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를 살펴 보면 이런 글을 발견할 수 있다. "혹시 제가 호갱님은 아니겠죠?"라며 판매점을 통해 구입한 휴대폰의 구입 가격과 가입 조건 등을 공개해 문의를 하는 것이다.  

▲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휴대폰 구입 관련 질문
 

안타깝게도 그들 중 대부분이 보기 좋게 '호갱님 인증'을 하고 있다. 호갱님은 '호구'와 '고갱(고객)님'을 합성한 신조어로 주로 판매상술에 넘어간 가엾은 소비자를 지칭한다. 이런 사례가 가장 빈번한 곳 중 하나가 바로 휴대폰업계다. 무엇이 휴대폰 가격이고, 무엇이 지원금인지… 당최 헷갈리는데, 모르면 당하기 마련이다. 간단 명료하게 '호갱님' 면하는 법을 소개한다.

 

"한달에 요금 얼마나 쓰세요?"

 

휴대폰 판매점의 '넘버원 퀘스천'이다. 기본 요금이 높은 요금제를 쓴다고 대답하면 판매원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나 "3만 4000원 요금제 쓰는데요?"라고 대답하면 판매원은 심각한 얼굴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대답은 정해져 있다. "5만 4000원짜리 요금제 이상 가입해야 단말기 할인이 가능하다"며 3개월만 쓰다 요금제를 바꿔도 된다는 말로 꼬시기 시작한다.

 

판매원 입장에서는 고객의 요금제에 따라 자기 몫으로 떨어지는 '리베이트'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판매점을 운영중인 노씨는 "5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통신사에서 주는 지원금이 엄청나게 차이 난다"며 "5만원대 요금제로 가입시켜야 장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요금제 단위를 올려 가입하면 판매점에서 지원해주는 단말기 할인 금액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할부원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굳이 내 평균 사용량보다 높은 요금제를 쓸 필요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요금제는 물론 부가서비스까지 의무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3개월 내에 변경하면 위약금이 나온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통사 콜센터에 직접 문의하면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변경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누가 아이폰을 써요… "

 

왜 휴대폰 판매원들은 아이폰을 싫어할까? 휴대폰 판매점을 찾아서 "아이폰 사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하면 종종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불친절한 응대는 물론이고 집요하게 다른 스마트폰 기종을 추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체 왜?

 

 ▲ 어느 판매점이나 LTE폰을 중심으로 광고하고 있다

 

판매점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판매점이 단말기를 팔면 이통사나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 지원금 내에서 재량 껏 소비자에게 '할인'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판매원이 이익으로 취하는 형태다.

 

몇몇 판매점을 취재한 결과 국내 제조사의 '전략폰'을 판매하면 '지원금'이 더 많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판매점에서는 "P제조사의 LTE폰은 지원금이 60만원까지 풀리기도 했다"며 "아이폰의 경우 판매점에 떨어지는 수익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판매점에서는 무조건 '지원금'이 많은 스마트폰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지원금이 많은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소비자는 단말기 할부원금을 많이 깎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어리버리한 호갱님들은 '할인'의 '할'자도 듣지 못한 채 출고가에 가까운 금액으로 휴대폰을 구입하기도 한다.

 

이런 고객을 만난다면 판매점은 '땡큐'다. 한 대만 팔아도 50~60만원의 수익이 남는다고 해서 '퇴근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모르면 당한다는 이야기다. 판매점을 찾기 전 사고 싶은 휴대폰 기종을 정해 놓거나, 웹상에서 시세를 알아보기를 권한다. 판매점에서 강력 추천하는 단말기는 지원금이 많다는 뜻이니 할부원금을 잘 확인하고, "싸게 해달라"고 강하게 주장해보자.

 

"현금 바로 쏴드려요"

▲ 서울 시내 한 판매점, '현금 지급' 현수막을 크게 붙여 놓았다

 

'스마트폰 개통 시 현금 바로 지급'. 길을 가다 판매점 앞에 붙어 있는 현수막에서 한번쯤 보았음직한 문구다. 스마트폰 사는데 돈을 준다고? 귀가 솔깃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현금을 통장으로 넣어준다. 판매점 취재 결과, 스마트폰 한 대 당 많게는 40만원까지 지급해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땡 잡은 기분'이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걸 못 챙겨 받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현금 지급은 물론 이전 기기의 약정 위약금을 대납해주는 곳도 있다. 판매점에서는 대단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생색을 낸다. "이렇게까지 지원해드리는 데 없어요"라는 멘트를 날린다.

 

그러나 첫 번째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받으면 머릿카락이 '쭈뼛 쭈뼛'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 달에 4만원 가까운 단말기 할부금이 부과될 테니까 말이다.

 

최신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출고가는 80~90만원 정도다. 단말기마다 다르지만 지원금 할인을 받고 구입하면 실제로는 훨씬 낮은 가격으로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현금'을 받은 고객은 '지원금 혜택'을 미리 일시불로 당겨 받은 것이다. 대신, 다달이 내야 하는 할부원금이 많아진다. 이런 사항이 가입자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 '지원금 외의 혜택'인 양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아'다르고 '어'다른 것이 핸드폰 업계다. 너무 잘해준다 싶을 때는 이유를 고민해보자.

 

"30개월 쓰시면 완전 공짜에요"

 

미리 말하지만 세상에 '공짜폰'은 없다. 지식경제부에서 '공짜폰' 마케팅 자체를 금지시킨 지 세 달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우리는 '공짜폰'을 찾는다.

▲ 현재 공짜폰 마케팅은 금지되어 있다

 

'공짜폰'은 기본적으로 24개월 이상의 약정을 담보로 한다.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남은 기간만큼의 '위약금'을 토해내야 한다. 공짜에 무슨 위약금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상술이고 말장난이다.

 

물론, 약정을 적용해 장기간 사용하면 그에 따른 요금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기값을 전부 내고 구입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인 게 사실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5만 4000원짜리 요금제로 30개월 쓰시면 기기값이 0원이에요"같은 멘트다. 30개월을 사용하면 부가세나 기타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기본요금만 162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중 대체 얼마가 기기값이고 얼마가 할인이 되는 지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판매점에서 40만원에 구입 가능한 단말기를 80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가격을 두 배 뻥튀기 했지만, "24개월을 사용하면 단말기 요금이 0원"이라고 설명하면 소비자들은 '할부원금' 자체가 얼만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차피 공짜인데…"라는 생각에서다. '호갱님'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계를 12개월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면? 할부 잔금(위약금)으로 무려 40만원을 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게 된다.

 

휴대폰 구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할부원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할부원금은 단말기 지원금을 제외하고 약정기간 동안 단말기에 고지되는 실구입가를 뜻한다. 이 가격을 꼼꼼하게 따져 묻는다면, 판매원도 긴장하게 되어있다.

 

판매점에서 약정기간, 공짜폰 운운할 때 이 질문을 던지자. "그래서 할부원금이 얼마에요?"

 

IT조선 하경화 기자 h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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