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경관이 그림같이 펼쳐진 호주. 그 중에서도 해밀턴 아일랜드는 호주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힌다. 1년 내내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드높이 푸른 하늘과 산호 빛 바다, 그리고 황금처럼 반짝이는 깨끗한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바다의 질(質)만으로 휴양지의 우위를 가린다면 단연 1위다.

 

이곳을 방문하는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지상천국인 이 섬에서 6개월만 살아봤으면”하는 소박한(?) 욕심을 낸다. 그런데 실제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이 아름다운 산호초 섬에서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면서 6개월을 보낸 이가 있다.

 

 

더구나 6개월간 머문 대가로 1억5,000만원의 보수까지 받았다니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부러움 반, 시샘 반) 그뿐만이 아니다. 무려 43억원의 아름다운 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해변가 저택과 함께 개인전용 수영장은 물론 무료 골프회원권이 제공됐다. 또 항공권, 교통비, 숙박비를 비롯한 모든 생활비도 무료로 받았다. 실로 세계 최고의 직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대가가 있다. 이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그 임무라는 것이 좀 우긴다. 그저 이 섬에서 즐겁게 노는 것이다. 물고기 밥을 주고, 우편물을 받아 놓고, 하루 종일 즐겁게 놀았던 일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2009년 호주 퀸즈랜드 관광청은 ‘세계 최고의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해밀턴 아일랜드의 섬지기 자리를 공개 모집했다. 그러자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에 이 광고가 올라오자마자 조회 수가 초당 33회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호응이 줄을 이었다. 총 지원자는 약 200개국 3만4,684명. 이들 가운데 16명이 최종 후보자로 선발됐다. 이들은 15개국 출신으로 인도의 DJ, 싱가포르 체육교사, 독일 여배우, 캐나다 온라인뉴스 편집장, 일본 호텔접수원, 미국인 프로듀서 등 경력도 다양했다.

 

 

특히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김주원(25)씨가 포함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EBS와 아리랑TV라디오 등에서 진행자로 활동한 그는 바텐더, 번역가, 농구코치, 텔레마케터 등 다양한 경험을 앞세워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최후의 1인에는 오르지 못했다. 결국 최종 후보 16명 가운데 영국인 지원자 벤 서덜이 최종 선발됐다. 영국 햄프셔에서 자선기금 모금 활동가로 일했던 서덜은 금발 머리에 탄탄한 몸을 가진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럼, 서덜은 행복했을까? 처음 섬에 왔을 때 그는 섬 주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비행기를 타고 우편배달을 하는 등 소소한 일들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한 이후 그는 기자회견, 섬 홍보글 올리기 등의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직접 배를 탄 시간도 많지 않았으며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길 시간도 없었다.

 

일주일 7일 내내 일해야 했으며 심지어 하루 18∼19시간 동안 일해야 했다. 90개의 외국을 방문해서 47개의 영상일지를 만들었으며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를 포함한 250개의 언론 인터뷰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간 중간에 퀸즈랜드 지역을 누비며 지역 정치인들과 미팅을 가져야했으며 수많은 연설을 했고, 셀 수 없이 많은 관광객 및 여행업계 대표들, 그리고 퀸즈랜드를 방문한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을 가져야 했다. 그 와중에 60편의 블로그 일지를 썼으며 2000여 장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이 일로 피로가 극에 달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매일 19시간씩 이어지는 강행군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너무 바빠서 먹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6개월간의 계약이 끝난 후 그는 만족할만한 보수를 받았지만 결국엔 실직자 신세로 전락했다. 대신 퀸즈랜드 관광청은 1억5,000만원이라는 섬지기 보수를 투자한 대가로 1,50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투자 대비 1,000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 출처 : 퍼플뉴스 http://www.purplenew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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