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새 전문 오프라인 판매점이 늘어나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청음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지만 고가의 플래그십 제품들을 전시한 곳은 거의 없어 실제 청음하기가 어렵다. 이와 반대로 고급 헤드폰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 그래서 트렌드잇이 직접 플래그십 헤드폰을 모아서 음질을 평가해봤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당신의 귀를 만족시켜줄 제품은 과연 무엇일까?

 

 

헤드폰의 음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들

 

하이엔드 헤드폰 시스템에 대한 음질 평가는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던 과제 중 하나였다. 최근 모바일 뮤직 소스 기기의 비중이 급증하면서 헤드폰, 이어폰 시장의 규모도 엄청 커지고 있고 그에 따라 고가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론적인 음질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음질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흔히 해상력(Resolution)이라고 통칭하여 부르는 항목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매우 다양한 음질적 요소들을 두루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 작은 음량에서 음색의 구분을 명료하게 해주는 것을 디테일이라고 하고, 강약의 세기 조절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주는 것을 다이내믹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소리가 찌그러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큰 소리와 작은 소리의 범위가 큰 것을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다고 말한다. 이 밖에 적절한 잔향감은 음색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며, 음장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역, 중역, 고역별로 소리가 얼마나 왜곡되지 않느냐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 8개 회사의 자존심을 건 플래그십 헤드폰 8종

 

전통적인 스피커 시스템과 달리 헤드폰 시스템에서는 중요한 몇 가지 음질 평가 항목들이 제외되거나 또는 비중이 줄어 들게 된다. 스피커 시스템에서 무대감(Sound Staging)은 대단히 중요한 음질 평가요소다. 헤드폰 시스템에서도 무대감, 공간감은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청 공간의 특성에 따른 반사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피커 시스템과 달리 헤드폰 시스템은 양쪽 귀에 직접 전달되는 음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공간의 크기를 형성하는 데에 잔향감이 주로 큰 역할을 하게 되며, 원근감(perspective)이나 공간의 깊이감 같은 것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마찬가지 이유로 정위감이나 포커싱 등의 비중도 크게 줄어든다. 반면 토널 밸런스, 다이내믹스, 대역별 특성과 잔향감 등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 테스트에는 린(LINN)의 Klimax DS, 베이어다이나믹 A1이 사용됐다.

 

음질을 평가하는 수 많은 항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딱 두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음조의 균형」(Tonal Balance)과 왜곡되지 않은 「정확한 음색의 표현」(Accuracy)을 들 수 있다. 해상도가 아무리 좋아도 고역과 저역의 균형이 무너져 있으면 소리가 혼탁하거나 또는 빈약하게 들린다. 또한 저역이 붕붕대거나 고역이 날카롭게 들리면 아주 피곤한 소리가 나오게 된다.

 

상당수의 음향기기 업자들은 일부러 토널 밸런스를 무너뜨려 특정 대역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소리가 자극적이면 순간적인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리는 오래 듣기 곤란한 피곤한 소리여서 쉽게 질리게 된다. 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지 못한다. 따라서 음향기기는 그 무엇보다도 토널 밸런스와 음색의 정확한 표현력이 음질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압도적인 중고역 투명성, 과장이나 왜곡 없는 소노리티

Beyerdynamic T1

 

 

여러 음질 평가 항목에서 고르게 그리고 가장 두드러지는 성능을 발휘한 제품이다. 특히 중고역의 투명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역별로 소리의 과장이나 왜곡도 거의 없다. 저역은 밀도감과 탄성이 매우 뛰어나며 양감도 적절하다. 잔향감이 매우 뛰어나 풍부한 음색과 넓은 무대감을 제공해준다. 토널 밸런스도 매우 잘 잡혀 있다. 볼륨을 높여도 밸런스가 깨지거나 고역이 찌그러지는 현상이 전혀 없다. 노이즈가 적어 매우 정숙하고 단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드폰의 경우 음상의 위치를 구별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데 이 제품에서는 보컬과 악기, 메인 멜로디와 배경음이 확연히 구별될 만큼 공간을 넓게 형성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한 마디로 해상력이 매우 뛰어난 제품이다. 저역의 익스텐션(extension)이 좋아 중고역을 잘 받쳐준다. 피아노 소리는 건반의 이동 반응이 뛰어나고 유연하며 음이 또렷이 구별되어 전달된다.

