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는 자연입니다. 자연에는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있습니다. 온갖 이름 모를 곤충을 비롯, 아름다운 새와 들판에 널려 있는 꽃과 풀 등하지만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의미 있고 행복하며 절절한 사연과 더불어 급박한 자연 환경에 적응하고 또 대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삶에 조그만 상상을 덧붙여 보고자 합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들입니다.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자연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편집자>

 

봄이 완연히 온 것을 느낄 수 있는 5월의 어느 늦은 봄 날 우연히 제비 한 마리를 발견했다. 집을 지으려고 진흙과 지푸라기를 실어 나르기에 여념이 없다. 작년에 봤던 제비다. 강남 갔다 다시 찾아왔다. 무척이나 반갑다.

 

녀석도 내가 반기는 줄 아는지, 카메라를 보며 제법 포즈를 취한다. 잠시 후 다른 한 마리 제비가 다시 날아왔다. 둘은 뻔질나게 진흙을 실어 나르며 집을 짓기 시작한다. 아마 부부사이인가 보다. ? 그러고 보니 작년에 봤던 부부가 아닌 것 같은데그새 이혼하고 새장가를 갔나?

 

나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두 마리 제비가 동시에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나를 향해 아니라고 날갯짓을 한다. 내가 미안해, 내가 잘 못 생각했어!’ 하며 머리를 흔들자 그제서야 하던 일을 다시 계속한다. 저렇게 한 올 한 올 지푸라기와 한 줌 진흙을 물어다가 도대체 언제쯤에나 집이 완성될까?

 

 

 

 

제비는 이동할 때나 번식기에는 홀로, 또는 암수가 같이 살다가 번식기가 끝나면 가족이 함께 무리를 짓는다. 둥지 재료를 얻기 위해 땅에 내려앉는 것 외에는 거의 땅에 내려오지 않는다.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고 땅위에 있는 먹이도 날면서 잡아먹는 날쌘돌이’. 제비가 날 때는 날개를 퍼덕이거나 기류를 타고 신속하고 난다던데, 그래서 강남까지 단숨에 갔다 오는 것일까?

 

번식이 끝나는 6~10월 우리나라 평지 갈대밭이나 건물 또는 교량 틈새에 둥지를 튼다. 옛날에는 초가집 처마 밑에 둥지를 많이 틀었지만, 지금은 길거리로 쫓겨났다. 해가 질 무렵 갈대숲에 수천 마리에서 수만 마리가 떼 지어 모여드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보통 한 집에 한 개의 둥지를 틀고 매년 같은 둥지를 고쳐서 사용하는 경제적인 녀석들. 요즘 유행하는 리모델링은 사실 이 녀석들의 특허품인 셈이다.

[ 사진제공 = 김봉겸 ]


 

 

 

류시균

동화작가 · 칼럼니스트 

 

 

 

 

 

 

[ 출처 : 바끄로 http://www.baccr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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