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이 몇 살 때 처음 휴대전화를 구입하는지 동향을 알고자 이동통신사에 문의를 했는데, 그 결과를 듣고 당혹스러웠다. 만 1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휴대전화에 가입하고 있었다. 매스컴을 통해 1살짜리 임대사업자나 청약통장 가입자에 대한 말은 들어봤지만, 이동통신 가입도 그 나이에 하고 있는 아이들이 꽤 있다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스마트한 세상이라 해도, 어떻게 그 어린 아이가 전화를 걸고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이동통신사가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동통신에 가입한 연령대별 비율은 전체 인구 분포도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휴대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로 사용자 층이 형성돼 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라면 모를까, 수치상 학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정당한 통신 상품 사용자였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휴대전화에 가입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청소년 전용으로 나온 저렴한 요금제를 쓰기 위해 명의를 차용하는 어른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휴대폰은 개통자가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같은 일이 생기고 있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미성년자가 이통통신에 가입하려면 서류상 보호자의 가입 동의서만 있으면 된다. 그 단말기를 누가 쓰든 이통사는 관여하기 어렵다. 이 같은 점을 악용, 일부 사용자들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명의로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해 실제 쓰고 있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청소년 전용 요금제는 가격을 매우 저렴하게 책정한 특별 요금제”라며 할인 혜택이 일반 요금제와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제도를 일부에서 악용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도가 정착되고 유지되려면, 무엇보다 자발적인 규칙 준수가 필수다. 기본적 합의도 지키지 않는 마당에, 특정 제도가 생명력을 존속하기란 어렵다. 휴대폰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가입 기준을 준수해야 할 것이며, 이통사 역시 나이대별 가입 가능 연령을 지정하는 등 미성년자의 휴대폰 가입 기준을 조금 더 까다롭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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