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 씨(29)는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통하려고 경기 부천의 대리점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안드로이드 폰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지메일(gmail) 계정 주소를 대리점 직원이 직접 만들어 주고 비밀번호도 설정해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리점 직원은 김씨에게 지메일 계정 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톡 계정주소까지 직접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지 않도록 종이에 써주겠다고도 했다.

 

개인정보의 하나인 계정을 대리점 직원이 임의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당황한 김씨가 그곳을 나와 인근의 다른 대리점을 들러봤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스마트폰 판매점에서 멋대로 만들어 주는 지메일 계정이 개인정보유출의 통로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메일 계정을 이용하면 PC의 웹페이지를 곧바로 스마트폰에서 이어 볼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 등록한 연락처를 태블릿PC와도 동기화할 수 있다.

 

이전에 샀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운 기기에서 사용하는 데도 계정 정보가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계정 정보를 타인이 알게 되면 자칫 엄청난 개인정보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일정과 전자우편(이메일), 연락처 정보를 구글과 연동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쓰는 지메일 계정을 다른 사람이 알면 해당 스마트폰 사용자의 정보뿐 아니라 지인들의 개인정보까지 한순간에 유출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이 있는데도 대리점·판매점이 지메일 계정을 임의로 만드는 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스마트폰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서다.

 

빨리 스마트폰을 팔려고 계정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지 않고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둔 계정을 하나씩 적어주는 식으로 영업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앱 구입·환불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중 절반 이상이 계정과 비밀번호를 모르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대리점·판매점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대리점·판매점 직원이 악의를 품으면 자신이 판 스마트폰의 모든 정보를 훔쳐보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이용자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사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개발사인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구글 계정으로 서비스 사용과 앱 구매·환불이 이뤄지므로 사용자가 계정과 비밀번호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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