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등산 하러 가는데 드는 비용은 과연 얼마일까?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등산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 등산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아웃도어 시장은 4조원대로 절정기를 맞았다. 불황 속에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급부상했지만 이제 명품가방 못지않게 비싸진 아웃도어 장비 구입이 만만치 않다.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간의 각축전이 된 시장에 수면위로 떠오른 중저가 브랜드들이 칼집에 숨겨놓은 칼처럼 무섭게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등산복 왜 이렇게 비싸졌나?

한 무리의 등산객이 지나간다. 고어텍스 재킷에 발목을 덮는 중등산화까지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 당장이라도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장이 지나치게 완벽하다.

언제부턴가 부모님 옷장에 한 벌쯤은 걸려있을 법한 고어텍스 재킷은 등산복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이 된지 오래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진 고어텍스는 뛰어난 방수, 방풍, 투습의 고기능성 소재로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나 극한상황에 생명유지를 위해 탄생된 소재였다. 사실 우리나라 산은 대부분 고도 2,000m 이하로 전문가용 고어텍스 재킷은 꼭 챙겨 입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나마도 이 소재가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우중(雨中)산행이나 영하의 날씨에는 오히려 옷장에 애지중지 모셔놓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고어텍스 같은 고기능성 소재를 앞세워 가격 올리기에 급급하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베블런의 법칙이 철저하게 아웃도어 시장에도 통용됐다. 여기에 경쟁적으로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운 스타마케팅까지 한 몫 더했다. 결국 도 넘은 고가의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물론 등산 같은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걸맞는 기능성 의류는 필요하다. 당연히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해야하는 등산복을 ‘왜’ 구입하게 됐는지가 뒷전이 된 게 문제다. 아웃도어 업체의 가격만 거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도 거품인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가들도 고어텍스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윈드스토퍼나 나일론 소재 재킷은 고어텍스의 절반 가격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름표처럼 붙은 브랜드 로고의 집착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제품인지 재질과 기능성을 먼저 따져보고 구입한다면 '아웃도어' 본연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
 

'자력갱생(自力更生)' 중저가 브랜드의 반란

소위 빅5로 불리는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컬럼비아 등 아웃도어 업체간의 경쟁은 사실 고만고만한 싸움이라 볼 수 있다. 애초부터 고가로 형성된 가격선에서만 경쟁이 이루어지니 소비자는 어떤게 합리적인 가격인지 혼동이 올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대형브랜드에서 자식브랜드로 중저가 브랜드를 론칭해 소개되고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메이저급으로 시장이 형성된 상황 속에 높은 마진을 과감히 포기하고 소비자가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제조하는 중저가 브랜드로는 현재 아우토반코리아(http://akspo.co.kr)와 칸투칸(www.kantukan.co.kr)이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두 브랜드의 철학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내세운 극한의 상황에 어울릴 법한 전문가용 제품이 아니라 등산을 즐기는 '일반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칸투칸은 2005년 '한판 붙자! 대한민국 등산화'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을 내세워 온라인 매장을 거점을 삼아오다 올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아우토반코리아는 2008년 'Autobahn' 브랜드를 인수 후 단일 중저가 브랜드 등산복 제조업체 중 가장 큰 규모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개설에 중점을 뒀다. 이중 아우토반코리아는 등산복을, 칸투칸은 등산화와 아웃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고가의 아웃도어 시장 텃세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천은 다양한 제품과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을 주무기로 내세운 데 있다. 그리고 그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검증한 건 당연히 '소비자'였다.

실제 이들의 가격을 메이저급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절반에서 최고 70%까지 저렴하다.

칸투칸의 대표 등산화인 'K89 발티스탄 뷰틸락 70' 등산화는 방수 발수 릿지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가격은 6만9,800원. 다른 브랜드 릿지화와 비교해보면 코오롱 남성 릿지 등산화 14만원,  캠프라인 13만원 등 대부분 10만원대를 호가한다. 물론 이들에 쓰인 소재는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을 갖춘 등산화인건 분명하다.

실제로 칸투칸의 K89 발티스탄 뷰틸락 등산화는 지난 1월에 출시돼 3달여간 수천족이 판매되는 등 메이저 브랜드의 등산화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우토반은 특히 등산복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기능성을 보여준다. 요즘 같은 환절기 봄, 가을철 활용도 높은 방풍재킷은 기존의 고어텍스 재킷 못지않은 기능성을 두루 갖췄다.

아우토반의 '베이스캠프 여성 재킷'은 방수, 방풍, 발수, 속건 기능으로 가격대비 만족할만한 사양을 지닌다. 사람의 피부와 같은 최첨단 고기능성 직물로 땀과 수분을 빠른 시간에 흡수·발산해 탁월한 통기성과 방수효과로 항상 쾌적한 착장감을 유지한다. 보통 메이저 아웃도어 브랜드의 고어텍스 재킷이 기본 20~30만원 이상 책정된 가격에 비하면 10만원 안팎의 8만9천원은 가격대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아우토반코리아는 3050세대를 주력으로 상품군을 출시한다. 이번 F/W시즌 역시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베이직 스타일 제품을 주로 출시했다. 등산을 즐기는 주력층 눈높이 맞춘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아우토반코리아 김준영 실장은 자사 제품에 대해 "누구든 입어보면 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들이 이처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울 수 있었던 건 유통 중간단계를 없애고 마케팅비용을 최소화 한데 있다. 유통단계와 마케팅에서 절감한 비용을 오로지 아웃도어 활동에 걸맞는 기능성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기에 지금과 같은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기존 메이저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이들은 계속 그것을 사 입으면 된다. 하지만 아웃도어 제품의 합리적인 흐름은 반드시 확장될 것이라는게 그들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하는 게 옳다는데 동의한다.

IT조선 홍효정 기자 hong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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