 

전반적인 다이내믹 성능은 꽤 뛰어난 편이지만 좀 더 섬세하게 구별이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격대가 높은 제품이지만 음질을 고려하면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제품이다.

제품 보관을 위한 특제 금속 케이스를 함께 제공한다.

 

테스트 제품 중 최고의 디테일과 다이내믹레인지 재생

Sennheiser HD800

 

 

‘젠하이저(Sennheiser)’라는 브랜드의 명성에 어울리는 역작이라 하겠다. 해상력, 음장감, 밀도감, 밸런스 모두 탁월한 수준이다. 특히 소리의 셈과 여림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다이내믹 능력은 단연 압권이다. 음질적 요소 전반에 걸쳐 베이어다이나믹의 T1과 더불어 가장 두드러진 성능을 보인 제품이다.

T1과는 용호상박이랄까,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두 기종 모두 명성에 뒤지지 않는 탁월한 성능을 나타냈다. 굳이 비교하자면 T1이 잔향감과 투명성에서 조금 더 우수한 특성을 보이는 반면 HD800은 다이내믹의 디테일과 레인지 측면에서 확실히 우위의 성능을 보인다.

 

다이내믹은 큰 음량에서 찌그러지지 않고 경쾌하게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표현해내는 매크로 다이내믹과 작은 음량에서도 백지영이나 태연이 부르는 OST 주제가의 섬세한 감정 표현의 세기를 정세하게 표현하는 마이크로 다이내믹으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후자는 두툼하게 살집이 형성된 소리를 만들어줘 사용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주요 항목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HD800의 성능은 단연 돋보인다.

 

피아노 연주의 경우 건반 타격음의 세기가 정밀하게 표현이 되어 포르테(f)와 포르티시모(ff), 피아노(p)와 파아니시모(pp)의 차이 같은 것이 세세하게 구별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음의 생동감이 남다르다. 잔향감도 우수하다. 특히 여성보컬의 경우 임장감은 단연 최고이다. 저역의 탄력성도 좋다. 그러나 움직임을 부드러우나 끝음이 살짝 풀어져 임팩트의 여운이 짧게 느껴지는 측면은 있다.

HD800은 케이블 탈착이 가능하다.

 

 

고역의 탈색과 부밍이 적은 자연스러운 음색

Ultrasone Edition 10

 

 

300만원대의 초고가 제품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크게 모았던 제품이다. 고급 원목 케이스와 전용 원목 스탠드가 함께 제공된다. 이어컵 부분 또한 원목으로 고급스럽게 디자인됐다. 일단 외관에서 몇 수 접고 들어가는 제품이다. 그런데 외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소리 또한 고급스럽고 자연스럽다. 해상력도 좋은 편이고 고역의 탈색이나 저역의 부밍 같은 것도 거의 없다. 저역의 밀도감도 좋고 매우 단단하다. 양감도 넉넉하다. 그러나 저역의 양이 조금 많아 상대적으로 고역을 살짝 가리는 측면은 있다. 그래도 이만하면 토널 밸런스도 꽤 좋은 편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중고역의 해상력도 우수하고 잔향감도 좋아 풍부한 음색을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인위적인 느낌이 없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음색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스테이지도 넓게 형성되는 편이다. 약하게 깔려 있는 노이즈가 살짝 귀에 거슬리는 점을 제외하고는 딱히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 제품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높은 가격을 고려할 때 확연히 와 닿는 강한 어필 포인트 또한 찾기 힘들다는 아쉬움이 있다. 즉, 해상도가 좋기는 하지만 가격대가 낮은 제품들보다 두드러지는 앞서는 정도도 아니고, 잔향감이나 무대감 또한 독보적 수준은 결코 아니다.

