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화는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다. 남들보다 반박자만 빨라도 상대를 제칠 수 있는 것이 농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볍기만 해서는 안 된다. 가벼우면서 동시에 안전해야 한다.

 

 

 

아디다스 ‘크레이지 라이트2‘는 현존하는 농구화 중 가장 가벼운 농구화다. 손으로 들어만 봐도 깃털을 드는 것처럼 가볍다. 이처럼 가벼운 것은 무게로 증명되지만 이 제품이 안전한지는 직접 신어봐야 알 터. 지금부터 '크레이지 라이트 2'를 낱낱이 살펴보자.

 

 

▲ 보스톤의 홈구장인 TD가든을 수놓은 크레이지 라이트 광고 (출처:유투브)

 

 

얇지만 안전한 어퍼(Upper)

 

 

▲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옆 모습. 한눈에 봐도 단단한 느낌이다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어퍼를 살펴보면 전체 메시 소재에 반짝이는 테이프(?) 같은 것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테이프 같은 구조물이 바로 어퍼를 지탱해 주는 스프린트 웹이다. 0.7mm의 얇은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으로 이뤄진 웹이 신발 표면 전체를 지탱해 주고 있다.

 

보통 농구화의 경우 인조가죽이나 에나멜 소재를 사용해 어퍼를 만들기에 다소 무거웠지만, 아디다스가 개발한 스프린트 웹을 사용하면서 농구화의 무게가 한 층 가벼워졌다.

 

 

▲ TPU와 메시로만 이뤄진 모습

 

하지만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얇은 어퍼가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어퍼가 지나치게 얇아 안전성에 우려가 있어 보였고, 표면이 거칠어 착용감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물론 어퍼에 스프린트 웹 기술이 적용되어 신발 표면을 지탱해 준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아디다스 측의 이야기일 뿐 직접 신어보지 않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직접 신어 본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어퍼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전작 크레이지 라이트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전작 크레이지 라이트는 2분할 어퍼 구조로 토박스(Toe-Box) 부분과 사이드 월(Side-Wall) 부분이 나뉘어진 구조였다. 그 결과 분할된 곳의 덧댐과 실밥 때문에 발이 쓰린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크레이지 라이트 2’의 경우는 하나의 어퍼로 이뤄져 특별한 불편이 없었다. 또한 전작 보다 단단해진 스프린트 웹은 농구 경기 중 평행, 수직 동작을 자연스럽게 도와줘 만족스럽다. 단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어퍼는 일정시간의 적응과정이 필요했다. 처음 농구화를 신었을 때는 어퍼가 너무 단단해 다소 거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내 부드러워지니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를 내기에 적합한 미드솔(mid-sole)

 

 

 

▲ 힐 카운터부터 연결되어 있는 스프린트 프레임의 모습

 

농구화의 특성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미드솔이다. 미드솔은 때론 농구화를 비호감으로 만들기도 하고, 극찬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개인의 호불호도 미드솔에 의해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니 농구화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 사진에서 빨간색 부분이 EVA미드솔이다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일관된 밀도의 고압축 성형 EVA소재와 스프린트 프레임의 만남으로 이뤄졌다. 먼저 스프린트 프레임은 힐 카운터부터 발 앞부분까지 넓게 비대칭구조로 장착되어 있다. 이 프레임은 카본보다 가벼운 TPU 구조물로 안정적인 발의 착지를 돕고, 운동능력을 반환해 주는 반환 에너지(탄성)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 EVA소재는 앞서 말한 스프린트 프레임과 반대로 충격을 흡수해주는 기능을 한다. 즉, 이 둘의 조화가 어떠한지가 미드솔의 품질이 되는 셈이다.

 

 

크레이지 라이트 2의 미드솔은 단단한 프레임에 말랑말랑한 고무가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다시 말해 EVA 소재보다는 스프린트 프레임의 영향이 더 커 스피드를 내기에 적합한 농구화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크레이지 라이트 2는 가벼움이 메인 콘셉트인데 말이다.

 

원초적인 접지력의 아웃솔(Out-Sole)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설페이스 아웃솔’은 이번 ‘크레이지 라이트 2’부터 변화됐다. 전작의 지나치게(?) 우수한 접지력 때문에 생긴 역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 전작에 비해 아웃솔 패턴이 크고 단순하다

 

아웃솔은 패턴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 이번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아웃솔은 절제된 접지력을 내기에 적합한 패턴으로 이뤄져 있다. 한 눈에 봐도 전체적인 라인이 굵직굵직하고 아웃솔 표면도 거칠고 단단하니 말이다.

 

 

실제 ‘크레이지 라이트 2’를 신고 접지력을 테스트 해 본 결과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느낌이었다. 마치 전륜 구동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듯한 정지의 접지력이지 전작처럼 미끄러지듯 스텝을 이어갈 수 있는 접지력은 아니었다. 물론 어떤 접지력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면 개개인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초적인 접지력의 개념인 ‘멈춘다’의 의미로만 본다면 ‘크레이지 라이트 2’의 아웃솔은 훌륭하다.

 

 

▲ 사진에서 보이는 mi란 곳에 마이코치 스피드셀을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번 '크레이지 라이트 2'는 마이코치가 지원된다. 아디다스 농구 제품군은 스피드 셀을 사용해 경기의 기록을 측정해준다. 스피드 셀은 아이폰용과 PC용으로 나뉘어져 판매되니 필요에 따라 구입하면 된다. 아이폰용일 경우 앱 스토어에서 아디다스 마이코치 바스켓볼 어플을 다운 받은 후 어플내에서 회원 가입 후 스피드 셀과 아이폰 밑면에 끼우는 독을 장치관리에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PC제품의 경우 아이다스 마이코치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후 USB를 통해 PC에서 자신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 '크레이지 라이트 2'를 신고 달린 경기의 기록 (최대속도 33.53km , 총 달린거리 5.983km, 강도 분발 64회 등 농구에 관련 된 다양한 데이터와 그날 경기 기록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총평 'adidas crazy light 2'

 

 

 

크레이지 라이트2는 가벼움이라는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개발한 신발이다. 경량 금속을 사용한 끈 구멍부터 스프린트 웹과 스프린트 프레임 그리고 전면 메시 소재 등 최대한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크레이지 라이트 2’는 가볍기만한 신발은 아니다. 스프린트 웹, 스프린트 프레임, EVA 미드솔 등 모든 기능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최대의 성능을 내니 말이다. 게다가 첨단 IT기기인 마이코치 스피드셀로 운동시간, 거리, 스피드 등 농구에 필요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나은 농구화가 어디있을까 싶다.

 

다만 17만9000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은 아쉬운 부분이다.

 

선우윤 기자 su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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