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전국을 돌며 수많은 고행과 엄격한 훈련을 쌓은 바,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주길 바란다.
돌아온 김DB가 파헤친 첫 번째 주제는, <추리소설의 국가별 흥망성쇠> 되겠다.
한때 추리소설은 영미소설들의 제국이었다. 추리소설 작가라곤 애거서 크리스티와 아서 코넌 도일뿐이었고, 탐정은 셜록 홈즈 뿐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서점에 한 번 가보라. 일본 추리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 독일, 북유럽 등 온갖 국적의 추리소설들이 서가에 가득하다. 우리는 언제부터 낯선 나라에서 날아온 추리소설들을 읽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김DB, DB를 열심히 뒤져봤다. 그러나… 첫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국가별 추리소설이 한국, 영미, 일본, 프랑스, 독일 밖에 분류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집념의 김DB, 방법을 찾아냈으니… ‘공포/추리소설’ 분야에 들어있는 책들의 국적을 한 권씩, 한 권씩 확인했지 뭐.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출간된 ‘공포/추리소설’들 1,140권의 국적을 하나씩 살펴본 결과, 한국, 영미. 일본, 프랑스, 독일 외에 ‘북유럽’, ‘스페인(라틴)’, ‘이탈리아’ 국적의 추리소설들이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라틴)’ 추리소설은 진정한 장르 소설이라 하기엔 어딘가 찜찜한 책들(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책들 같은) 몇 권뿐이고, ‘이탈리아’ 추리소설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를 빼면 역시 한 두 권 뿐이라 분석 대상에는 ‘북유럽 추리소설’만 추가하기로 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의 추리소설 분야 국가별 매출 점유율이다.
- 한국 추리소설(6.8%)이 다음 순위지만,
- 프랑스 추리소설의 약진(6.0%)은 역시 저작권 만료로 2002년 번역 출간된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 노트』(2000) 덕분이다. 『타나토 노트』와 『아르센 뤼팽 전집』 의 매출을 합치면 2002년의 프랑스 추리소설 전체 매출의 거의 100%가 될 정도다.
- 한국 추리소설은 10.5%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 2007년, 일본 추리소설은 미야베 미유키(일본 추리소설 중 매출비중 23.6%)와 히가시노 게이고(매출비중 21.3%)라는 쌍두마차에 온다 리쿠(9.0%)와 기시 유스케(9.0%)까지 합세했다. 새로운 작가들이 인기작가 대열에 합류한 것은 독자들의 관심이 일본 추리소설에 집중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 2008년, 일본 추리소설의 인기는 절정에 이르고… 일본 추리소설 매출 중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32.0%,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은 29.1%를 차지한다. 이 두 작가의 책들은 워낙 많이 출간되기도 했고, 출간되는 신작마다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 하지만 영미 추리소설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영미 추리소설의 매출 점유율은 2004년 93.9%로 정점을 찍은 후 93.6%(2005), 76.8%(2006), 59.2%(2007), 40.0%(2008), 46.0%(2009), 40.4%(2010), 그리고 2011년에는 18.7%까지 추락한다. 한 때 추리소설계를 지배하던 호랑이는 이렇게 스러지는가… 일본 추리소설이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라는 확고한 인기작가를 가진데 비해, 영미 추리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와 코넌 도일 이후 독자를 사로잡은 새로운 인기작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이유로 보인다.
- 2010년에는 그 동안 점유율 5%를 넘기기 힘들었던 한국 추리소설이 한 차례 꿈틀했다.
- 프랑스 추리소설은 2011년에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 1,2』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프랑스 추리 소설 매출 전체의 93.8%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막심 샤탕, 조르주 심농 등의 작가들에게도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 북유럽 추리소설은 2011년 재출간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시리즈의 인기에 힘 입은 바가 크다. 북유럽 추리소설 전체 매출 중 95.8%가 『밀레니엄』시리즈가 차지했으니 말이다. 『밀레니엄』시리즈를 통해 북유럽 추리소설의 매력을 느낀 독자들의 관심이 더 많은 북유럽 추리소설을 찾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 2012년의 추리소설 생태계를 보니, 여러 국가들이 고르게, 사이좋게 자리잡은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고 훈훈하다. 경제적 부나 자원, 인구도 어느 한 지역에 편중되면 안 되듯이, 추리소설 생태계도 여러 국가의 다양한 책들이 독자들에게 골고루 사랑받는 풍경이 훨씬 아름답지 않은가.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마이너한 점유율을 보이는 한국 추리소설들이다. 한국 추리소설계에도 폭넓은 작가층 발굴과 빵빵 터지는 베스트셀러들로 추리 소설 생태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