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는 2014년까지 미국 전 병원에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electnonic medical records)’을 도입한다. 미국 정부는 EMR 구축에 들어가는 병원들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EMR 도입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현재 의료계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19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EMR 시장은 의료업계 핫이슈다.

 

방대한 EMR시장을 겨냥해 현재 지멘스, GE, 올스크립츠, 에픽, 서너 등 의료 IT SW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 의료 IT사업자들은 진료관리소프트웨어, 진료비 청구시스템,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관련 SW 등으로 구성된 EMR솔루션을 앞세워 병원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EMR 시장을 쥐고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EMR시장에서 새로운 IT기술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벤처기업이 있다. ‘케어 클라우드(Care Cloud)’라는 업체가 주인공이다. 지난 2009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창업한 케어 클라우드는 클라이드 기반의 EMR솔루션 업체다.

 

미 온라인 IT매체인 벤처비트는 케어 클라우드가 연속 2년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EMR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벤처비트에 따르면 케어 클라우드는 지난해 8백만에서 1천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대형 플레이어에 비해 매출액이 크지는 않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혁신적 방식으로 EMR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케어 클라우드의 EMR은 클라우드 웹 방식으로 개발돼 의사들이 손쉽게 진료기록을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할 수 있으며 태블릿이나 아이패드 등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쉽게 접근 가능하다. 이에 비해 기존 사업자들은 낡은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클라우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 병원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활용해 EMR시장을 장악해왔다. 물론 상당 부분 로비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보면 케어 클라우드는 기존 사업자에게 눈엣 가시와 같은 존재다. 케어 클라우드 EMR 솔루션은 우선 구축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구축 비용이 의사당 수백달러에 불과하다. 최신 소프트웨어 설치가 자동으로 이뤄지고 의료 관련 정부 규제나 컴플라이언스 이슈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기존 사업자의 EMR시스템을 도입하면 의사당 3만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게다가 일단 도입하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나 정부 규제 및 컴플리어언스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병원 행정가들이나 의사들은 아직도 기존 사업자를 선호하고 있다. 혁신 기술에 대한 저항감이 알게 모르게 있기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 EMR솔루션 업체는 사실 케어 클라우드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6아쎄나헬쓰(Athenahealth)’라는 기업이 설립돼 이 시장을 개척해 왔다. 아쎄나헬쓰는 짧은 시간에 급성장가도를 달리면서 3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전체 EMR시장의 4%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않은 것은 기존 사업자의 저항이 만만치않기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은행인 어본데일파트너스는 최근 이 기업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벤처비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 병원의 EMR이전 비율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까지 나머지 25%의 병원들이 EMR을 도입해야할 상황이다. EMR을 도입하지 않은 병원은 대부분 소규모 영세병원이다. 케어 클라우드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형병원들은 많은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기존의 EMR보다는 클라우드 방식의 EMR 도입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케어 클라우드 솔루션은 모듈별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당연히 기존 시스템과 연동이 가능하다. 기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진료관리SW, 의료비 청구SW,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소프트웨어를 한꺼번에 도입해야 하지만 케어 클라우드 솔루션은 진료관리, 의료비 청구 등 모듈을 따로 도입할 수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과 기존 사업자의 레거시시스템을 결합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쎄나헬쓰(Athenahealth)’도 이들 솔루션을 모두 패키지 형태로 도입해야만 한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기존의 EMR사업자들은 병원에 자사 솔루션을 제안하면서 케어 클라우드 솔루션을 함께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케어 클라우드말고도 프랙티스 퓨전이란 벤처 기업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집중 조명받고 있다. 이 기업은 아예 무료로 EMR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신 EMR에서 추출되는 각종 의료분석자료를 병원에 제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면에서는 케어 클라우드를 크게 앞선다. 하지만 케어 클라우드와 달리 기존 진료기록 또는 의료비 청구 시스템과 연동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벤처비트가 케어 클라우드에 주목한 가증 큰 이유이기도 하다.

 

케어 클라우드는 미래 성장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인텔캐피탈과 노어웨스트벤처파트너스로부터 2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조만간 또 다른 투자 유치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케어 클라우드는 미국 45개주에 2천개의 병원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450만명의 환자들이 케어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관리되고 있다.

 

의료관리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보안의 중요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의료기록이 유출된다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수 있기때문이다. 그런 의료 분야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된다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IT업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장길수 기자 ksj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