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와 관련해 눈에 띄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온라인을 통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온 한 중국인 피의자가 미국 법정에 서게 된 것. 미국 거주자도 아닌 중국인이 미국까지 건너가 수감될 상황에 놓였다.

 

그가 불법으로 유통시킨 소프트웨어는 무려 1000억원 이상 규모로 미국 사상 최대의 온라인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제품 또한 어도비, 오토데스크, 마이크로소프트, PTC, 지멘스PLM소프트웨어, 매스웍스 등 고가의 전문가용 및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이다. 가히 불법 소프트웨어계의 ‘본좌’라 할만하다.

 

비록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이는 한국 시장에도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 소프트웨어 연합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은 약 40%대로 세계 평균인 42%보다는 낮지만 OECD 34개국 평균 26%보다는 현격히 높다. 불법 복제로 인한 소프트웨어 업계의 손실액만도 약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한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 10개 중 4개가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라는 사실이 사람들을 그다지 놀라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불법 복제 과정 자체가 품질이나 성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가 실제로 품질과 성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간과된 결과다. 수익의 상당한 부분이 새나가는 구조에서 소프트웨어 업체가 경쟁력을 쌓아가기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이는 곧 개발자 처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3D 업종을 넘어 4D(3D+Dreamless) 업종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한 선배와 나눈 대화는 이러한 악순환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폰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는 얘기였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많지만, 특히 게임을 선호하는 어린 학생들 특성상 복잡한 탈옥 과정 없이도 인터넷에서 손쉽게 공짜로 APK를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안드로이드폰이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만했다.

 

과연 시간이 흘러 이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인식 전환 노력이 관련 업계는 물론 전 국민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LCD 등 이미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하드웨어 파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100대 소프트웨어 업체는 하나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2013년에는 새로운 정부의 위로부터의 정책 변화에 더불어 업계와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아래로부터의 의식 개선이 맞물려 지속 가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