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예약 가입한 내가 아이폰5 호갱님이었나?"

 

누리꾼들은 스마트폰을 너무 비싸게 잘못 샀다는 의미로 ‘호갱님’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인 이 ‘호갱님’은 스마트폰의 출고 원가를 기준으로 거의 할인 없이 구입한 이들에게 주로 쓰인다.

 

▲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아이폰5 호갱님 인증' 제목의 글

 

이 단어의 사용이 애플 아이폰5 출시 후 부쩍 늘고 있다. 각종 휴대폰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는 “아이폰 호갱님 인증?”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예약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9년 11월 국내에 처음 들어온 아이폰은 별도의 ‘보조금’이 부가되지 않는 제품으로 유명했다. 이통사들이 굳이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구입하는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휴대폰 시장은 과거와 비교해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 판매량이 월간시장 판매량 점유율에서 7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라, 제 아무리 아이폰이라도 시장 공략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일부 휴대폰 매장에서는 최대 44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는 공지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 아이폰5에 최대 44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한 판매업체 게시판

 

방송통신위원회가 7일부터 보조금 관련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판매점 중심으로 단타성 보조금을 투입한 아이폰5가 풀리고 있고, 가입비, 유심 구매비 등을 판매 업체가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예약 구매자=호갱님’이라는 안타까운 공식이 현실화되고 있다. SKT와 KT는 지난 11월 30일 저녁 10시, 아이폰5의 예약판매를 전격 실시했다. SKT는 총 5만명, KT는 20만명의 가입자를 사전에 확보했다. 이들은 아이폰5를 ‘제 값’ 주고 구입한다. 요금제 및 2년 약정에 따라 정해진 월간 할인 혜택을 받지만, 가입비, 유심 구입비 등은 면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억울하다. 아직 실 판매도 되지 않은 제품을 할인까지 한다며 가입자를 모집하는 것은 이통사와 무관하며, 실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SKT 관계자는 “공식 자료를 통해 일부 판매점들의 행태가 도가 지나치다고 평했지만, 이통사가 지금 시점에 보조금을 풀어 아이폰5를 출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강경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방통위에서도 시장의 건전한 유통 문화 확립에 노력하고 있는 시점인데, SKT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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