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식이다!”

 

“오랜만에 고기 좀 구워볼까?”

 

삼겹살에 목살, 돼지갈비까지…, 다양한 고기들을 배불리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 먹고 나오자 온몸에 고기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걸 어쩐다, 하지만 냄새고 뭐고 어서 가서 쉬고픈 마음뿐이다. 지하철에 성큼 올라타 자리를 잡으니 주변 사람들이 코를 틀어막거나 힐끗힐끗 쳐다본다. ‘바람 쐬면서 냄새 좀 빼고 탈걸’ 이런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이미 뒤늦은 후회일 뿐이다. 옷에 밴 고기 냄새, 쉽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알코올과 정제수만 있다면 집에서 손쉽게 섬유 탈취제를 만들 수 있다.

 

[교과과정]
초 4-1 모습을 바꾸는 물
초 5-2 용해와 용액
중 1 기체 분자의 운동
중 2 우리 주위의 화합물

 

[학습주제]
휘발성 물질 이해하기
분자의 확산 운동 이해하기

 

<실험 방법 및 원리>

*실험 주의사항 : 흰옷이나 실크 재질의 옷에 뿌리면 얼룩이 질 수 있습니다.

 

<실험 동영상>

 

 

옷에 밴 고기냄새나 담배냄새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사람의 기분도 불쾌하게 만들어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옷을 걸어두면 냄새가 서서히 빠지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냄새 제거제들이 개발됐다. 그중 옷에 직접 뿌려 냄새를 제거하는 섬유 탈취제는 알코올 성분이 증발하면서 냄새의 원인물질과 함께 휘발되는 원리다.

 

그렇다면 고기 냄새는 왜 잘 빠지지 않는 걸까? 고기를 불에 구우면 특유의 냄새가 널리 퍼진다. 고기를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는 수분이 제거되면서 부분적으로 온도가 상승한다. 이때 열분해가 쉽게 일어나 아미노산과 같은 성분에서 피라진, 퓨라논 등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들이 바로 고기 굽는 냄새의 정체다.

 

이런 냄새 분자가 옷에 닿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 것들은 대부분 분자량이 크다.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서 담배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담배의 성분 중 타르의 분자량이 커, 옷에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분자량이 작은 물질들은 분자량이 큰 물질들에 비해 바람이나 물리적 충격으로 쉽게 다른 곳으로 움직여 냄새가 쉽게 가신다.

 

섬유 속 냄새물질은 대부분 탄소(C), 수소(H), 산소(O)를 기본으로 한 유기화합물에 해당된다. 땀냄새나 발냄새, 담배냄새, 음식냄새, 페인트냄새 등은 모두 유기화합물이다. 섬유 탈취제의 흡착성분은 분자구조가 이들 유기화합물을 감싸서 흡착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는데, 섬유에 붙어 있는 유기화합물을 감싼 후 섬유에서 떨어뜨려 공기 중으로 같이 날아간다. 섬유 탈취제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페브리즈’와 같은 제품은 수산화프로필 베타 사이클로덱스트린, 염화아연 등의 분자로 이뤄진 물질이 섬유에 밴 냄새 분자를 감싸 증발시킨다.

 

때문에 옷에서 나는 담배 냄새, 고기 냄새 등 잡냄새를 없애고 싶다면 섬유 탈취제를 충분히 뿌린 후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두자. 한 두 시간 이상 걸어놓으면 섬유 탈취제 성분과 냄새 입자들이 증발하며 잠냄새가 사라진다. 단, 섬유 탈취제를 뿌린 후 옷장에 바로 넣거나 개어 놓으면 냄새입자가 잘 증발되지 못해 탈취효과가 반감된다.

 

옷에서 나는 냄새는 음식, 담배 등 증기에 의해 생기기도 하지만 곰팡이와 같이 미생물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오랜만에 옷장에서 꺼낸 옷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섬유 탈취제로 곰팡이나 세균까지 없앨 수 있을까? 옷장 속에도 세균과 곰팡이가 많이 번식하는데, 곰팡이 제거 효과가 있는 섬유 탈취제를 사용하면 세균 제거는 물론 옷에 생기는 곰팡이도 예방할 수 있다.

 

한편 섬유 탈취제를 뿌리면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도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이는 향기 분자가 공기 중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체 분자가 공기 중으로 퍼져가는 현상을 ‘확산’이라고 한다. 기체 분자는 확산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떨어지며 불규칙한 운동을 반복한다. 또 농도가 높은 곳에서 농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향기 분자가 멀리까지 골고루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http://scent.nds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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