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코리아는 오늘부터 한국 내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의 고객을 위한 독자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금융 서비스를 주관하는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이하 폭스바겐 파이낸셜)는 독일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Volkswagen Financial Services AG)의 100% 자회사다. 초기 자본금은 240억 원으로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인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의 개인 및 법인 고객들을 위한 할부금융 서비스를 도맡게 된다.

현재 폭스바겐 코리아의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는 3위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처럼 자체적인 파이낸셜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입지에 올랐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는 골프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몇몇 모델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 엔진인 TDI를 탑재한 모델의 인기는 골프를 비롯해 최근 선보인 티구안까지 꾸준하다.

이 정도 판매 규모라면 응당 다양한 모델에 혜택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같은 계열의 할부금융 회사를 보유할 경우 파격적인 금리나 프로모션을 통해 자사 자동차 판매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파이낸셜은 금융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내놓은 상품을 6세대 골프 GTI 모델로 한정시켰다.

“사인 & 드라이브!” (Sign and Drive!)라는 이름의 프로모션으로 골프 GTI (2011년식) 모델 100대를 내놨다. 선수금을 0%까지 설정 가능해 초기 차량 등록비용만 부담하고 유예금을 65%로 정하면 매달 65만으로 GTI의 오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현재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라인업이 TDI 파워 트레인을 장착한 모델에 국한되다 보니 의례 골프 GTI라는 상품은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는 게 문제다.

요즘 대다수의 수입 엔트리카 시장이 그러하듯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주력 판매 모델은 단연 친환경 디젤엔진, 즉 TDI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다.

폭스바겐 파이낸셜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면서 처음 선보일 상품이 TDI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어야 하는 것을 폭스바겐 코리아 측에서 모를 리가 없다.

가장 인기가 높은 TDI 모델을 좋은 조건으로 구입하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답답한 일이다. 그런데 폭스바겐 코리아 측도 애가 타는 것은 마찬가지. 최대한 많은 수량의 다양한 모델을 상품화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겠지만 국내 재고 사정이 여의치 않다. 100대 한정으로 진행 가능한 모델이 골프 GTI뿐인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쯤이면 골프 GTI 재고 소진을 위한 생색내기 이벤트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부분은 분명히 아니다. 5세대 골프 GTI보다는 못하지만 6세대 골프 역시 TDI 모델만큼이나 선전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물론 판매량에서는 TDI와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국내 골프 TDI 모델은 재고가 넉넉하지 못하다. 파사트나 CC, 그리고 최근 선보인 티구안 역시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프로모션을 통해 다양한 모델을 선보일 수 있었다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멀찌감치서 관망하자는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인정하자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신형 아이폰 판매 국가 1순위(?)에서 여전히 밀리는 것과 진배 없으니까.

IT조선 김재희 기자 wasab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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