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 영화 한 편을 USB메모리에 담아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주려는 찰나, 친구가 핀잔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메신저로 줘, 무슨 USB메모리야~." 맞다. 메신저로 그냥 넘겨주면 될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지난 번에 구입했고, 선물 받았으며, 기념품으로 받았던 수 많은 USB메모리를 어떻게 어디에 써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메일 혹은 메신저로 파일들을 이래저래 옮기면 USB메모리는 언제 써야 하는 걸까?

책상 주변에 굴러다니는 USB메모리를 모두 모아봤다. 총 6개다. 2GB 3개, 4GB 2개, 8GB 1개다. 회사 로고가 그려진 것, 캐릭터 모양의 모델, 통장을 만들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 등 크기도 디자인도 다양하다. 이 중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공인인증서가 담긴 2GB 하나다. 이외 나머지는 책상 위를 제 집 마냥 눌러 앉아 있는 여분의 것들이다. 그 많은 USB메모리를 보자니, 꼭 가치가 없어진 '10원짜리'와 같았다.

현재 10원짜리 동전은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발행액 대비 회수율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10원짜리 동전이 서랍 속에서 자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점점 떨어지면서 제품 가격도 덩달아 하락, USB메모리는 시장에 계속 남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메일 및 메신저, 유클라우드 및 네이버 엔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점점 활성화되면서 USB메모리는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용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USB메모리의 모습이 꼭 한국은행이 보고한 서랍 속의 초라한 10원짜리 동전과 닮았다.

▲ 가치가 줄어들고 있는 USB메모리
처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 장롱 속 USB메모리, 처리 방법 고민해야 할 때

얼마 전 "절약하면 돈이 나와 뭐가 나와~"라는 멘트에, "나옵니다~"라는 대꾸로 상품 알리는 TV광고를 본 적이 있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 환경부가 정한 절약부분에 에코머니(Eco Money)를 지급, 지구를 아끼고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는 이 광고를 보면서 USB메모리도 에코머니 지급 대상 제품으로 넣고 싶어졌다. 방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며 가치를 잃는 것 보다 에코머니로 적립하여 현금으로 받는 것이 더 이득이라 봤기 때문이다. 에코머니는 2만점이 넘으면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폐 휴대폰 수거운동과 비슷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가령 갖고 있는 USB메모리를 모두 모아오면, 가지고 온 제품의 용량만큼 큰 용량의 것으로 교환해주는 것이다. 2GB메모리 4개를 가져오면 8GB 제품으로 바꿔주는 보상판매의 방법이다.

또 기업은 모은 제품을 '도시광산(urban mining)'에 이용할 수도 있다. 도시광산은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산업 폐기물에서 자원을 캐내 재활용하고, 여기서 나온 비용을 불우이웃돕기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와 기업들은 앞다퉈 폐 휴대폰을 모아 도시광산 사업에 동참,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고 있다. 평균적으로 폐 휴대폰 1대에는 구리10.5g, 은 0.2g, 금 0.034g 등 약 3500원에 달하는 금속 자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폐 휴대폰에 비해 USB메모리에서 얻어지는 금속의 양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작은 제품 하나에서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폐 휴대폰과 세탁기, 냉장고 등의 큰 제품 이상으로 개인 소비자와 나라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USB메모리를 비롯한 많은 저장기기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가치를 잃어갈 것이다. 정부 혹은 기업, 어느 누구라도 장롱 속 USB메모리를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IT조선 정소라 기자 ssora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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