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다이어트, 연애, 취업, 자기 개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몇 해 전에도 결심 했지만 작심삼일 만에 사라진 새해소원이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맘 잡고 계획했던 당신의 새해 공약은 여전한가. 만약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 구정에 다시 한번 마음 굳게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단지 일출을 보는 것만으로 새해소망을 절로 빌고 싶어지는 곳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울릉도, 백령도, 가거도, 마라도.. 한반도 동서남북을 책임지는 끝섬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2013년 해돋이 명소는 바로 여기.
글/ 홍효정 기자 honghong@chosunbiz.com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한반도의 아침을 밝히는 ‘독도와 울릉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 우리나라 동쪽 끝, 독도에서라면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3월까지는 독도를 오가는 정기 배편이 운항 되지 않는다. 가끔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가 있을 뿐. 다행히 독도에서 맞이하지 못한 일출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해돋이 명소가 있다. 울릉도의 해돋이 명소로는 섬 동쪽에 위치한 내수전 일출전망대와 저동항, 망향봉에 있는 독도전망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내수전 일출전망대는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과 함께 북저바위, 저동항, 죽도와 섬목까지 울릉도의 매력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아침을 붉게 물들이는 성인봉도 놓치기엔 아깝다. 붉은 일출을 바라보며 올해 다짐을 했다면 이젠 울릉도 구석구석을 여행해보자. 내수전에서 섬목을 잇는 육로 관광이 대표적인 코스. 거북바위, 사자바위, 공암, 노인봉, 송곳봉, 관음도 등 30km가 넘는 해안도로를 따라 울릉도가 품은 절경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여행정보: 울릉군청 홈페이지(www.ulleung.go.kr)
서해 최북단, 거룩한 해돋이 ‘백령도’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에서 맞는 해돋이는 거룩하다. 북녘 땅이 손에 닿을 듯해 가슴이 먹먹해지는 백령도 해돋이는 바다 건너 황해도 장연군에서 해가 솟는다. 대한민국에서 북한 땅 너머 해가 뜨는 광경을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곳이다.
백령도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용기원산, 용기포 등 섬 동쪽 부근이다. 용기원산은 한때 군사 지역으로 통제됐으나, 최근 정상에 정자를 마련하고 전망대도 세워 개장을 앞두고 있다. 용기원산에 오르면 섬 전체의 윤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용기원산은 해돋이뿐 아니라 백령도 너머로 해가 지는 광경까지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백령도는 겨울 날씨가 얄궂어 서해 최북단의 해돋이 감상을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백령도의 새해 해돋이 여행을 더욱 알차게 채워주는 개성 넘치는 바위와 해변이 있다.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은 기암괴석이 장관이며, 사곶 사빈은 천연기념물로 등재돼 있다. 섬을 둘러보다 만나는 탑과 비들은 백령도가 기암과 해변뿐 아니라 역사와 시대의 흔적이 서린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정보: 옹진관광문화 홈페이지 (http://www.ongjin.go.kr/tour)
대한민국 최서남단 끝섬 ‘가거도’
가거도는 큰 맘 먹지 않고는 가기 힘든 섬이다. 워낙 멀고 험해서 “가도 가도 뱃길이 끝나지 않는 섬”이라고도 하고, 중국과 가까워서 '중국 땅의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이라고도 한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 물론 운이 좋아 날이 쾌청하고 바다가 잔잔할 때 이야기다. 차량을 싣고 갈 수 없고, 대중교통도 없고, 마을 주민의 트럭을 얻어 타거나 튼튼한 두 다리로 걷는 것이 유일한 여행 방법이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만큼 국토 최서남단의 끝섬 가거도는 감동적인 비경으로 보답해준다.
가거도에서 일출을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1구 대리마을에서 동개해수욕장, 김부연하늘공원, 땅재전망대를 지나 해뜰목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능선조망대, 샛개재를 거쳐 마을로 원점 회귀하는 것. 마을에서 해뜰목까지는 한 시간 거리로 새벽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방파제에서 일출을 기다리자. 시시각각 달라지는 마을과 항구의 새벽 풍경도 음미할 수 있다. 섬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독실산(해발 639m), 가파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공룡의 등뼈를 닮은 섬등반도가 바다를 향해 줄달음치는 풍경은 감동 그 자체로 다가온다.
여행정보: 신안군 문화관광 (http://tour.shinan.go.kr)
막내섬에서 낭만 일출 ‘마라도’
북위 33° 06′ 30″, 동경 126° 16′ 30″.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의 위치를 알려주는 숫자다. 마라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항공모함을 닮은 듯하고, 고구마와도 닮은 모습이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까지는 11km 거리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나밖에 없는 등대와 학교 등 마라도에서는 풀 한 포기, 섬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작은 섬을 포근히 뒤덮은 누런 풀밭과 황금빛 햇살이 부드럽게 몸을 일으키면 수평선 너머 붉은 기운이 솟아난다. 한반도의 막내섬 마라도에서 붉은 해를 바라보며 한 해를 새롭게 다질 시간이다. 국토 최남단비에서 바라본 장군바위도 붉은 해를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켠다.
마라도에서 일출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섬 일주에 나설 차례다. 마라도는 섬을 한 바퀴 도는데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할망당, 등대공원, 선인장 자생지, 마라분교, 성당과 교회, 절집 등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그 유명한 짜장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나면 마라도 일주는 끝이 난다. 마라도의 신비스러운 해돋이를 가슴에 담고 모슬포항으로 뱃길을 돌리면 바다 건너로는 머리에 흰 눈을 얹은 한라산이 여행자를 반갑게 마중 나온다.
여행정보: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www.jejutour.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