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의 소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피커는 단연 덴마크 브랜드 뱅앤올룹슨(Bang&Olufsen, 이하 B&O)일 것이다. B&O는 엔지니어의 기술에 맞춰 제품을 디자인하지 않고 디자이너가 제품 컨셉에 맞춰 제품을 디자인한 후 음향 기술을 접목시켜 왔다. B&O가 ‘가장 아름다운 하이엔드 오디오’라 불리는 것은 이러한 연유다.

 

 

B&O Play 브랜드 첫 작품, Beolit 12

 

그런 B&O도 최근 들어 급성장한 모바일 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브랜드 ‘B&O 플레이(Play)’를 런칭했다. B&O 플레이는 고가에 다소 진지한 분위기의 B&O 제품과 달리 명칭처럼 ‘놀이터’를 표방한 제품군이다. 캐주얼하고, 지나치게 고가가 아닌, 그러면서 생활 속에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킨 제품을 지향하고 있다. 본 리뷰에 소개하는 베오릿 12(Beolit 12)은 B&O 플레이의 첫 제품이다.  

 

 

▲ B&O 제품 최초로 아이폰과 에어플레이로 연결되는 B&O 플레이 베오릿 12

 

베오릿 12는 B&O 최초로 아이폰과 와이파이로 연결되는 에어플레이(AirPlay) 지원 제품이다. B&O가 2010년 말에 출시한 베오사운드 8(Beosound 8)은 아이폰용 30핀 독을 갖췄지만 베오릿 12는 별도의 도킹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고 무선으로 연결하거나 USB 단자, AUX 단자를 통해 직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한 이유는 베오릿 12가 휴대용 제품이기 때문. 베오릿 12는 야외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내부에 배터리를 장착했다. 완충 후 유선으로 연결할 경우 최대 약 8시간 동안 연속해서 재생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정밀한 알루미늄 가공으로 기능성과 디자인 모두 갖춰

 

베오릿 12는 휴대하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거치가 불안정한 전용 독을 제거하고 상판에 홈을 파 아이폰이나 기타 스마트폰을 올려둘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등 포터블 기기의 스크래치를 염려해 상판에는 고무와 플라스틱을 합성한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했다.

 

측면은 두꺼운 알루미늄을 가공해 둘렀다. 이 알루미늄은 미세하게 타공 처리돼 있어 미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내부 유닛 보호 역할과 그릴 역할을 겸하고 있다.

 

▲ 유닛 보호와 디자인 역할을 겸하는 알루미늄 그릴

 

전체적으로 알루미늄을 사용한 탓에 2.8kg으로 묵직하며 크기와 부피가 일상적으로 휴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상단에 부착된 스트랩은 이탈리아산 가죽을 사용했으며 본체와 다른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베오릿 12의 디자인은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덴마크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Ceclile Manz)가 담당했다. 색상은 옐로우, 다크 그레이, 블루, 그레이 총 4종류가 있다.

 

 

무선 연결 간단하지만 이따금 끊겨

 

▲ 베오릿 12 내부에 마련된 랜포트. 빈 공간에는 전원 코드를 수납할 수 있다.

 

베오릿 12의 에어플레이 연결은 비교적 간단하다. 동봉된 책자에 한글로 잘 표기돼 있어 몇 가지 동작만 따라 하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와이파이로 연결된 PC와 베오릿 12를 제품에 동봉된 랜 케이블로 연결한 뒤 정해진 주소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연결된다. 하지만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에어플레이는 야외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베오릿 12는 휴대용을 강조한 제품. 거기다 간혹 신호 간섭이 있는지 뚝뚝 끊기기도 한다. 아마도 주변 와이파이 신호 세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 듯하다.

 

 

큰 음량 재생도 끄덕 없는 120W 대출력

 

▲ 전원, 에어플레이 연결, 볼륨 조절 버튼만 갖춘 베오릿 12

 

스펙상의 베오릿 12 출력은 120W. 실제 볼륨을 꽤 크게 올려보니 작은 덩치에서 믿어지지 않게 큰 소리를 내준다. 단순히 볼륨 레벨이 큰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볼륨으로 올려도 음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클래스 D 파워 앰프를 내장한 베오릿 12는 일반적인 청음 수준에서는 음이 변질되지 않고 꽤 큰 볼륨까지 안정적으로 들을 수 있다.

 

보이지 않지만 베오릿 12의 유닛은 2인치 트위터 2개와 4인치 우퍼 1개가 채택된 2.1채널 구성. 작은 인클로저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치고는 저음의 양이 꽤 풍부하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와 뉴에이지 아티스트 메이 세컨(May Second)의 ‘Vanilla Sky’를 Apple Lossless 파일로 변환해 들어봤다.

 

‘Hotel California’는 보컬 돈 헨리의 질감과 하이햇의 찰랑거림이 인상적. 소형 스피커답지 않게 또렷하고, 명료하게 들린다. 하지만 BGM과 보컬 간 구분이 모호한 점은 아쉬운 부분.

 

‘Vanilla Sky’는 악기 간 정위감이 뚜렷이 나눠지는 곡이지만 베오릿 12에서는 정위감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묵직하면서 둔하지 않은 저음의 탄력은 소형 스피커처럼 재생되는 소리를 가볍지 않게 잡아준다.

 

 

비싼 가격 제외하면 포터블 스피커 중 수준급 퀄리티 제공

 

 

전반적으로 저음의 풍성함과 탄력은 대단히 뛰어나지만 음의 다이내믹레인지가 넓지 않아 시원시원한 맛이 덜하다. 특히 중고역대의 투명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울림이 좋고 공간감도 제법 나타낸다. 보컬의 목소리나 악기 특유의 음색과 질감도 잘 살려준다. 소형 오디오 기기로서는 상당한 실력이다. 여기에 B&O다운 디자인과 뛰어난 만듦새는 충분히 구매력이 느껴지는 제품이다.

 

베오릿 12의 소비자 가격은 115만원. 쉽게 구입하기 힘든 제품이다. 그러나 B&O를 구입하는 이라면 비교적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브랜드의 ‘가치’에 큰 비중을 두는 이일 것이다. 비싼 가격을 제외한다면 휴대용 포터블 스피커로서 매우 뛰어난 음질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임에 틀림 없다.

 

 

Bang&Olufsen

Beolit 12

 

해상도

★★★☆

포터블 기기지만 여러 악기의 음색 잘 표현해낸다.

공간감

★★★

원 바디 시스템으로 만족할 만한 공간감을 얻기는 힘들지…

대역특성

★★☆

고역이 약하고 다이내믹레인지가 좁아 소리가 답답하게 들림.

음악성

★★★

좀 더 정위감과 디테일이 살아났다면 좀 더 신났을 것 같음.

디자인

★★★★☆

야외에서 스크래치 각오하고 쓴다면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디자인.

편의성

★★★★

에어플레이, USB 단자, 내장 배터리

추천음악장르

팝, 힙합 등 보컬과 비트가 강조된 음악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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