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제조사·이통사 상대 공익 소송 제기

"가격 부풀린 뒤 보조금 세례" vs"보조금은 정상적 마케팅"

 

참여연대가 10일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이동통신 단말기의 가격 부풀리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휴대전화기의 명목상 가격을 해외 시장보다 높게 책정해 두고 고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내 업계의 관행은 불법행위라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원래부터 싸게 나와야 할 단말기인데도 가격표상 가격은 비싸게 해 뒀다가 마치 싸게 파는 것처럼 내세우는 이른바 '착시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 구조는 제조사가 출시한 대부분의 단말기가 이동통신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방식을 띠고 있다.

 

제조사는 이통사에게 단말을 제공하는 공급가를, 이통사는 다시 대리점에 단말을 판매하는 출고가를 각각 정하는데, 실제 소비자가 구입하는 단말의 가격은 제조사가 보조하는 장려금, 통신사의 장려금, 대리점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제외한 선에서 형성된다.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제조사와 이통사가 협의를 통해 공급가와 출고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조금의 재원을 조성하고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가 고가의 단말을 싸게 구입하는 것으로 오인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이통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점을 들며 이들의 불법 행위를 확신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업계의 휴대전화 가격 형성 관행을 "소비자를 기만하는 관행"이라고 규정하고 모두 453억3천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었다.

 

국내 판매되는 단말의 판매가와 출고가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었다.

 

방통위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7월 발표한 '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SK텔레콤 기준 애플 아이폰 4S(32GB)와 갤럭시S2의 출고가는 해외 평균가보다 2∼3배 가량 높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동일한 휴대전화라도 국내 판매가가 해외 판매가보다 평균 16만원 더 비싸다는 서울시립대 성낙일 교수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제조사와 이통사는 참여연대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보조금은 모든 제품의 유통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이며 가격 부풀리기나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반박이다.

 

제조사와 이통사는 지난 8월에는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한다며 '휴대전화 보조금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과 본안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서로 협의를 통해 의도적으로 공급가와 출고가를 높였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오히려 통신요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상대방 탓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3월 공정위 제재 직후 "국내 통신요금은 해외보다 싸지만 국내 제조사들이 단말기 공급가격이 해외에 비해 40∼50% 가까이 비싸다"며 제조사를 비난한 바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이통사와 협의해서 의도적으로 공급가를 높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이통사의 지나친 보조금 출혈 경쟁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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