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를 처음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태블릿 PC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태블릿PC에 걸맞게 발전한 안드로이드 OS와 하드웨어 성능이 크게 발전하면서 아이패드와 대등하게 한 판 붙을 수 있게 된 것. 다만 안드로이드 진영은 7인치 태블릿 PC에 주력하면서 아이패드와 정면대결을 피해왔다. 하지만 애플로서는 그 시장도 탐이 났는지 돌연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하며 7인치대 태블릿PC 시장에서의 전면전을 치르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태블릿PC 시장의 중심이 7인치대로 이동하게 될까?

 

태블릿 PC, 10인치에서 7인치로 다운사이징

 

태블릿PC 시장이 새롭게 편집되고 있다. 초창기 9.7~10.1인치 크기의 태블릿PC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7인치대 크기로 작아진 것. 물론 여전히 애플의 아이패드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고 3년 전과 동일하게 9.7인치 크기지만 얼마 전 7.9인치 크기의 아이패드 미니를 정식 발표하며 끊임없이 나돌았던 ‘작아진 아이패드’를 사실화했다.

 

▲ 아마존은 작년에 이어 7인치 태블릿 '킨들 파이어 HD'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종전보다 해상도와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고도 가격이 전과 같다.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에 앞서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구글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에이수스에 OEM 생산을 맡긴 7인치 태블릿PC, 넥서스7(Nexus 7)을 정식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7인치의 크기와 16GB 용량의 모델이 2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글이 만든 레퍼런스 태블릿PC인 만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젤리빈을 탑재한 것이 강점이다. 해외에서는 16GB 모델을 단종시키고 같은 가격에 용량을 32GB로 올려 재판매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당분간 7인치 태블릿PC 시장에서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패드 미니의 또 다른 라이벌로는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의 태블릿을 꼽을 수 있다. 북미 지역 1, 2위를 다투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직접 만든 이들 제품은 작년도 1세대에 이어 올해 2세대가 발표됐다. 아마존이 정확한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작년 킨들 파이어(Kindle Fire) 태블릿 PC의 추정 판매량은 6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반스앤노블의 누크(NOOK)도 분기별 판매량으로는 킨들 파이어를 앞서기도 해 양대 온라인 쇼핑몰의 태블릿PC 판매량이 여느 태블릿PC 제조사의 판매량 못지 않은 상황이다.

 

▲ 7인치 태블릿 PC 중 해상도가 가장 높은 누크 HD.
1440x900(243ppi)을 지원한다.

 

현재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의 해상도(1024x600)를 높인 7인치 킨들 파이어 HD(1280x800)와 크기와 해상도를 높인 8.9인치 킨들 파이어 HD(1920x1200) 모델을, 그리고 반스앤노블 역시 해상도를 1440x900으로 높인 7인치 누크 HD와 해상도를 HDTV 규격에 맞춘 1920x1080 해상도의 9.5인치 누크 HD+를 새롭게 출시했다. 두 회사 모두 7인치 모델과 9인치 내외의 모델을 동시 출시하며 아이패드를 견제했으나 판매량이 높은 모델은 7인치 모델이다.

 

7인치 태블릿PC, 작아진 크기만큼 가격도 작아져

 

태블릿PC 시장에서 7인치대 제품의 인기가 올라가게 된 계기는 작아진 크기만큼 저렴해진 가격에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은 자사의 태블릿PC를 1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단말기를 마진 없이 대량 보급한 후 콘텐츠로 수익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방대한 영화,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한 두 대형 온라인 쇼핑몰로서는 하드웨어 가격을 포기하더라도 많이 판매하면 판매할수록 콘텐츠 분야에서 판매수익을 거두기 용이해지는 셈이다.

 

구글의 넥서스 7 역시 단말기에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고 판매하며 태블릿PC 시장 점유율 공략에 나섰다.

 

▲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중 가장 우수한 스펙을 자랑하는
넥서스 7의 가격은 16GB 모델이 29만 9000원이다.

 

7인치 태블릿PC는 9~10인치대 태블릿PC보다 패널 크기와 해상도가 낮아 제조단가 또한 낮다. 그러다 보니 가격을 낮추기 한결 수월해 국내에서도 이미 옥션이나 G마켓 등이 중소기업들과 협력해 20만원대 태블릿PC을 출시했었다. 한편 애플도 아이패드 미니 가격을 초기 9.7인치 아이패드 가격(16GB, WiFi 모델이 64만원)보다 저렴한 42만원에 책정해 구글의 넥서스7 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는 낮은 사양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아이패드보다 저렴해 초기 판매량이 기대된다.

 

7인치 태블릿 PC 시장,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나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3000만대를 돌파했다. 이제는 피처폰을 사용하는 이를 찾는 게 더 어려울 만큼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보다 태블릿PC의 성장세가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아이패드 등 태블릿PC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것도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걸림돌이 됐었는데 7인치대 태블릿 PC는 가격과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구매에 큰 부담이 없다.

 

다만 이 7인치 태블릿PC 시장도 구글의 넥서스7과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태블릿PC가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구글이 직접 설계한 넥서스 7보다 안정성이 뛰어난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가격도 무척 저렴해 하이마트 등 넥서스7 판매점에서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유아용 콘텐츠를 삽입하는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특화모델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넥서스7과 비교하면 역시 스펙과 안정성 등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탭 7.7 이후 7인치대 제품 출시 전무

 

▲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에 이어 두 번째로 출시한 갤럭시탭 7.7
LTE를 지원하지만 출고가격이 9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삼성전자. 초기 갤럭시탭 7인치 모델과 갤럭시탭 10.1인치 모델을 출시하며 안드로이드 진영의 구세주가 되는 듯했으나 여전히 태블릿PC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초 출시한 갤럭시탭 7.7도 통신사들의 압박으로 LTE를 지원하는 통신 가입 전용 모델(통화 가능)로 출시됐다. 갤럭시탭 7.7의 출고 가격이 80~90만원에 달해 비록 통화가 가능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하드웨어 사양이 떨어지는 갤럭시탭 7.7로 아이패드 미니나 넥서스7과 경쟁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한 손으로 고해상도 화면을 쥐고 웹 서핑뿐 아니라 책을 읽고 게임을 즐기기 더 없이 좋은 크기인 7인치 태블릿PC. 과연 지금까지 중심이 된 9~10인치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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