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태평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아이쿱생협 주최로 열린 카드수수료 인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VAN 수수료 연구용역 착수…소액다건 가맹점 혜택 집중

금융위 "35년만의 수수료 개편 100일째, 新 체계 정착"

 

편의점, 제과점, 세탁소 등 영세 자영업에 적용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추가로 내릴 전망이다.

 

'35년 만의 수수료 체계 개편'의 마지막 단계인 VAN(결제대행업자) 수수료 합리화가 진전돼 이들 업종의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2%포인트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소액다건 결제 가맹점의 수수료 추가 인하를 목표로 VAN 수수료 합리화를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카드업계, 한국개발연구원, 삼일회계법인, VAN 협회 등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가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VAN 수수료란 카드사가 카드결제 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VAN사에 지불하는 서비스 이용료다. VAN사는 소비자가 카드를 긁을 때마다 건당 수수료로 90~150원씩 챙긴다.

 

카드사는 VAN 수수료를 가맹점 수수료에 포함해 부과한다. 전체 가맹점 수수료 8조원에서 VAN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천억원(약 8%)이다. 소액 결제가 많은 가맹점일수록 VAN 수수료 지출이 많아 수수료율이 더 낮아지지 못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건당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2010년 6만1천원에서 지난해 5만6천원으로 내렸다. 특히 건당 2만원 이하 소액 결제 비중은 2003년 25.8%에서 지난해 54.4%로 급증했다.

 

이 같은 소액다건 결제는 편의점(건당 6천800원), 제과점(1만3천300원), 세탁소(1만6천900원), 슈퍼마켓(2만2천800원), 일반음식점(3만3천500원), 정육점(4만800원) 순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많이 분포한 업종에 몰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들 '서민생활 밀접업종'의 VAN 수수료 부담은 결국 자영업자가 감수하거나 편의점, 제과점 등을 찾는 대다수 소비자에 가격으로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VAN 수수료 체계가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VAN사는 대형 가맹점에 판촉용 사례비까지 건네지만, 영세 가맹점에는 단말기 설치비용(싸인패드 포함시 약 30만원)을 받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VAN 수수료 외에 무이자 할부 중단 사태 등 새로운 수수료율 체계 도입에 따른 여진은 개편이 단행된 지 100일째를 맞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 금융위는 평가했다.

 

그럼에도 협상력을 앞세운 통신사, 대형마트, 항공사 등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와 카드사들의 지나친 부가서비스 제공 등 '수익자 부담'이란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행태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란 모순된 용어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할부란 없다"라며 "무이자 할부 혜택은 카드를 쓰지 못하는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가격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VAN 수수료 합리화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카드 의무수납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담배 한 갑까지 일일이 카드로 결제하면 VAN사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무수납 폐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의 결제 편의가 줄어들고 세원(稅源) 확보를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정책 목표에 맞지 않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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