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번들 이어폰을 만들어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내려진 특명이다. 갤럭시 S3가 전 세계에 3000만대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지만 패키지에 동봉된 음악 감상을 위한 번들 이어폰에 대한 찬사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LG전자의 야심작 '옵티머스 G'의 번들 이어폰 '쿼드비트'는 제품이 정식 출시되기 전부터 주문이 폭주했다. 쿼드비트의 판매 가격은 1만8000원. 하지만 네티즌들은 헤드폰 및 이어폰 음질 측정 커뮤니티 사이트 '골든이어스'가 측정한 쿼드비트의 음질 측정치를 보고 '20만원 상당의 이어폰 성능에 필적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쿼드비트는 단 하루만에 주문량이 수천 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아쉽게도 번들 이어폰이기 때문에 LG전자 AS 센터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LG전자 AS 센터는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패키지 상품에 포함시켜야 하는 수량까지 부족할 지경에 이르자 쿼드비트의 판매를 강제 중지했다.

 

때마침 애플도 새 번들 이어폰인 '이어팟'을 공식 발표하고 일찌감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마다 애플과 LG전자의 '번들 이어폰'을 비교하는 글들이 올라왔지만 안드로이드폰 판매 1등인 삼성전자의 번들 이어폰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삼성으로서는 자존심에 금이 갈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삼성전자는 LG전자의 번들 이어폰을 능가하는 새로운 번들 이어폰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별도의 번들 이어폰 TF 팀도 꾸려졌다고 한다.

 

▲ 옵티머스 G의 번들 이어폰인 '쿼드비트'. 20만원대 제품에 필적하는 음 재생능력
덕분에 하루 만에 1만대 이상 판매되며 '최강 번들 이어폰'이란 칭호를 얻었다.

 

삼성전자는 제휴 하청업체 세 곳에 새로운 번들 이어폰 생산 공개입찰을 실시했고, 그 중 이어폰 유닛까지 직접 설계·생산할 수 있는 영보엔지니어링이 최종 낙찰됐다.

 

영보엔지니어링은 차세대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갈 번들 이어폰의 1차 디자인을 14일에 완성했고 이후 QDM(Quick Delivery Mold) 금형, 2차 디자인 수정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최종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의 새 번들 이어폰이 어떤 성능으로 완성될 지 알 수 없지만 LG전자의 '회장님폰 번들 이어폰'을 능가해야만 이건희 회장의 특명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 성능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헤드폰·이어폰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한 번에 수백만 개씩 생산하는 번들 이어폰과 생산 원가 경쟁 자체가 힘들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번들 이어폰 품질이 좋아지는 데 대해 경계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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