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는 쓰나미처럼 중소기업을 연속도산으로 쓸어갔다. 하지만 그런 혼돈의 정중앙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중소기업이 있다. 바로 모니터 전문업체 알파스캔 디스플레이(이하 알파스캔)다. 그들은 어떻게 불황의 쓰나미를 이겨냈을까? 또 무엇이 그들을 버티게 했을까? 그 해법을 들어보자.

 

글/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1995년 회사 문을 열다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는 IBM 출신의 류영렬 대표에 의해 1995년 3월 설립됐다.

 

류영렬 대표는 1994년 12월말까지 IBM 수출구매사업부에서 근무하며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LG전자에서 만든 모니터와 전원공급장치 등을 미국과 영국 IBM PC사업부에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 당시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던 류 대표는 대기업을 상대하던 인맥과 자신의 주 업무 영역이었던 모니터에서 미래비전을 발견하고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정리하기에 이른다. 류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수준 미달인 회사가 모니터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기술보다 출신을 내세우는 회사들이 상당수였다고 말한다. 이런 수준이라면 최고의 제품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내세운다면 모니터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그때의 그 자신감이 지금의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를 있게 한 셈이다.

 

1990년도 후반, 모니터에 대한 설계 개발 지식은 부족했고, 세계 표준에 맞는 품질 관리 수준은 열악했다. 이는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IBM등 외국회사의 경험과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시기였다. 류 대표는 이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모니터를 만들 수만 있다면 모니터 시장은 쉽게 접수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업이 탄탄대로에 오르지는 못했다. 창업 초기 누구나 겪을 법한 자금 부족과 낮은 인지도가 사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류 대표는 이 난국을 IBM시절 인연을 맺었던 PC 회사에 OEM으로 모니터를 공급해 나가면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1999년 알파스캔, 세상에 태어나다

 

모니터 OEM공급으로 비즈니스 경험을 쌓아가던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는 1999년 ‘알파스캔’ 이란 브랜드의 모니터를 세상에 내놨다. 알파스캔은 수학에서 1을 뜻하는 그리스문자의 첫 번째 문자인 알파(Alpha)와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전기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바꿔 영상을 재현하는 스캔(Scan)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알파스캔’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으뜸이 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함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알파스캔 디스플레이가 알파스캔이라는 브랜드로 모니터를 내놓은 이 시절에는 일명 ‘항아리’라고 불리는 CRT모니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1999년 밀레니엄 특수를 업고 PC판매가 날개를 달자, 모니터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맞게 된다.

 

참고로 99년 밀레니엄 특수에는 삼성과 LG가 각각 싱크마스터와 하이씽크 브랜드로 맞불 전쟁을 펼치던 시대다. 알파스캔 브랜드는 이 때부터 모니터 전문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 나갔다.

 

밀레니엄의 위기, 품질 경영철학으로 극복하다

 

1999년 이후, 밀레니엄 특수 상황과 맞물려 모니터 시장은 호황을 맞게 된 반면, 크고 작은 업체들의 진출로 혼탁해지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 들어서자 저마다 차별화를 갈구하며 평면모니터 다툼으로 혼전양상을 빚었다. 이렇듯 경쟁자가 넘쳐나며 혼란한 싸움 속에서 많은 중소유통업체들이 품질력 보다는 가격을 앞세운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시장이 무너지면서 모니터 업계가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알파스캔은 이런 가격경쟁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고집스런 품질력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워 모니터 전문업체로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품질 경영철학은 알파스캔의 차별화 포인트였던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저가형 B급 패널을 쓸 때 알파스캔은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대기업과 같은 A급 패널만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품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알파스캔 디스플레이의 정직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답답할 만큼 더뎠다. ‘대기업도 아닌데, 싸지도 않네’ 라며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 그래도 알파스캔 모니터 품질에 대한 고집은 멈추지 않고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한번 찾아온 금융위기를 헤치고 나래를 펴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는 전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갔고 금융위기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아 버렸다. 인텔이 틱톡전략으로 2006년이후 성능을 개선한 제품을 내놓았을 뿐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도 잰걸음이었다. 이 말은 PC를 교체할만한 명분 있는 이슈가 부족했다는 의미가 되고, 이와 함께 모니터 시장도 불황을 맞았다는 뜻이다. 모니터 시장 자체만으로도 사이즈 경쟁 외에는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난국을 헤쳐나갈 해답을 찾지 못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한편, 전세계 금융위기는 환율폭등을 동반했다. 이 때를 틈타 정부정책도 원화가치를 하락시키는데 한 몫 하면서, 부품 수입이 많았던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도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때 군소난립하던 상당수의 중저가 모니터 업체들이 대거 정리됐다. 대기업에 맞서 입지를 굳혔던 몇몇 중소업체들도 맥을 못추고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숨고르기에 들어간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원하는 제품 생산에 열중’하며 이 시기를 꿋꿋하게 견뎠다.

