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 불꽃 튀는 전쟁을 벌였던 IT 기업들이 슬슬 손목으로 관심을 옮겨 ‘스마트워치’라 불리는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로 새로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이 지나치게 비대해지자 간편하게 주요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가 새로운 흥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 손목에 차는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봤다.

 

글/ 이상훈 기자

 

안드로이드폰의 든든한 파트너

소니 스마트워치 SONY SMART WATCH

소비자 가격 14만 9000원

 

 

Sony 라는 로고 하나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발휘하는 소니가 사실은 희한한 제품을 곧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런 소니가 이 분야에도 일찌감치 빨대를 꽂았다. 소니의 스마트워치(NM2)는 128x128 1.42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가진 초소형 기기다. 제품 하단에 클립이 마련돼 있어 옷깃에 끼울 수도 있지만, 패키지에 동봉된 고무 손목 밴드를 연결해 손목시계처럼 착용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는 블루투스 기반으로 작동된다. 스마트폰에 스마트워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전화가 걸려올 때 스마트워치가 진동하며 발신자의 사진과 이름, 번호가 뜬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헤드셋이 페어링 된 상태라면 굳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연락처를 확인하고 통화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의 뮤직 플레이어를 조작할 수 있어 곧바로 음악을 플레이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는 또 구글 맵과 스마트폰의 GPS를 통해 현재 위치를 지도로 보여준다거나, 갤러리에 담긴 사진을 볼 수 있지만, 화면 크기와 해상도가 그다지 좋지 못해 실용적이지는 않다.

 

가장 큰 장점은 수시로 뜨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인데 아쉽게도 답장을 하려면 스마트폰을 꺼내야만 한다.

 

수면 상태까지 체크해주는 초경량 전자팔찌

조본 업 Jawbone Up

소비자 가격 18만 5000원

 

 

운동을 즐기는 이라면 조본 업(Jawbone Up)도 주목할 만하다. 팔찌를 연상시키는 이 초소형 밴드는 착용하는 것만으로 사용자의 생활패턴과 건강을 관리해 준다.

 

조본 업은 운동량과 강도를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와 배터리, 진동모터로 구성됐다. 사용자의 신체정보를 입력하고 착용하면 잠잔 시간, 숙면을 취한 시간, 운동량 등을 알려주며 진동알람으로 깨워주기도 한다. 음식을 섭취할 때 전용 앱을 실행한 후 음식 사진을 찍으면 칼로리 소모량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만 아직은 한국 음식의 칼로리를 인식하지 못해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조본 업은 애니팡처럼 다른 사용자들을 초대해 함께 지인들의 운동량을 함께 체크할 수 있다. 이는 경쟁을 유도해 지속적인 운동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만약 여친이 꾸준하게 운동하는 걸 힘들어한다면 이것의 도움을 받아보자. 여친이 운동에 지치지 않게 조금씩 운동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꾸준히 잘할 때는 아낌없이 칭찬할 것. 건강도 꼼꼼히 챙겨주는 믿음직한 남친으로 등극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디스플레이가 없지만, 생각보다 많은 일을 처리해주고 크기가 작아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기 좋다.

 

만약 심박수까지 체크할 수 있다면 조본 업이 배우자가 바람피우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줄지 모를 일이다. 선택하라! 전자팔찌를 차겠는가, 아니면 전자발찌를 차겠는가.

