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라 일컫는 제품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지만 IT 분야에서 명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제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해도 IT·전자기기 분야에서는 새 제품이 언제나 기존 제품을 넘어서는 스펙을 제공하는 탓이다. 그렇지만 드물게, ‘명품’이란 소리를 들으며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제품도 분명 존재한다. 독일의 헤드폰 제조업체 울트라손(Ultrasone)의 에디션 8(Edition8)도 그 중 하나다.

 

 

 

오로지 헤드폰만을 만들기 위한 장인집단, ‘울트라손’

 

 

본래 울트라손은 1990년에 설립된, 브랜드로서는 역사가 극히 짧은 제조사다.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를 통해 명성을 쌓곤 하는데 그러한 점과 비교하자면 울트라손은 신출내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울트라손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PRO 900, HFI 780 등 다양한 히트상품을 출시, 성공시켰다. 그러한 성공의 토대가 된 것은 울트라손이라는 회사가 오로지 헤드폰만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장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AKG, 슈어, 보스, 젠하이저 같은 헤드폰 업체들이 마이크, 믹서, 앰프 등 음향장비를 두루 만드는 것과 달리 울트라손은 오로지 헤드폰만 만든다. 이어폰도 안 만든다.

 

 

울트라손은 S-LOGIC PLUS, MU Metal Shielding 등 청각을 보호하고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만들 수 있는 테크놀로지와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울트라손 제품은 전 세계 뮤지션들과 사운드 엔지니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또한 장시간 착용해도 안락함마저 느껴지는 착용감도 울트라손 헤드폰의 장점이다.

 

울트라손은 그런 자사 제품의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집대성한 ‘에디션’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그 시작품은 에디션 7이었고 이후 에디션 9와 에디션 8, 에디션 10이 차례차례 출시되었다. 현재는 에디션 8과 에디션 10만 판매되고 있으며, 에디션 10은 오픈형으로 실내 음악감상용이라면 에디션 8은 밀폐형이라는 차이가 있다.

 

 

에디션 8은 3.5mm 크기의 헤드폰 잭, 임피던스 30옴, 1.2m의 짧은 케이블, 그리고 밀폐형이라는 아웃도어 헤드폰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 게다가 전량 독일에서 인건비 비싸기로 유명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이어패드와 헤드밴드를 둘러싼 가죽도 여타 제품들에서 들어본 적 없는 에티오피아 산 어린 양가죽으로 만들어 부드럽기 이를 데 없다. 금속 재질을 사용한 것치고는 무게도 제법 가볍다.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세 가지 버전 제공

 

에디션 8은 이어컵과 패드 가죽 색상 등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재차 나눠진다. 가장 저렴한 에디션 8은 루테늄(Ruthenium) 버전. 말 그대로 루테늄 금속을 사용해 만들었다. 이어컵이 고광택 반사 재질로 예쁘지만 지문이 잘 묻는다. 루테늄은 백금 계통의 희귀 전이금속으로, 백금 합금에 촉매로 쓰인다. 원소기호는 Ru, 원자번호는 44번이다. 루테늄 버전은 199만원이다.

 

▲ 울트라손 에디션 8 루테늄

 

루테늄 버전보다 비싼 상위 버전은 팔라듐(Palladium) 버전이다. 제법 낯익은 이 이름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가슴 속 아크 원자로를 구동시키는 데 사용하는 희귀금속이다. 전성과 연성이 좋고 거의 모든 금속과 합금을 이룰 수 있다. 원소기호는 Pd, 원자번호는 46번이다. 루테늄과 달리 은백색을 띈다. 에디션 8은 이 반짝이는 희귀금속을 사용해 백금 류 특유의 아름다움과 견고함, 가벼움을 얻었다. 팔라듐 버전은 220만원이다.

 

▲ 울트라손 에디션 8 팔라듐

 

마지막으로 리미티드(Limited) 버전은 이름처럼 전 세계에 888개만 제작된 한정판이다. 이어컵에 우드 장식이 새겨졌고, 세 버전 중 유일하게 하드 가죽 케이스가 제공된다. 이어패드와 헤드밴드 색상도 갈색으로 앞의 두 버전과 다르다. 리미티드 버전은 한정수량 제품답게 가격이 260만원이나 한다.

 

▲ 울트라손 에디션 8 리미티드

   

이처럼 울트라손 에디션 8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 세 가지 버전이 있다.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같은 유닛을 사용한 탓에 음질은 거의 동일하다. 다만 수입원인 소비코AV 관계자는 하우징 재질이 다소 차이가 나는 만큼 그로 인한 아주 약간의 음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면
헤드폰은 에디션 8 리미티드를 착용할 것이다!”

 

음질은 어떨까? 울트라손 에디션 8은 우선 볼륨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다. 음압감도가 96dB/mW로 그리 높지 않지만 임피던스가 30Ω으로 낮아 모바일 기기에서도 구동이 쉽다. 스마트폰에서 충분한 볼륨으로 들을 수 있으니 휴대하며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재생 주파수 대역도 6~42,000Hz로 상당히 넓다. 실제 꽤 풍부한 저음을 들려주며 중고음역에 걸쳐 섬세하게 음을 표현해 낸다. 현악기의 질감이 굵고 시원시원하며 보컬의 음성도 상당히 가깝게 들린다. 무엇보다 피아노 같은 타건악기의 울림이 상당히 리얼하게 들린다.

 

▲ 리미티드 버전은 전 세계 888개만 생산된, 소장 가치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이 외에도 오픈형 레퍼런스 헤드폰들만큼 넓은 스테이지감이 없지만 포커싱이 명확하고 악기별 세세한 울림까지 구분해 내는 등 하이엔드 헤드폰다운 자질을 갖췄다. 울트라손 에디션 8의 장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모바일 기기에 직결하지 않고 전용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면 음이 한층 살아난다. 다소 부족한 타악기의 어택이 강렬해지고 약동감이 더해진다. 헤드폰 앰프에 항상 물려 들을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 그렇지만 인도어·아웃도어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점이 에디션 8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태생적으로 고가에 날렵하게 빠진 몸매와 화려한 합금 주조, 그리고 뛰어난 음질까지 갖춘 울트라손 에디션 8은 헤드폰 계의 ‘엄친아’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구입 후 2년 동안 무상 A/S 지원

 

▲ 울트라손 에디션 8 리미티드 버전에만 동봉되는 가죽 하드케이스.

 

울트라손 에디션 8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 탓에 가격 대 성능비가 무척 낮은 제품이다. 그렇지만 ‘명품’임을 주장하는 다른 제품들도 가격 대비 성능을 높이기보다는 가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품에 철학을 담고 장인이 손수 제작하는 등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소장가치와 퀄리티를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울트라손 에디션 8은 당당히 명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고가의 헤드폰인 만큼 A/S에 대한 걱정이 앞설 듯한데 수입원인 소비코AV는 구입 후 2년 동안 수리가 가능한 상태에 대해서는 무상 수리를 제공하고 소모품(케이블, 이어패드 등)에 대해서도 유상 수리를 제공한다. 또한 수리가 안 돼 교환해야 할 경우라도 구입 후 1년 이내라면 소비자 가격의 50%를, 1년 후~2년 이내에는 구입 가격의 30%를 소비코AV가 부담한다.

 

 

  ▲ 울트라손 에디션 시리즈 소개 영상

 

IT조선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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