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시장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융합보안’이 부각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을 크게 두 영역으로 구분하면 CCTV나 출입관리 등으로 대표되는 물리보안과 안티바이러스 및 방화벽 등으로 대표된 정보보안으로 나눌 수 있다. 융합보안은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통합해 보안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보호하는 원스톱 보안 시스템으로 기업 내부는 물론 외부로부터의 위협까지 효과적으로 방어함을 목적으로 한다.

 

융합보안에 대한 논의는 수년 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져 왔는데 최근에는 보안 업체들이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구체적인 시장 형성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융합보안 시장의 성장률이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의 성장률을 추월한데다 시장규모도 오는 2013년이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보안 업체들의 융합보안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통합 보안 업체로의 변모를 외치고 있는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 2009년 정보보안관제 기술과 물리보안관제 기술이 결합된 융복합보안관제 솔루션 ‘라이거-1(LIGER-1)’의 성과에 힘입어 융합보안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라이거-1은 국가 기간망이나 기업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각종 위험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이글루시큐리티의 ESM 솔루션 등이 제공하던 IT 위협정보와 더불어 CCTV, 출입통제시스템 등을 활용한 물리적 보안 정보까지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는 뷰를 제공한다. 또한 물리보안 이벤트와 IT 보안 이벤트의 상관관계를 추적, 분석함으로써 사이버 위협과 물리적 위협을 신속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이글루시큐리티 ‘라이거-1’의 실제 관제 화면(자료: 이글루시큐리티)

 

이글루시큐리티에 따르면 라이거-1은 이미 국내 대기업 연구소와 사옥 등을 비롯해 주요 문화재 등에 구축사례를 일궈낸 바 있다. 특히 3D 엔진을 적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보다 입체적이고 직관적인 통합 관리를 지원, 사용자 편의성과 대응 신속적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랩 역시 올해 새로 시작한 융합관제 서비스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안랩은 올 한 해 금융권 5곳을 융합관제 서비스 및 융합관제센터 시스템 구축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융합관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고 내부적으로 평가를 내렸다. 보안관제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 지난해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 대해 안랩은 지능형지속위협(APT)과 같이 외부 위협과 내부 위협의 경계가 모호한 공격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을 꼽았다. APT 공격은 다양한 사회공학적 기법으로 공격 대상 조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지속적인 타깃 공격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을 악용해 정보를 은밀하게 탈취하는 공격을 말한다.

 

APT에 대응하는 안랩의 융합관제 서비스는 이른바 ‘3E 전략’으로 요약된다. 내부와 외부 어디서나(Everywhere) 모든 공격과(Everything) 모든 사용자의 행위를(Everyone) 모니터링함으로써 완벽에 가까운 보안 대책을 제공한다는 것. 안랩은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융합관제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고 공공 부문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안랩의 보안관제 서비스 구성도(자료: 안랩)

 

최근 클라우드 통합보안관제 서비스를 선보인 인포섹은 모바일 보안 관련 특허를 획득하는 등 융합보안 시장 진입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인포섹은 보안관제에 탁월한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관제센터 구축 시 정보보안관제 솔루션과 물리보안 시설을 연계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이에 따라 인포섹은 출입통제 시스템부터 순찰관리시스템, 통신보안까지 다양한 영역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장기적으로는 물리보안 인력까지 갖추면서 융합보안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리보안 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그 대표주자인 ADT캡스는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ADT 옥타넷(OctaNet)’을 필두로 융합보안 시장에 진출했다. ADT옥타넷은 침입방지시스템(IPS), 가상사설망(VPN), 안티바이러스 등의 다양한 보안 기능이 탑재된 다기능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이다.

 

고가의 장비 구입 및 전문 인력을 운영할 필요 없이 공급되는 점이 특징이며 보유 PC 대수별로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ADT캡스는 물리보안 시장에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보안관제 인력을 고객별로 전담 배치, 24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네트워크보안 사고를 예방, 대응하는 체계를 제공한다.

 

에스원 역시 융합보안 시장을 염두에 둔 ‘세콤NS’를 선보인 바 있다. 세콤NS는 정보보호를 위한 네트워크 보안장비(UTM)를 통해 문제 발생 시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통보해주는 솔루션이다. 인터넷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데이터를 검사하며 바이러스 또는 해킹 등의 외부 침입을 대비해 방화벽 설정, 특정 사이트 및 메신처 차단 등 필요에 따라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거나 허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융합보안 시장 선점의 관점은 결국 기술력이다. 특히 융합보안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된 상호연관성 분석, 단일사용자 식별 등의 기술은 단기간에 개발해내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인만큼 보유 기술력과 개발 인력 확보 부분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지니고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아직 융합보안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보안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융합보안 시장 선점을 위해 보안 시장에서 각 업체들이 어떻게 해법을 찾아낼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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