 

다이내믹 성능도 무난하지만 가격대를 고려하면 좀 더 디테일한 수준을 기대했었다. 그런 면에서 설정된 가격대가 다소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울트라손의 최고가 모델’이라는 상징성이 갖는 의미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투명한 피아노와 기타 소리, 부드러운 저역이 인상적

Grado PS1000

 

 

반짝거리는 고급 스테인리스 소재의 이어컵과 그 곳에 음각된 ‘Grado’의 상표명이 아주 세련되고 멋져 보인다. 이 제품은 그라도의 ‘Perfect Series’ 모델 중 최상위 버전이다. 그러나 멋진 제품 디자인과 달리 종이로 만든 포장박스는 정말 저렴해 보인다.

 

이 제품은 이어컵이 다소 헐렁하고 옆으로 90도 돌아가게 돼 있다. 보관을 할 때는 편하겠지만 착용감에서는 단점이 있다. 귀에 압착되지 않고 컵 아래쪽이 살짝 뜨기 때문에 오픈형처럼 외부의 소음이 유입될 소지가 있다. 압착력을 높이려면 헤드부분을 더욱 조여야 한다.

 

중고역의 음색이 투명한 편이고 해상력도 무난하다. 하지만 가격대를 고려하면 좀 더 정밀하고 디테일한 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중고역이 살짝 탈색(whitening)되어 있는 점이 가장 아쉽다. 여성 보컬이나 바이올린의 음색이 가볍고 얇게 표현이 된다. 탈색의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나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이라면 가공되지 않은 좀 더 정직한 음의 전달이 필요하다.

 

저역의 양감도 지나치게 많다. 저역 때문에 중고역의 디테일이 다 묻히는 느낌이다. 저역의 질감은 매우 부드럽고 매끄럽지만 살짝 더 조여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런데 유닛 특성 때문인지 낮은 주파수 특정 대역에서 공진이 일어난다. 귀에 압착해서 듣지 않으면 무대가 레이드 백(Laid-Back, 소리가 뒤로 물러난 듯 멀게 들리는 현상)되어 현장감이 잘 안 느껴질 수도 있다. 보컬이나 피아노, 기타 연주 등에서 꽤 투명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 노이즈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음량을 높일 경우 귀에 꽤 거슬린다.

 

 

가장 저렴하지만 음 왜곡 느끼기 힘들고 정숙한 사운드

AKG K702 65th Anniversary Edition

 

 

제공된 모델은 AKG의 ‘65주년 기념판’이라고 하는데 외관에서 차이가 약간 있을 뿐 음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AKG의 K702는 이번에 테스트 한 기종 중에 가장 반전이 있는 모델이었다. 가격대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지만 성능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K702는 해상력이 돋보이거나 디테일이 정교한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소리의 왜곡이 없고 음조의 균형감이 매우 뛰어나다. 또 다이내믹 특성이 뜻밖에 매우 탁월했고 정숙성도 대단히 뛰어났다.

 

이 보다 훨씬 비싼 제품들도 AKG K702만큼 깨끗하고 정숙한 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 마디로 "균형이 고르게 잡힌 음질"을 갖춘 헤드폰이다. 특히 다이내믹의 디테일과 콘트라스트 성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젠하이저의 HD80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K702 65주년 기념판은 대단히 우수한 다이내믹 특성을 가진 제품이다. 소리를 세게, 또는 약하게 치고 빠지는 능력이 탁월하다. 저역의 밀도감도 좋고 양감도 적절해 밸런스도 아주 잘 잡혀 있다. 토널 밸런스나 다이내믹 능력만 따지면 몇 곱절 비싼 제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만 잔향감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쉽다. 무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다소 좁고 소리의 여운이 깊게 퍼지지 못한다. 건조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소리가 뻗어주었으면 정말 고급스러운 하이엔드 사운드가 형성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고역이 가늘어지거나 저역이 부밍되는 왜곡현상이 전혀 없이 깔끔하고 정직한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K702 65주년 기념판은 테스트한 8종의 헤드폰 가운데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가벼운 제품이기도 하다.

