 맞춰 외산 가전사들이 국내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가전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삼성, LG도 시장 공략을 위한 첨단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제로 LG와 삼성의 2분기 실적보고서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일반 가전 제품군의 성장률이 미미했던 것과 달리 스마트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수익성과 성장률은 상승세를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이 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제품을 고급 브랜드화 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말이다.

더불어 국외 가전들의 종주국인 미국이나 유럽연합과의 FTA(자유무역협정)의 발효로 국외 가전들이 관세 절감의 혜택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까지 가능해졌다. 외산 업체들이 국내 가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활로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유통망을 개선하여 국내 유통 채널을 백화점에서 할인점, 가전제품 전문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멘스는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등으로 유통망을 넓혔고, 프로모션을 통해 35만원대 청소기를 19만 9천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펼쳤다.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대중화 전략이다.

밀레는 국내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인터넷 판매를 실시했고,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통해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의 안정적인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5년 법인설립된 밀레는 2009년에는 16%, 2010년은 20% 성장했으며, 올해 1~5월까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이상 매출이 증가하는 등 꾸준히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밀레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 친환경 식기세척기와 싱글족을 겨냥한 에스프레소 커피머신도 출시 예정이다.

또한 VIP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인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를 실시해 밀레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밀레 직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점검 및 보수, 유지 등 전반적으로 제품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가전과 프리미엄 서비스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취약한 A/S망 개선, 전국 유통 채널 확보가 관건

외산 업체들은 VIP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점차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가전 시장을 공략하는데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애프터서비스 접근성 개선 필요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우선순위로 고려되는 것은 바로 A/S다. 대형가전의 경우 한 번 구매하면 기본 3~5년 이상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구매 후 발생할 수 있는 A/S 관련 신뢰성이 중요하다.

국내 업체들은 A/S센터가 전국에 분포되어 있어 제품 수리가 수월하다. 하지만 외산 업체들은 아직 국내에 상주한 서비스센터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규모도 크지 않다.

밀레는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 총 7곳에 서비스센터 열어 운영하고 있고, 월풀은 서비스센터가 전국적으로 57곳이 있다. 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고 강원도, 전라도 등 지방에는 각각 한 곳의 서비스센터 만 존재한다. 때문에 제품을 이용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위험성을 내포했다.

전국적 유통망 확보가 절실

또한 외산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희박하기에 전국적인 유통 라인 확보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에 자사제품만을 판매하는
'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을 각각 운영중에 있다.

국내 가전사는 ‘삼성디지털프라자’나 ‘LG베스트샵’ 같은 특화된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고, 각종 할인점이나 유통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외산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의 특성상 할인점이나 인터넷으로의 제품 판매가 어려워 일부 백화점 위주의 판매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업체들은 건설업체와의 B to B 영업을 통해 빌트인 시장을 집중 공략해 왔다.

그러나 최근 주택 경기가 나빠짐에 따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적 유통망 확보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승부의 관건은 '프리미엄'으로서의 경쟁력

A/S망 확보, 유통 라인 확대 등 외산 브랜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이용 중인 사용자들은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외산 프리미엄 제품들은 이름만 ‘명품’ 가전, ‘프리미엄’ 가전이 아니다. 월풀, GE, 밀레 등 백년이 넘는 전통과 숙련된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제품의 완성도가 높다.

국내 가전사들의 제품 부품은 3~5년만 지나도 구하기 힘들어 제품의 수리가 어려운 반면, 국외 가전사들은 제품의 부품을 10~20년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구입한 제품이 단종 되더라도 얼마든지 수리가 가능하다.  


△ 밀레 가전제품의 핵심부품 품질보증 기간은 20년이다.
제품 단종 후에도 20년 이상 부품을 보유하기 때문에
20년 뒤에도 언제든 부품 교체가 가능한 애프터 서비스를 자랑하다.

밀레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의 핵심부품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이 20년이다. 제품 단종 후 20년 이상 부품을 보유해 20년 뒤 애프터 서비스를 요청해도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무상 수리 기간은 최대 2년이고, 이후 교체 부품의 가격에 따라 수리 비용은 각각 다르게 청구된다.

프리미엄 제품은 초기 구매 비용이 비싸 망설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일 수 있다. 한번 구매한 제품의 수명을 늘려 장시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이나 트렌드에 크게 좌우되는 국내 제조사의 제품들과 달리 프리미엄 제품들은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고수하기 때문에 대체로 제품에 대한 유행을 타지 않아 장기 사용 시에도 크게 질리지 않는다.

경쟁이 격화될 '프리미엄' 시장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삼성, LG 등 국내 업체들의 독무대로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 이제 막 활기를 띄고 있는 시장인 만큼 해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외산 브랜드들의 공세가 거세다. 그러나 외산 업체들의 공략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토종 업체들이 기본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국적 유통망과 AS망을 외산 업체들이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있고, 기술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힘에서도 국내 업체가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개화된 프리미엄 가전 시장. 누가 먼저 웃을 수 있을지 토종 기업과 외산 기업의 경쟁이 기대된다.

IT조선 이혜민 기자 muzz@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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