 

많은 중소기업이 과열경쟁에 밀려 품질을 포기하고 가격경쟁으로 과다출혈에 쓰러져 갔지만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는 오히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이용해 모니터의 격을 높였다. 알파스캔 라인업 가운데 기억에 또렷하게 남을 만한 인상을 준 제품인 스와로브스키 모니터에는 98개의 크리스털을 모니터 베젤에 부착해 디자인했다. 수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가격도 일반 동급 스펙 제품에 비해 20%이상 비쌌다. ‘같은 값이면, 굳이!’ 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될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시도한 실험적 제품이었기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남들과 똑 같은 그저 그런 것’이 아닌, ‘나만의 차별점’을 찾아낸 알파스캔 디스플레이의 2013년을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알파스캔 디스플레이의 경쟁력 ‘고객의 소리’에서 찾다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답변이 있다. ‘고객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합니다’가 그 중 하나다.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도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뻔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런데 알파스캔 디스플레이가 여타 업체들과 다른 것은 말만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을 출시하면서 고객들이 쏟아내는 제품에 대한 평가를 십분 수용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낸다.

 

특별히 정해진 부서와 직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발부서만 제품개발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객과 함께 모든 직원들이 제품을 기획하고, 기획을 결정하고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5개월여가 소요된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반응은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했던 제품을 내놓은 만큼 시장에 나오면 반응이 빠를 수 밖에 없다.

 

 

알파스캔 성공신화 주역은 품질만이 아니다?

 

고객 과실인데 제품을 바꿔준다? 어느 회사 AS정책에도 고객과실을 받아들여줄까 싶다. 일례로 아이의 과실로 모니터가 손상됐는데도 무상 서비스한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한다. 수도권 지역 고객의 경우는 방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계약업체를 통하지 않고 알파스캔 디스플레이에서 직접 지원한다. ‘우리의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를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 정도의 AS정책, 대기업에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고객행복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하는 명품AS,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알파스캔 디스플레이만의 경쟁력이다. 이런 노력이 대기업 제품이 아님에도 고가인 알파스캔 디스플레이 제품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알파스캔의 경쟁력은 품질을 중시하는 뚝심에 있다. 그리고 항상 고객을 중시한다. 이런 경영철학은 100년 이상 된 유서 깊은 기업에서 엿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지금은 비록 중소기업인 알파스캔 디스플레이지만 100년 후의 모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남부럽지 않은 알파스캔 디스플레이의 대표 제품은

 

 

2008년 이후 대표할만한 제품을 소개한다면 2009년 출시한 P241DHS, 2010년 TLED24, 2011년 2353 IPS LED와 2012년 2757 IPS LED 등을 들 수 있다.

 

P241DHS는 2009년 디자인 경영철학을 발표한 이후 포인트 컬러를 내세운 제품이며, 2010년 출시한 TLED24는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서 출시한 최초의 24형 LED 제품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대기업이 23인치 사이즈를 출시하고 있을 때 알파스캔 디스플레이가 TLED24를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면서 슬림 경쟁에 한 발 먼저 나아갔다.

 

2011년 출시한 2353 IPS LED는 최초로 대기업 제품과의 브랜드 포지션의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한 제품이다. IPS 23인치에 최고의 스펙과 프리미엄급 디자인을 갖춰 소비자들이 1년이상 대기업 제품과의 비교체험을 소개했을 정도다.

 

2012년 9월에 발표한 2757 IPS LED는 알파스캔 최초의 27형 IPS제품이다. 출시 후, 2주만에 쇼핑 포털, 다나와에서 인기순위 2위에 올라선 제품이다. 최고의 스펙은 물론 베젤이 거의 없는 프리미엄급 리버스 슬림(reverse slim)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으며 27형 IPS를 기다려온 고객들의 기대감이 더해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