 

 

투명한 중고역과 균형 있는 사운드

Shure SRH1840

 

 

이 제품 역시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이다. 해상력도 좋은 편이고 중고역의 투명도도 괜찮다. 저역의 밀도감이 다소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풀어진 소리는 결코 아니다. 살짝 둔탁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저역의 양감 역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고 적절하다. 토널 밸런스도 잘 잡혀있다. 잔향감도 상당하고 두드러지는 공간감은 형성하지 못하지만 이만하면 무대도 잘 만들어낸 셈이다. 단, 다이내믹 레인지는 넓은 편이지만 음량이 작은 부분의 디테일은 그렇게 정교하지 못하다.

 

SRH1840은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음질 평가 항목에서 가격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단점 한 가지는 중고역이 다소 왜곡되었다는 점이다. 고역으로 갈수록 탈색 정도가 심해 음이 까칠하고 날카롭게 들린다. 바이올린은 음이 높아지면 찌그러져 해상도가 뭉개지고 피아노도 소리가 너무 가벼워 날아다니는 느낌을 주게 된다.

 

보컬 역시 투명도나 해상력이 좋은 편이나 탈색으로 인한 단점이 장점을 가려버린다. 고역을 갈수록 소리가 얇아져 화사하게 들린다. 음향기기에서 고역이 화사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것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과 같다고 보면 된다. 언뜻 귀에 잘 들리는 소리이기는 하나 금세 피곤해지기 쉽다. 이 점을 제외하면 완성도는 꽤 높은 기기라 하겠다.

 

SRH1840은 10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지만 단단한 케이스와 교체용 케이블, 이어패드까지 추가로 제공한다.

 

 

노이즈 적어 깨끗하고 단정한 음

Hifiman HE-500

 

 

휴대용 하드케이스에 멋진 파우치, 여분의 이어패드까지 구성품이 꽤 알차다. 그런데 헤드폰이 너무 무겁다. 이어컵에 무거운 메탈 소재를 사용한 까닭이다. 왜 그렇게 했을까?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오디오 소스기기의 경우 진동음을 줄이고 안정적인 메커니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짐짓 새시에 무거운 쇳덩어리 재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스피커 시스템도 진동을 줄이고 유닛 간 간섭을 줄이기 위해 무거운 철재 프레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헤드폰을 무겁게 만든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여성들은 장시간 착용하기 부담스러울 것 같다.

 

소리 성향은 우선 저역이 너무 많이 나온다. 토널 밸런스에 지장을 꽤 준다. 소리가 정숙하고 간결한 점은 마음에 든다. 저역의 질감도 나쁘지 않다. 단, 저역의 양은 조금 줄였어야 했다.

 

HE-500의 가장 큰 단점은 잔향감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배음이 부족해져 소리의 여운이 전혀 전달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건조하고 단조로운 소리가 되고 만다. 하이엔드 사운드로 갈수록 충분한 배음은 필수적이다.

 

최근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말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리가 울리는 배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것은 중고역뿐 아니라 저역 역시 마찬가지다. 소리가 잘 조여지기는 하나 뻗어주지 못하니까 중고역을 받쳐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원래 저역의 익스텐션은 낮은 음의 표현력 못지 않게 중고역의 디테일을 단단히 받쳐주는 지지대로서의 역할이 크다.

