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두려움을 모른다?

 

21세기 히어로 영화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영웅들의 흔들리는 심리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그러했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그러했다. 요즘 한국의 대표적인 영웅이라면 단연 김연아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인의 희망이자 국민적으로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여동생.

 

하지만 김연아라고 두려움을 모를까? 그녀도 매 경기마다 부담감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되는 김연아의 강점은 이 두려움과 ‘동행’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 세계선수권 대회의 김연아의 모습에서 이를 잘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힘을 알고 있었다. 링크 위에서 실수하는 자신이, 불안함에 멘탈이 무너지는 상황이 두렵기 때문에 지옥 같은 운동량을 이겨내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흔히들 두려움은 빨리 떨쳐버려야 할,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만 여긴다. 하지만 사실 두려움은 우리에게 그 상황을 타개할 ‘용기’를 만들어낸다. 《너브》의 저자 테일러 클락은 그의 저서에서 현대인들이 항상 시달리는 ‘일상 속 두려움’에 대해 분석했다. 현대인들은 나를 둘러싼 위협들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다. 그러나 곧 이런 위협들은 새로운 도전과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너브》에 따르면 인간의 두려움 반응에는 세 가지 ‘F’가 있다. 싸우거나(Fight) 도망치거나(Flight) 아니면 얼어붙거나(Freeze). 이 반응을 통해 인간은 그 상황을 벗어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게 잘못된 반응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방어를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것이 테일러 클락의 설명이다. 극도의 공포를 만났을 때 인간이 기절 상태에 빠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에서 생존자들의 대다수는 총을 맞지 않았음에도 바닥에 엎드려 부동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살아날 수 있었다.

 

우리는 두려움이나 불안, 긴장감을 영원히 떨쳐낼 수 없다. 이런 감정들은 기쁨, 즐거움만큼이나 일상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겪은 후에는 우리 앞에 놓여지는 난관들을 새로운 도전이라는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제공:한경BP>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