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이 위축되면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는 게 맞다. 하지만 최근 PC시장이 수요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급 불균형으로 PC메모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PC 유통시장의 주력 제품군인 4GB 메모리의 경우 가격 저항선인 4만원대를 넘어설 태세다. 조립PC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PC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D램익스체인지는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 업체들이 PC용 D램보다 수요가 많은 모바일 D램 생산에 주력하면서 PC용 D램 부문에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 메모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대목에 힘을 실어주는 분석이다.

 

지난 주 부터 삼성 메모리 가격은 상승세다. PC유통시장에서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 제품은 회전율이 빠른 만큼 시장의 재고가 이미 소진됐고, 지금은 가격이 인상된 제품들이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유통시장에서는 삼성전자 4GB 메모리 가격이 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제외하고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 등 컴퓨터 관련 주요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는 PC메모리 가격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음주 중 본격적인 가격인상이 뒤따를 전망이다.

 

지스킬, 팀그룹, 커세어 등 PC메모리를 공급하는 이노베이션티뮤의 이승태 부장은 "유통업계의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에서 가격인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인상폭은 5~8%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인상으로 메모리 수요 감소도 우려된다. 4GB 메모리 4개를 구입해 16GB를 사용하던 유저들이 가격인상에 따라 메모리 구입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특히 지난 3주간 유통시장에서 8GB 메모리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서 8GB 제품의 경우 4월 평균가격이 7만1000원대였으나 5월 첫 주 7만8397원, 5월 둘째주 8만2032원으로 상승했다. 유통시장에서는 삼성 8GB 제품의 경우 이미 9만원을 넘어섰다.

 

김태형 다나와 메모리 담당 CM은 "8GB 메모리 가격이 3주전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다. 8GB 메모리에 이어 4GB도 동반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가격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나와 집계에 따르면 4GB는 전체 메모리 판매 비중의 74%, 8GB는 1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손정현 컴퓨존 기획팀 차장은 "메모리 가격변동 상황을 살펴보면 6월초 열리는 컴퓨텍스를 앞두고 매년 메모리 가격이 상승했다"며 "7~8월이 되면 가격이 숨고르기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가격상승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메모리 가격상승으로 주요 업체들의 완제 조립PC도 가격 상승을 동반하고 있다. 인텔의 새로운 프로세서 하스웰 출시를 앞두고 CPU, 메인보드 등 주요 부품이 신제품으로 교체되면서 10% 내외의 가격상승을 예고하는데다 메모리 가격상승으로 PC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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