 

고역의 끝 부분이 살짝 탈색된 편이기는 하나 심하지는 않다. 보컬이나 피아노 역시 해상력은 높지 않지만 정숙하고 단정한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노이즈가 적어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소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압도적인 저역의 양감, 아웃도어 사용 가능한 케이블 제공

Denon AH-D7100

 

 

구성품이 아주 알차다. 알루미늄 재질의 전용 스탠드와 파우치가 제공되고 착탈이 가능하고 길이가 다른 두 조의 케이블이 제공된다. 각각의 케이블에는 3.5mm, 6.25mm의 서로 다른 크기의 플러그가 끼워져 있다. 휴대폰에 직결한다면 전자, 헤드폰 앰프나 오디오 기기에 연결한다면 후자의 커넥터를 사용하면 된다. 3.5mm 플러그를 장착한 케이블에는 아이폰과 호환이 되는 3버튼의 리모트 컨트롤러가 제공된다.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는 최고다. 디자인도 꽤 고급스럽다.

 

저역의 양감은 압도적이다. 테스트 기종 중 이보다 더 저역의 양이 많은 기종은 없었다. 그런데 이 점을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음조의 균형감을 심하게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사실 AH-D7100은 음질적 측면에서 아쉬운 요소가 너무 많이 발견된다. 자세히 들어보면 해상력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음색이 너무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고역은 탈색되어 가볍고 얇게 표현될 뿐 아니라 치찰음이 과다해 모든 음의 끝부분이 '촤~샤~'하는 노이즈에 싸여 있다. 치찰음이 과다하면 악기나 보컬의 음색이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모두 피곤한 소리로 전달이 된다. 세션이 단조로운 여성 보컬의 경우 간혹 믹싱 과정에서 짐짓 치찰음을 높이기도 하는데 이런 소리를 치찰음이 많은 음향기기로 들을 경우 더 소리가 까칠하고 부담스럽게 들릴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고역이 너무 얇고 가늘게 들린다. 저역은 양감만 많은 것이 아니라 부밍도 꽤 심하다. 굳이 좋게 표현하자면 저역의 쿵쿵거림은 박진감이 넘치고 고역은 이미징이 도드라진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르게 표현하면 고역, 저역 모두 디테일이나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단조롭고 과장된 음의 일색(一色)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음질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확연하게 구별이 되는 특색 있는 소리를 듣는 목적으로 쓴다면, 특히 음의 정보량이 많지 않고 음역대가 좁은 장르의 음악이라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거나 고급스런 음질적 특성을 따지는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조금 더 필요한 기종이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T1과 HD800

가격으로 반전을 일으킨 K702

 

▲ 8개 헤드폰의 항목별 점수표(※ 클릭 시 확대됨)

▲ 플래그십 헤드폰 8모델 중 최고의 성능으로 꼽힌 베이어다이나믹 T1

 

여러 가지 음질 특성 요소들을 고루 만족시킨 ‘완성도가 높은 제품’은 젠하이저의 HD800과 베이어다이나믹의 T1, 그리고 울트라손의 에디션 10 세 모델이었다. 이들 제품들은 딱히 꼽을 만한 단점이 없는 수준급의 제품이었다. 특히 HD800과 T1은 사용자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는 임팩트 있는 장점 또한 갖추고 있다. HD800은 탁월한 다이내믹 성능을 가지고 있고, T1은 중고역의 투명성과 잔향감이 놀랍다.

 

▲ 순위는 4등이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최고로 꼽을 만한 K702 65주년 기념판

 

그러나 정말 놀란 모델은 AKG의 K702였다. 절대적인 성능은 앞서 언급한 고가 모델들에 물론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제품 역시 두드러진 단점이 보이지 않는 완성도가 높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결코 과장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은 정직한 사운드를 우수한 음조의 균형감을 갖고 정숙하게 들려주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가격대를 고려하면 단연 ‘베스트바이’다.

 

리뷰에 사용된 시스템

 

음원 소스 플레이어 : Linn Klimax DS

헤드폰 전용 앰프 : Beyerdymanic A1

인터커넥터 : Audioquest Anaconda (RCA, Unbalanced)

 

글/최원태 AV 평론가

진행/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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