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은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역사적인 날이다. 그간 2번의 발사 실패와 8번의 발사 연기 등 우주의 문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10년에 걸쳐 꾸준히 도전한 결과, 세 번째 도전에서 무사히 300km의 우주궤도에 도달했다. 나로호의 성공으로 우주로 한 발 더 나아간 우리나라는 이제 그 이상의 고도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나로과학위성보다 2배 이상 고도가 높은 700km가 첫 번째 계획이고 1,000배 이상 거리가 먼 38만 4,400km가 두 번째 계획이다. 700km는 1,500kg규모의 지구탐사위성을 위한 고도이고 38만km는 달탐사위성을 위한 고도로, 모두 넥스트(next) 나로호로 진행 중인 한국형우주발사체가 책임지게 된다. 특히 달 탐사는 나로호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는 7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1,500kg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으며 이보다 고도가 낮은 300km에는 2,600kg이나 되는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달 탐사에서 3단형의 액체로켓으로 이루어진 한국형 발사체의 임무는 300km의 고도에서 끝나게 되며, 이곳에서 달 궤도까지 긴 타원궤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추가분의 속도는 일종의 4단 로켓이 역할을 맡게 된다. 나로호에서 2단의 고체로켓을 그 특별한 역할 때문에 킥모터(KM)라 했는데, 달 탐사를 위한 4단도 킥모터 혹은 달 천이 투입단(TLI Stage)으로 불리게 된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4단은 최대 추력 10톤의 고체로켓과 분당 60회 회전을 통해 자세를 안정화하는 단순한 방법이 적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kg으로 예상되는 4단 로켓을 빼고 나면 달 탐사선의 무게는 550kg 정도가 될 전망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달 비행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2020년, 달 탐사선은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에 실려 나로과학위성과 같은 발사 방위각(비행경로를 정동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잰 각도) 80도로 발사돼 300km의 고도에 먼저 머물게 된다.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면 일단 1차 관문은 통과한 것이다.

 

이곳에서 달 탐사선은 달로 가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중간 궤도를 ‘주차궤도’라 하는데, 여기서 각종 점검을 거친 후 투입 시간에 맞춰 4단 로켓을 점화한다. 필요한 속도증분은 3.1km/s로 비행시간은 3~6일 정도가 소요된다. 달 근처에서는 달 탐사선에 내장된 소형 로켓(추력기)을 이용해 달 궤도 투입을 진행하게 된다. 달 궤도선의 경우 달의 남북을 도는 궤도 경사각 90도에 100km의 고도가 예상된다. 지구에서 100km의 고도면 위성이 지구의 대기 때문에 곧 추락하고 말겠지만 달은 대기가 없어 낮은 고도의 위성이 가능하다.

 

달착륙선의 경우에는 달 상공 100km의 궤도에서 잠시 머물며 착륙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한다. 그 후 내장된 소형 로켓(추력기)으로 궤도 이탈을 한 후 히드라진 연료를 이용한 단일 추진제 추력기 3~6개를 묶은 역추진 로켓으로 임무 지역에 착륙하게 된다. 이미 2012년 12월 항공우주연구원의 항공센터(전남 고흥)에서 ‘달착륙선 지상 시험용 모델’을 이용한 역추진용 추력기의 성능과 착륙제어성능을 확인하는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달 착륙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그림]고흥항공센터 내에 설치된 200N급 5기의 추력기가 장착된 달탐사선 지상시험모델과 화염(좌)과 달 환경 가상현실 시뮬레이터(우). 사진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럼 달착륙선은 어디에 착륙하는 것이 좋을까? 달은 크게 바다라고 불리는 철, 마그네슘이 포함된 어두운 현무암 지역과 칼슘, 알루미늄이 포함된 밝은 현무암 지대로 이루어진 대륙으로 나뉜다. 바다는 저지역이면서 크레이터(crater, 미행성이나 혜성, 유성체 등이 천체 표면에 충돌하여 만들어진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파인 구덩이)가 적은 반면 대륙은 고지대이면서 크레이터가 많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앞면에는 바다가 많고 우리가 영원히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는 대륙이 많은 편이다.

 

달의 뒷면은 단 한 번도 착륙선이 내린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 우리나라 최초의 착륙선에 큰 의미가 될 수 있겠지만 지구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없어 달 궤도상에 릴레이 위성을 배치해야 한다. 이에 비해 달의 앞면은 늘 지구를 향해 있어 통신을 주고받거나 비상상황에 대비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안전한 착륙을 위해서는 달 앞면의 중위도 지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탐사 임무를 위해서는 얼음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최근 달 탐사의 ‘핫 스팟’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지점에 가까운 고위도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달궤도선이든 착륙선이든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할 경우, 560kg의 탐사선에 위성의 기본 요소인 구조계, 추진계, 항법/자세제어계, 전력계 등을 제외하면 과학탐사임무를 수행할 탑재체의 무게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무게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4단 로켓의 연료를 줄여야만 한다.

 

그렇다면 연료를 대폭 줄이고도 달에 갈 수 있을까? 기존의 화학추진장치가 아닌 획기적인 미래형 전기추진 장치라면 가능하다. 화학적 연소가 아닌 전기적인 힘으로 추진제를 밀어내는 전기추진에는 대표적으로 이온 엔진이 있다. 이 엔진은 이온화된 추진제를 자기장을 이용해 분사하는 것으로, 분사 입자의 질량이 매우 가벼워 그 속도가 기존 화학추진장치에 비해 5배 이상이나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점은 분사 입자의 질량이 가벼워 추력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따라서 달까지 가는데 2~3주의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기존 로켓의 절반정도의 무게만 실어도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탑재체의 무게를 대폭 증가시킬 수 있다. 나로호 1, 2차에 실렸다가 지구로 추락한 비운의 과학기술위성2호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추진장치인 펄스형 플라즈마 추력기가 탑재된 바 있다. 아쉽게 우주에서 실험은 못했지만 관련 기술은 확보하고 있다.

 

달 탐사선에 요구되는 기술은 기존의 위성 제작 기술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따라서 위성 제작과 운영 경험이 풍부한 우리에게 달 탐사선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확보하는 좋은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달탐사를 완벽히 성공하기 위해서는 탐사선뿐 아니라 신뢰성 있는 로켓 기술과 우주항해 및 자동 착륙 기술, 달 탐사선이 송신하는 미약한 전파를 포착하기 위한 30m급의 대형 안테나로 이루어진 심우주 지상국 확보가 필수적이다.

 

300km를 날기 위해 우리는 10년의 노력을 들였다. 38만km를 날기 위해서는 어떨까? 나로호가 단 9분 만에 마하25에 도달했듯, 2020년경에는 3~4일이면 달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글 : 정홍철 과학칼럼니스트(스페이스스쿨 대표)

 

[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http://scent.nds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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