 

피트니스 기능에 최적화된 초소형 안드로이드 기기

모토로라 모토액티브 Motorola MOTOACTV

소비자 가격 249달러(8GB), 299달러(16GB)- 2011년 출시 당시 기준

 

 

지금은 지는 해가 된 모토로라지만 모토로라가 드로이드 레이저 폰을 발표하며 나름 괜찮았던 시절에 발표한 소형 피트니스 가젯이 있다. 모토액티브(MOTOACTV)란 이름의 이 기기는 소니의 스마트워치와 닮았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46mm로 동일하며 두께가 얇아 손목 스트랩과 연결해 손목시계로 사용하거나 암밴드를 사용해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애플의 아이팟 나노나 소니의 스마트워치에는 없는 GPS가 내장돼 자전거용 마운트에 거치하면 트래킹 경로를 보여주기도 하고 기록으로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속도계, 심박계, 파워 미터 등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AMT+ 네트워크 기술이 적용돼 다양한 의료기기와 연결해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이동 거리, 이동 속도, 심장 박동 수, 소모된 칼로리 등이 스마트폰 없이 측정된다는 것.

 

이 밖에 FM 라디오 수신, MP3 재생기능도 제공해 스마트폰 배터리 때문에 듣고 싶은 음악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가 만든 다목적 스마트워치

아임에스피에이 아임워치 I'm SpA i’m Watch

소비자 가격 249유로-2011년 출시 당시 기준

 

 

IT와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탈리아의 스마트워치. 애플의 아이팟 나노, 소니의 스마트워치보다 두껍고 무겁지만 ‘made in Italy’라고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주요 기능은 다른 스마트워치와 비슷하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제품이 아니지만, 한국어를 지원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바늘 시계 형태로 시간을 나타내며, 스마트워치에서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다. 두툼한 본체 좌우 양쪽에는 스피커와 마이크가 각각 1개씩 설치돼 있다. 내장 메모리에 음악을 삽입하면 아임워치를 뮤직 플레이어로도 사용할 수 있다.

 

설치해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상당하고 디자인도 예쁘지만 아임워치는 기본 사양이 249달러로 가격이 비싼 편이며, 소니 스마트워치와 달리 진동을 일으키지 못하는 게 흠이다.

 

 

스마트폰·아이패드 다음은 스마트워치?

 

▲ 아이팟 나노 6세대에 시계줄을 끼운 모습. 애플의 아이워치는 이보다 더 똑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아이팟 나노 6세대를 공개했을 때, 많은 서드파티 제조사들이 정사각형 형태의 초소형 아이팟을 위한 시곗줄을 만들었다. 손목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아이팟 나노는 앱을 설치하고 터치도 가능한, 아이폰의 시계 버전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아 유선으로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것. 그 때문에 차기작에는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되길 바랐지만, 이듬해에 출시된 아이팟 나노 7세대는 블루투스가 추가되는 대신 손목시계 형태가 아닌 기다란 직사각형 형태로 출시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그 이후 애플이 곡면유리를 사용한 스마트 시계 ‘아이워치’를 만든다는 소문이 외신들 사이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해 혁신 성장동력이 끊겼다는 여론이 거세질 무렵에 흘러나온 이 정보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 스마트워치로 새 시장을 열 것이라는 관측을 만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최근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이 타이완 라이텍 자회사인 리트디스플레이에서 제조된 1.5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애플이 이미 폭스콘에 1000대의 아이워치를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하지만 1000대는 양산용 수량이 아닌 내부 테스트용 소량주문으로 보여 출시까지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워치 소문이 한창 돌던 무렵, 소니는 2012년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했고 삼성전자도 가칭 ‘갤럭시워치’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구글도 구글 글래스와 함께 구글워치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스마트워치 시장이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스마트워치 시장의 확산은 IT 기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퓨얼밴드를 선보였던 나이키가 자사의 시계 브랜드인 스포츠 워치에 인터넷 접속과 이메일 확인, 지도보기 등의 기능을 첨가한 ‘스마트워치’를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를 비롯한 여러 가전 회사들도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 기기를 내놓을 것이라 전망했다.

 

스마트워치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과 연동되도록 해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마진율이 50~60%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기 힘든 상황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아마 내년쯤이면 트렌드잇에 상당수의 스마트워치 기사가 등장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다소 한정된 사이즈일 수밖에 없는 스마트워치에 얼마나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구현하느냐는 것이다.