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싸우고 있다. 주요 쟁점이던 망중립성은 한 쪽 구석으로 밀린지 오래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통사가 고의적으로 보이스톡의 통화품질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통사는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양쪽의 입장에서 주요 쟁점을 들어보았다.

 

이통사 “속도저하 조치는 기술적 문제”

 

 

이통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카카오에서 주장하는 ‘속도저하’는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이준서 SK텔레콤 홍보실 매니저는 “약관에 따라서 5만원대 이하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은 mVoIP의 속도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5만원대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에게만 mVoIP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mVoIP를 전면 차단하지 않고, 속도 저하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매니저는 “카카오톡 같은 메시징 서비스와 mVoIP는 IP가 유사하게 오는 경우가 있다”며 “mVoIP를 전면 차단하면 일부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의 메신저 기능도 쓸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속도를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발표한 이통3사 보이스톡 통화품질 현황에 대해서는 “속도를 저하시킨 54요금제 미만의 사용자까지 포함해 평균치를 냈기 때문에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상위 요금제를 쓰는 고객들은 문제 없이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은 카카오의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보이스톡 서비스 전에 사전협의가 있었다면 서로 협조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카톡 측에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요금제에 따른 전면 차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말 바꾸기 그만하자”

 

 

카카오의 입장도 단호하다. 이기연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대리는 “이통사 측에서 시시각각 입장을 바꾸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보이스톡의 손실률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통화품질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자, 카카오는 먼저 이통사 측에 이 현상을 문의했다. 제일 처음 돌아온 답변은 “서버 과부하가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카카오 측에 따르면 보이스톡 사용량이 최고치를 찍었던 6월 6일 대비 6월 13일의 사용량은 보면 90%가 급감했다. 사용자는 10%밖에 남지 않았는데 오히려 손실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줄었음에도 손실률이 증가한다면, 서버에 문제가 있다는 이통사의 설명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우리가 망중립성 토론회를 통해 이통사의 카카오톡 품질 조작 의혹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자 이통사가 54요금제 미만에는 속도저하를 적용했다며 말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요금제에 따른 보이스톡 차단은 망 사업자의 정책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품질 저하를 유도할 시 사용자들은 카카오의 서비스에 하자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아예 보이스톡 연결이 불가능한 편이 사용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리는 “상식적으로 한 회사의 대표가 확실한 근거도 없이 공식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겠느냐”고 말하며 카카오의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무엇 하나 맞아떨어지는 것 없이 대립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통사가 보이스톡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해 품질저하를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통사는 기술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었다고 맞받아친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입장이 변경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입증된 것은 없다.

 

카카오톡을 통해 보이스톡 품질 현황이 메시지로 전송되는 등, 이 사건은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앱 카톡이 나날이 어지럽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이 전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하경화 기자 ha@chosunbiz.com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